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삼성에서 인수한 한화테크윈과 한화토탈이 대박을 치고 있다.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김승현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건설 팀장(오른쪽)이 부모님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연합
당초 삼성테크윈과 함께 덤으로 넘어 온 삼성토탈, 즉 지금의 한화토탈은 2년 연속 황금알을 낳고 있다. 올 상반기 3조 7714억 원 매출에 7844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연간 8조 257억 원 매출에 795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반 년 만에 1년치 수확을 한 셈이다. 이 추세면 올 연말 1조 6000억 원 가까운 영업이익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화토탈 지분은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과 영국 토탈이 50 대 50으로 갖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주주는 한화에너지(39.16%), 한화케미칼(36.4%) 등이다. 지난해 한화토탈은 5157억 원의 순이익 가운데 4341억 원을 배당했다. 이 가운데 절반이 한화종합화학 몫이다.
올해는 상반기 순이익만 5784억 원에 달하는 만큼 한화종합화학이 가져가는 배당만 5000억 원에 육박할 수 있다. 한화케미칼의 최대주주는 그룹 지주사인 ㈜한화다. 하지만 한화에너지는 한화S&C의 100% 자회사다. 한화S&C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동원·동선 형제가 각각 50%, 25%, 25%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다. 종합하면 한화토탈 배당의 19.6%가 세 형제 몫이라는 뜻이다.
삼성이 넘긴 한화토탈이 대박을 치면서 주식을 처분한 이부진 호텔신라 회장도 수천억 원의 손해를 보게 됐다. 최준필 기자
삼성이 한화에 판 삼성토탈 주식 가격은 주당 3만 2255원으로 총 1조 309억 원이다.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도 보유 중이던 삼성토탈 주식 55만여 주(지분율 1%)를 53억 원에 팔았고, 이부진 사장도 보유하고 있던 282만 주(5.09%)를 910억 원에 넘겼다. 그런데 한화토탈의 올 상반기 주당순이익만 3만 125원이다. 지난해 주당순이익도 2만 6829원에 달했다.
만약 삼성이 계속 삼성토탈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기업가치가 얼마나 됐을까. 비상장사 가치측정 방법은 워낙 다양하다. 다만 최근 한화가 한화탈레스 지분 50%를 인수한 사례를 준용해보자.
한화탈레스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3893억 원, 세전이익은 300억 원이다. 한화는 이 회사 지분 50%를 2880억 원에 매입했다. 토탈이 보유한 순자산가액의 148%, 세전이익 절반의 19.2배다.
한화토탈 지분 50%의 2015년 말 기준 순자산가액은 1조 5000억 원, 세전이익의 절반은 3389억 원이다. 한화탈레스 지분 거래 조건을 적용하면 최소 2조 2000억 원, 최대 6조 5000억 원이다. 이 조건이면 이부진 사장은 보유지분은 최소 2200억 원, 최대 6500억 원 이상의 가치다. 이부진 사장은 지금도 보유 중인 삼성SDS 지분 300만 주 가운데 33만 주가량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담보로 제공해 돈을 빌린 상태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종합화학 지분이 전혀 없었다.
두 그룹의 거래 당시 삼성테크윈은 경영 실적이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까지 거래 대상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한화테크윈이 된 후 경영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한화그룹 3형제는 투자 수완도 보통이 아니다.
한편, 한화 3형제의 투자 수완은 보통이 아니다. 2005년 김동원․동선 씨는 김 회장이 갖고 있던 한화S&C 지분(20만 주)을 주당 5000원에, 동관 씨는 ㈜한화 보유 지분 40만 주를 주당 5100원에 인수했다.
한화S&C의 주당순이익은 2002년 1164원, 2003년 339원이다. 그런데 2004년 무려 40억 원의 적자를 낸다. 2003년까지 7797원이던 주당순자산도 2004년 1065원으로 급감하며 자본잠식에 빠진다. 경영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던 바로 그 해에 부자 간, 그리고 ㈜한화와 총수 자녀 간 주식거래가 이뤄진다.
2005년 한화S&C는 다시 4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며 주당순자산이 6955원으로 회복된다. 이후 한화S&C는 한컴(광고대행), 당진테크노폴리스, 군장열병합발전 등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운다. 2015년 말 기준 한화S&C는 자기자본 7376억 원에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초우량기업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