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또 다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가 불거졌다. 피해자가 탈북 아동이라 더욱 눈길을 끄는데 가해자가 목사다. 그것도 탈북민을 돕는.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목사는 사건에 대해 “성추행이 아니었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아동과 목사 간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목사에게 1억 원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피해 아동 A 양(11)은 지난 2014년 탈북한 어머니와 함께 지난해부터 경기도 김포 지역에서 거주했다. 목사 B 씨(49)와는 김포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B 목사는 이 지역아동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탈북민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김포시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거주 탈북민이 크게 증가하면서 2016년 6월 현재 거주민이 55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경기도 전체 시·군 가운데 5위 안에 드는 수치다. 이 때문에 김포 지역에는 탈북 주민들을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하는 교회가 다수 있었다.
B 목사도 탈북 주민들을 위한 작은 교회를 설립해 선교활동을 펼쳐왔고 이런 활동을 통해 B 목사와 A 양은 쉽게 가까워졌다. 교회와 아동센터 활동이 끝나면 B 목사는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A 양을 집까지 바래다주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양의 어머니도 B 목사를 알았다. 탈북주민들을 위해 밤낮으로 성심성의껏 봉사하는 고마운 목사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A 양이 밝힌 사실은 달랐다.
A 양은 지난달 26일 학교의 상담교사를 만났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A 양은 그에게 “목사님이 내 몸을 자꾸 만진다”며 하소연했다. 놀란 상담교사가 캐묻자 A 양은 상세하게 사건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이 없는 틈을 타 목사가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의 몸을 만졌다는 것. 성추행은 올 5월 말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계속됐다고도 덧붙였다. 상담교사는 곧바로 아이의 담임교사에게 사실을 알렸다. 뒤늦게 이야기를 전해 들은 어머니는 학교전담경찰관에게 B 목사를 성추행 혐의로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양은 사건을 진술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아동센터뿐 아니라 B 목사의 차 안에서도 성추행이 이뤄졌다는 것. A 양은 “B 목사가 옷에 먼지를 터는 척하며 신체 부위를 만졌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진술보다 범행 횟수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 경찰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B 목사는 범행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며 직접 자신의 차량에 설치돼 있는 블랙박스를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 아동의 진술에 따르면 범행은 밀폐된 공간인 차 안이나 아동센터에서 일어났다. 아동센터에서의 추행은 다른 아이들이 없을 때 발생했고, 차 안에서는 A 양과 B 목사가 단 둘이 있을 때 발생했다. 명백한 증거나 목격자가 없기 때문에 사건 수사는 A 양의 진술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B 목사가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블랙박스를 제출하긴 했지만 새 영상이 기존 영상을 자동으로 덧씌우는 블랙박스의 특성상 최대 저장 기간은 2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B 목사가 이 차량을 자주 운행했다면 더 짧은 기간에 영상이 지워졌을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외부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설치된 블랙박스이기 때문에 차량 내부는 녹화되지 않았다. 다만 사건 당일 A 양과 B 목사의 대화 내용은 녹음됐을 수 있다고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복원 전문가에게 블랙박스를 제출하고 영상 및 음성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객관적인 증거는 아직 갖춰지지 않았지만 A 양의 어머니는 B 목사의 범행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 후 B 목사가 직접 집을 찾아와 A 양과 어머니에게 사과를 했기 때문이다. A 양의 어머니는 언론보도를 통해 “B 목사가 부인과 함께 우리 집을 찾아와 무릎을 꿇고 울면서 ‘잘못했다’고 빌었다. 이는 자기 잘못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B 목사가 어머니에게 사건과 관련해 사죄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나 매스컴의 취재가 시작되자 B 목사가 돌연 태도를 바꿔 “성추행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 A 양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B 목사는 이에 전면 반박을 하고 나섰다. A 양의 신체를 만진 것은 아이의 자세가 좋지 않아 마사지를 해줬을 뿐이라는 것. 사죄를 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 역시 좋은 의도로 마사지를 해줬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나쁘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사과했다는 게 B 목사의 해명이다. 경찰에 블랙박스를 증거로 직접 제출한 것도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서로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A 양의 어머니가 B 목사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현금 1억 원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속내에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아직 명확한 범죄 사실이 드러난 게 아닌데 너무 과한 합의금을 불렀다는 것이다. B 목사는 지난 16일 종합편성채널 MBN의 방송을 통해 A 양 측이 “(합의금을) 주지 않을 경우 기자들에게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한 것처럼 설명하기도 했다. A 양의 어머니는 “용서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제시했을 뿐 요구한 것이 아니다”라며 B 목사의 태도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수사를 맡고 있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합의금을 직접 요구하지는 않았다”라며 “합의금 요구 확인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 파악이기 때문에 아동의 진술 분석을 통해 범죄 혐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8일 B 목사의 1차 조사를 마쳤으며, 피해 아동이 차량 안에서도 추행이 있었다고 추가 진술한 만큼 A 양에 대한 보강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날로 증가하는 성범죄 목사…지적장애 소녀들에도 몹쓸짓 “간음하지 말라 말하는 네가 간음하느냐…하나님의 이름이 너희 때문에 이방인 중에서 모독을 받는도다.” 성경의 한 구절이다. 교인들이 지켜야 할 10계명 가운데에도 “간음하지 말라”가 명시돼 있지만 정작 성경의 말씀을 따라야 할 일부 목사들이 앞장서 성범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교계에 먹칠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전남 광주의 한 교회 담임 목사가 지적장애가 있는 여고생 2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자신이 전도하던 학생을 통해 알게 된 피해 학생들을 자신의 차로 불러 신체를 만진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학생은 각각 지적장애 2급과 3급을 앓고 있었다.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이 목사는 “청소년들의 인성을 시험하고자 그랬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피해 학생들을 모텔로 데려가려 하거나 수사 시작 후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결국 구속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 2일에는 청소년 선교단체 ‘라이즈업무브먼트’의 대표 이동현 목사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단체 소속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기독교 인터넷신문 <뉴스엔조이>의 단독보도로 세상에 드러난 이 사건에서 이 목사는 피해 학생을 성폭행한 뒤 “어떤 여자들이든 나를 좋아하게 되고 결국 관계를 맺게 됐을 것”이라는 궤변으로 학생을 안심시켰다. 학생은 당시 만 17세 미성년자였다. 이후 이 목사는 학생이 자신을 피하자 “너 나랑 이래놓고 이제 시집은 어떻게 갈래” “한국에서 여자가 이런 일로 입에 오르내리면 망한다”라며 협박하기도 했다. 사건이 보도되자 이 목사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단체 대표직을 사임했다. 다만 성폭력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처벌은 받지 않게 된다. 교단의 솜방망이 처벌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도 있다. 2004년부터 2009년에 이르기까지 여신도들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던 전병욱 목사의 경우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총회로부터 설교중지 2개월, 공직정지 2년의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받았다. 공직정지의 경우는 교단에서 공직을 맡지 못한다는 것일 뿐, 사실상 설교만 2개월간 못하게 되는 가벼운 처벌을 받은 것이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었던 만큼 교계에서 반발이 일었지만 재판을 맡은 총회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교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점이 이처럼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벼운 징계 조치를 내리게 되면 목사들의 성범죄를 부추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지난 8일 성명서를 내고 종교인 성폭력범죄의 가중처벌 및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제안했다. 개정안은 종교시설이나 단체의 장 또는 종사자가 해당 시설의 종교인에 대해 성폭력 범죄를 범할 경우 형을 가중하고, 공소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이런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을 요구했다. 기윤실은 성명을 통해 “2013년 경찰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로 검거된 6대 전문직 종사자 1181명 가운데 종교인이 447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라며 “이런 가운데 종교계가 스스로 참회하는 마음으로 앞장 서서 법 개정을 추진함으로써 종교인들의 성범죄를 엄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