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현대로지스틱스에 이어 CJ와 한진그룹에 대한 내부거래 규제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일가의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대기업의 내부 거래액이 연간 200억 원을 넘거나 연 매출액의 12%를 넘을 경우다.
공정위는 CJ가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보고 있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극장 스크린광고영업 대행 업무를 하는 회사로 2005년 설립된 이후 CJ CGV에서 스크린광고 대행을 독점하면서 급성장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GV와의 거래 규모는 2010년 430억 원에서 2014년에는 689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이재현 회장의 동생 재환 씨가 지분을 100% 보유하면서 대표로 재직하고 있는 회사다.
또한 공정위는 대한항공 조원태 대표이사와 조현아 전 부사장을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심사보고서에는 대한항공이 이들 남매가 대주주인 자회사 유니컨버스와 싸이버스카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여기에는 대한항공 법인에 대한 고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공정위는 현대그룹, 한진, 하이트진로, 한화, CJ 등 5개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전면 조사했다. 이중 현대그룹의 현대로지스틱스는 이미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이렇듯 공정위가 재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나선 데는 최근 재벌 계열사 중 일감 몰아주기에 연명하는 이른바 ‘캥거루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벌닷컴 등에 따르면, 자산 순위 20대 그룹의 2015회계연도 매출을 분석한 결과 내부거래 비율이 50% 이상인 계열사 수가 전체(926곳)의 28.2%인 261개사에 달했다. 2014회계연도에는 전체(927곳)의 26.3%인 244개사였는데 1년 새 17개사가 증가한 것이다. 작년 연간 매출 기준으로 20대 그룹 계열사의 전체 내부 거래액은 149조 2000억 원에 이른다. 내부거래 비율이 100%인 20대 그룹 계열사도 7%에 달한다. 재벌 계열사 내부거래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재벌 계열사 내부거래는 일감을 몰아준 계열사의 주주에게 손실을 입히고 중소기업의 사업 기회를 박탈하는 등 공정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비도덕적인 불법행위다. 또한, 기업 승계시 탈세 도구로 악용되는 등 대기업 비리 단골메뉴이기도 하다. 최근 롯데그룹을 겨냥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계열사 내부거래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대기업 재벌 계열사들의 내부거래가 빈번하다는 반증이다.
문제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조항의 적용 대상 등 ‘규제 피해가기’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규제가 시행된 지난해 2월 이후 지금까지 제재 건수는 현대그룹 1건에 불과하다. 규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여기에 (CEO스코어 조사 결과) 규제 시행 전인 2012년부터 규제가 시작된 2015년까지 30대 그룹 계열사 중 규제 대상 기업의 내부거래 금액은 15조 4000억 원에서 6조 5000억 원으로 8조 9000억 원(57.7%) 급감했지만, 규제 대상이 아닌 계열사 중 51.4%는 내부거래 금액이 오히려 늘어났다. 합병·상장이나 오너일가의 지분을 규제 기준치 이하로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해간 사례도 많다.
정부가 국정 과제로 기업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재벌 계열사 내부거래에 관한 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이 상장사 내부거래에 관한 내부통제장치 마련을 권고하고 있지만 그간 재벌가의 비양심적인 경제구조 개선 사례처럼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 1월 공정위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시 강화를 강조했다. 공정위가 재벌 일감 몰아주기 실태조사 결과에 예민한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재벌 계열사 내부거래 관행 근절을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초석으로 삼아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공정위의 대기업 규제에 지속적인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