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전남 무안에서 있었던 경비행기 추락사고 현장. 동체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서졌다. 연합뉴스
사고 원인은 크게 관제 과실, 항공기 결함 등으로 추정된다. 관제 과실의 가능성은 당시 경비행기가 착륙을 하려고 하는 시점에 다른 경비행기가 이륙을 했던 부분에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관제탑과 경비행기와의 마지막 교신 내용은 ‘다른 교육훈련기가 이륙하고 있으니 착륙하지 말고 대기하라’는 내용이었다. 교관이었던 이 씨의 매형 김 씨는 “지상에서 1000 피트 위에 비행기가 비행하고 있을 때 추락이 시작됐다고 들었는데 고작 300m 지점에서 착륙을 대기하라고 지시를 한 것이라면 관제 과실의 가능성이 크다”며 “이전에 지시를 했는지 아니면 1000피트 지점에서 무리하게 지시해 엔진이 과열돼 폭발한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교관 이 씨의 유가족들은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싶어서일 뿐만 아니라 이 씨의 유언이나 다름없는 사망 전 이 씨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에 관제교신 내용을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관제 교신 내용이 사고와 관련 있어 진행 중인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비공개로 처리된다’는 국토부의 답변뿐이었다.
김 씨는 “관제 교신 내용에 사고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러나 정보공개청구를 거절당해 언제까지 손 놓고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조사가 끝나기 전에는 회사로부터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고 아직 사망 전 임금도 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 씨는 이 씨를 대신해 고용노동부에 임금 체불로 회사를 고발한 상태이며 현재 사건 처리가 진행되고 있다.
김 씨는 “처남이 비행을 할 때마다 기도를 해달라고 했다. 중고 비행기를 싼 값에 사온 것이라 매우 노후한 상태라고 들었지만 비행시간을 채워야 항공사로 취직을 할 수 있어 버틴다는 생각으로 비행을 했다”며 “당시 상은이가 한 달만 더 다니면 계약이 끝나는 거여서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 역시 항공기 결함이 사고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 경비행기는 지난 2002년 9월 제조된 기종으로 지난 3월, 서울지방항공청이 연 1회 시행하는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블랙박스가 설치되지 않아 조사가 힘든 점이 있으며 설치돼 있던 낙하산도 펼쳐지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회사에서는 이 씨를 포함한 교관들의 과실을 추론하기도 했다. 교관 두 명이 벨트를 매지 않았는데 이들이 친해서 비행 도중 자리를 바꾸느라 무게중심이 바뀌어 비행기가 추락했을 것이라는 것. 그러나 이 역시 추론에 불과하다.
한편 유가족들은 사고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것에 답답한 데다 회사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보상조차 받지 못할 우려를 하고 있다. TTM코리아항공은 최근 한라스카이에어에 몸담았던 한 인사가 최근 회사 대표를 맡게 됐다. 게다가 TTM코리아항공에서 한라스카이에어의 비행기도 같이 운용되고 있어 곧 매각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매각 의혹이 제기된 한라스카이에어는 예전 김포공항에서 추락한 경비행기를 소유하고 있는 또 다른 민간 조종사 비행교육원이다. 지난 2월 28일 김포공항에서 교육 중이던 한라스카이에어 소속 훈련용 경비행기가 이륙 직후 추락해 두 명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유가족들은 “지금 회사에서 임금과 보험금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회사가 소유권을 갖게 된다면 앞으로 더욱 막막해질 것이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유가족뿐만이 아니다. 학생들도 한라스카이에어의 인수설에 불안해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조종사 자격증 및 교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5000만 원에서 1억 5000만 원에 이르는 수강료를 냈다. 이들이 거액의 수강료를 내고 있지만 회사에서는 열악한 재정을 이유로 환불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A 학생은 “5000만 원에 상당하는 수강료 중 절반을 선납했는데 바로 사고가 났다. 이미 낸 수강료를 환불받으려고 요청했지만 회사는 묵묵부답”이라며 “학생들 사이에선 매각이 이뤄지면 더더욱 환불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라스카이에어는 사고도 있었고, 학생들의 수강료를 횡령해 소송에서 지기도 해 지금까지 피해자모임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라스카이에어는 지난 2012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훈련기에 항공유 대신 휘발유를 싸게 구입해 넣은 게 국토교통부에 적발되기도 했다. 훈련기에 휘발유를 넣으면 엔진을 부식시켜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한라스카이에어는 수십 명의 피해자들이 수억 원대에 달하는 환불금을 요구하는 등 여러 건의 소송이 얽혀 있다. 한라스카이에어의 현금부채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18억 원에 이른다.
한편 TTM코리아항공과 한라스카이에어 측에 매각설과 수강료 환불 등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기자가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양측 모두 전화 자체를 받지 않는 등 연락이 되지 않았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