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아는가? 두 지역 주민들이 고민해서 찍은 투표로 인해 초기의 이승만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처럼 전국에서 고른 지지를 받을 대통령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대한민국은 그런 대통령을 가질 때도 되지 않았는가?
4년 이전이었으면 꿈꾸기도 어려웠을 일인데 그 가능성이 점차 열리고 있다. 지난 8월 9일 새누리당 대표경선에서 이정현의원이 당선된 것은 그 길로 향하는 매우 유의미한 사건 같다. 보수 여당에서 호남 출신이 당 대표가 된 것부터가 처음인데다, 변화가 더디게 마련인 보수정당의 매우 민첩한 변신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1958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지역정치의 혁파에 정치생명을 건 정치인이다. 그 일이 무모하다는 뜻에서 두 사람은 ‘아름다운 바보’로 불렸다. 2012년 19대 총선 때 이정현은 광주 서구, 김부겸은 대구 수성구라는 소속당의 적지(敵地)에서 출마, 고배를 마셨다.
총선 패배 후 이정현은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로 들어갔고, 김부겸은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 시장에 다시 도전했으나 역시 고배를 들었다. 두 선거에서 그가 얻은 표는 40%를 넘어 20대 총선의 승리는 그때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김부겸이 대구에서 잇달아 낙선하던 때 이정현은 2014년 7월 돌연 청와대를 나와 자신의 고향인 전남 곡성 순천에서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해 당선, 26년 만에 CK지역구 최초의 보수여당 의원이 되었다. 20대 총선에 그가 순천에서 다시 출마했을 때 지역정치가 도지지 않을까 우려됐으나 그는 지역의 벽을 거뜬히 넘었다.
이정현 후보의 당선을 알기라도 했다는 듯이 TK에서도 더민주당에 화끈하게 화답했다. 김 후보 외에 민주당 출신었다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의락 후보까지 당선시킨 것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당규에 따라 차기 대선의 관리자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차차기부터 그는 새누리당의 대선후보군에 당당히 오를 것이다. 김부겸 의원은 이미 더민주당의 차기 대선의 후보군으로 거명되고 있다.
더민주당에서 김의원이 대권 후보가 된다면 그동안도 그랬고 현재도 마찬가지인 호남과 부산 경남(PK) 연대형식의 대권 도전 구도도 바뀌게 된다. 이정현 후보의 등장은 CK지역에서 새누리당 더민주당 국민의당 간의 3파전 또는 양파전 상황을 의미할 수 있다.
이처럼 TK와 CK지역에서 몰표가 없어지고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 지역정치를 바로잡는 첫 걸음이다. 전국에서 고르게 득표해 대통령에 당선되는 선거문화가 이뤄져야 통합의 정치를 가능하게 하고 민주주의도 정상화된다고 할 수 있다. 차차기 대선쯤 해서 이정현 김부겸 두 ‘아름다운 바보’의 ‘아름다운 대결’을 기대해 본다.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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