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의 바퀴 부분을 일컫는 랜깅기어 사진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수동조작장치’에 있었다. 비행기 착륙 시 혹시라도 랜딩기어가 자동으로 내려오지 않으면 수동으로 조작하는 장치가 있다.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으면 큰 사고로 번지기 때문에 만든 일종의 안전장치로 유압을 제거해서 중력을 이용해 바퀴 무게 자체로 내려오게 한다.
이를 작동하려면 조종석 바닥에 있는 문을 열어 장치를 조작해야 한다. 하지만 그 문이 조금이라도 열려 있으면 유압이 차단돼 랜딩기어가 정상적으로 작동을 안 한다. 이날 랜딩기어에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바로 그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됐다.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비행기는 수많은 승객의 목숨이 달려 있기 때문에 몇 겹의 안전장치로 실수를 막는다.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대응 매뉴얼에 따라 체크리스트를 수행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날 부기장은 체크리스트를 잘못 적용해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장은 ‘연료가 충분하고 목적지가 가까우니 그냥 가자’고 랜딩기어가 내려진 채로 간사이공항으로 향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랜딩기어가 올라가지 않은 것은 조종석 수동기어 조작장치 문을 닫는 스위치에 문제가 생겨 발생했다. 기장은 체크리스트를 이행해 문은 확실하게 닫혀 있었지만 스위치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항공사 A 기장은 “랜딩기어가 내려진 채로 비행기 운항을 했다면 문제가 크다. 체크리스트 실시했으나 기기를 미조작했다는 의미고, 비행 전에 부기장이 조종실 비행준비를 제대로 해놓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며 “랜딩기어를 내리고 가면 항력이 증가해 그만큼 연료소모가 많아지는데 그 점을 계산하지 않고 대충 갔다고밖에 볼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연료부족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른 항공사 B 기장은 “예전 한 민항기가 랜딩기어 고장 상태로 미주노선을 운행하다 연료가 떨어져 인근 공항에 비상착륙한 적도 있다”며 “조종사의 업무태만 및 지식 부족이 크고, 표준운항절차 위반으로 국토부에서 처벌도 받을 수 있다”고 보탰다.
이스타항공 본사 입구. 비즈한국DB
이스타항공 측은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항변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랜딩기어가 내려진 채로 운항한다고 해도 연료 소비가 많다는 것 외에 안전의 문제는 없다. 특히 간사이공항은 돌아올 때까지의 연료를 채워 출발하기 때문에 연료소모에서도 걱정이 없었고 너무 가까운 공항이라 돌아오는 것이 더 걸리기 쉬운 곳”이라며 “기장도 김해공항에 착륙하려 했으나 대기번호가 14번이나 돼 간사이공항으로 가는 것이 더 빨라 그 쪽을 택했다. 이는 기장의 판단 문제다. 국토부에 보고했고 앞으로 정비를 철저히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 사건은 종결됐다”고 반박했다.
당시 운항을 했던 부기장은 현재 비행정지 7일 징계를 받고 이스타항공에 사직서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기장은 15일 비행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기장은 공군 예편 후 국내 대형 항공사를 거쳐 다른 저비용 항공사에 근무하다 이스타항공에 입사했다. 기장 경험은 25년에 이르는 베테랑이지만 당시 몰던 비행기 기종 경험은 1년 미만이었다.
그동안 랜딩기어 ‘사고’는 자주 일어났다. 강한 과징금 처분도 내려졌다. 지난 2014년 11월 8일 제주항공 인천발 괌행 비행기는 이륙 직후 랜딩기어가 접히지 않아 회항했다. 지난해 1월 1일 아시아나항공도 김포발 상하이행 여객기가 이륙 직후 같은 이유로 김포공항으로 돌아왔다. 지난 1월 25일 티웨이항공 역시 김포발 제주행 여객기가 이륙 직후 랜딩기어가 접히지 않아 회항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4년 11월 항공법 시행령 개정으로 과징금이 대폭 인상된 이후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티웨이항공에는 과징금 3억 원씩을 부여한 바 있다.
이스타항공 측은 과거 타사의 일과 이번 일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스타항공 운항본부 관계자는 “지난 타사 건은 감추려고 하다 문제가 불거져 일이 커진 경우다. 하지만 우리는 선제적으로 국토부에 보고했다”며 “기장, 부기장을 징계한 이유도 처음에 숨기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안전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이스타항공이 간사이로 그대로 직행한 사실이 안전을 등한시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항변했다.
최근 잇단 항공사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에 대해 조종사와 부조종사의 소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는 시각도 있다. A 기장은 “조종실엔 기장과 부기장이 있다. 둘의 관계에는 상명하복도 있지만 상호 보완이 더 크다. 이번 일은 기장이 결정한 데 대해 부기장이 반박하지 않고 기장의 의견에 따른 상명하복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것 같다”며 “조종사들끼리의 소통방법 혹은 문제해결 방법을 CRM(Crew Resource Management)이라고 해서 조종사들은 이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번에는 CRM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듯하다”고 귀띔했다.
김태현 비즈한국 기자 toyo@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