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철래 의원.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정 씨는 양 씨의 진술을 몰래 녹취해 기자회견에서 폭로했다. 경기도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는 녹취록을 토대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노 전 의원은 결국 구속 기소됐다. 이번 사건은 얼핏 단순한 공천청탁 사건으로 보이지만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노 전 의원이 왜 무리하게 양 씨에게 공천을 약속하고 금품을 수수한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당시 광주시장 선거 판세를 보면 현 조억동 광주시장이 새누리당 내 광주시장 후보 지지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양 씨는 5~6위권에 머물러 있던 인사였다. 아무리 노 전 의원이 당시 광주 지역 현역 국회의원이었다고 해도 경선이 예정되어 있던 상황인데 이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탈이 날 수밖에 없는 돈을 왜 받았냐는 얘기다.
2016년 공직자재산공개에 따르면 노 전 의원 재산은 32억 원가량으로, 돈이 급한 상황도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방선거와 비슷한 시기에 치러졌던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주목하고 있다. 노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친박계 후보들을 돕기 위해 무리하게 돈을 모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당시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친박계와 비박계로 갈려 양측이 총력전을 벌였었다. 그만큼 선거는 치열했고, 비공식적인 선거자금이 많이 투입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검찰 수사가 친박 진영으로 불똥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된다.
물론 이번 사건이 단순한 공천청탁비리 사건이거나 두 사람 간 오해에서 벌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양 씨가 지방선거 직전 돈을 건넨 것이 아니라 지난 2012년부터 2013년 9월까지 6차례에 걸쳐 돈을 건넨 만큼 노 전 의원 측에서는 단순한 관리 차원에서 건네는 돈으로 알고 큰 부담 없이 받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노 전 의원은 현재까지 양 씨로부터 전혀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므로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노 전 의원의 혐의를 입증할 유일한 직접 증거는 양 씨의 진술이 담긴 녹취록뿐이다. 양 씨는 녹취록의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 씨는 녹취록이 공개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정 씨가 술자리에서 내 자존심을 자극하는 말을 해 취중에 과시욕이 발동해 그런 거짓말을 하게 됐다”며 “불법 감청사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의원 측은 “정 씨는 총선 당시 노 전 의원의 수행비서를 그만두고 노 전 의원의 경쟁자인 모 후보의 사무장이었는데 그런 정 씨가 왜 갑자기 총선을 앞두고 양 씨를 만나 술자리를 가졌고 그런 녹취를 했는지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녹취록 당사자조차 녹취록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게 확보된 녹취록이 증거 능력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