교육청에서 A 학교 경고 처분을 알리는 내용.
[일요신문] 서울시내 한 공립초등학교가 호두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학생의 학부모에게 ‘아이 사망 시 학교에 책임이 없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달라고 했다’는 내용이 사실로 인정돼 교장이 ‘경고’ 처분을 받게 됐다.
지난 7월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에서 A 학교를 조사했고 지난달 29일 A 학교 교장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교육청 감사관실에서는 “학교장의 부적절한 지시와 발언으로 인해 공무원으로써의 명예를 실추한 점이 인정돼 경고 처분했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경고는 교사들의 신분상 조치 중에서 주의보다 강하고, 징계 직전의 처분이다”라며 “성과상여급이나 근무평가 등에서 불이익이 크다. 교장의 경우에는 학교평가에서도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A 학교는 올해 입학한 B 군에게 학교 급식을 이용하기보다는 도시락을 싸올 것을 요구했다. B 군이 호두를 먹거나 접촉하면 호흡 곤란 등의 반응을 보이는 아나필락시스를 진단받은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13년 인천 소재 초등학교에 재학했던 아나필락시스 학생의 뇌사 판정 이후 알레르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 학교급식법을 개정해 급식을 장려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대처였다.
또 B 군의 모친인 김 아무개 씨(39)에 따르면 학교 측은 김 씨에게 배 군에게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항시 학교 앞에 대기하고 있으라고 통보했다. 또 학교 측으로부터 “이렇게 힘든 아이를 학교에 맡기시면 어떡하냐” “첫째만 낳으신 게 둘째도 이런 애 낳을까봐 두려워서 안 낳은 거냐” 등의 말을 들으며 마음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하게 된 계기는 학교 측의 각서 요구였다. 지난 3월 28일 학교 측으로부터 ‘학교에서 아이가 사고가 생길 수도 있고 안 생길 수도 있는데 사망 시에 학교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달라’는 전화 한 통이 걸려 온 것이었다.
김 씨는 “당시 학교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에서는 “학생을 잘 기르려고 했던 것인데 학부모와 아이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죄송하다”면서도 “각서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