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장소, 무대 등 예술단체가 상시이용하고, 지역주민에겐 수준높은 예술공연 무료로
제공하는 협업상생모델
[서울=일요신문] 김정훈 기자= 문화예술도시 서초구에 혁신적 모델인 문화예술단체가 둥지를 틀었다. 「서리풀오케스트라」, 「이 마에스트리」는 문화예술회관인 심산기념문화센터에, 「서초컬쳐클럽(SCC)」은 서초구민회관에 상주하게 된 것이다.
▲ SCC-좌로부터 권인하, 김세환, 김성일(성악가), 남궁옥분, 조은희 서초구청장, 김승현(MC), 민해경, 윤형주,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유열
서울 서초구(구청장 조은희)는 이들 3개 문화예술단체를 속속 유치했다고 22일 밝혔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중 전공자로 이루어진 전문예술단체가 상주하는 자치구는 강남구와 서초구 두 곳뿐이다.
「서리풀오케스트라」는 KBS교향악단, 국립오페라 지휘 등 최정상 오케스트라 지휘를 역임한 배종훈 지휘자를 선두로 오스트리아, 독일 등 해외파로 구성된 30명의 청년예술가들이다. 배종훈 씨는 이미 외신들로부터 “준비된 차세대 한국 지휘자의 탄생”이라는 호평을 받았으며, 현재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예술감독 겸 지휘자다. 단원들 또한 클래식 전공인 유학파 프로 오케스트라다. 연습무대는 반포에 위치한 심산아트홀에 사무실을 두고 공연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대신 이들은 주민들에게 매월 1회씩 무료로 예술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서리풀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갈 때는 딱딱하게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 보통 클래식 공연에는 정장을 빼입고 간식거리는 가지고 입장할 수 없도록 제한되지만, 이들의 공연은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 편한 옷차림에 미취학 자녀들과도 먹을 거리를 챙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
또한, 다른 예술단체와 차별점은 실력 있는 청년신진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오케스트라와 아카데미가 결합된 독립운영 예술단체라는 점이다. 서리풀오케스트라는 젊은 연주자들에게 앙상블 교육과 실습, 최고 수준의 연주무대에 오르는 경험을 토대로, 국내외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다리역할을 함으로써 청년고용창출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올리니스트 신 아무개씨는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왔을 때, 악단 취업이 어려워 상심이 컸는데, 서리풀오케스트라에 들어와 제 연주를 무료로 들려드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마에스트리”는 정상급 남성 성악가들이 최고의 연주기량을 자랑하며 2006년에 창단한 실력파 연주단체다. 이 단체는 서울오페라단 부단장과 예술의전당 자문위원을 맡은 양재무 음악감독과 함께 국내외 곳곳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90여명의 전문 오페라 연주자들로 구성됐다. 이 마에스트리는 국내외 평론가들로부터 “지칠 줄 모르는 다이나믹한 변화와 긴장감 넘치는 고성부 멜로디의 화려한 진행, 심장이 터질 듯한 저성부의 웅장한 하모니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한국 성악의 기량을 집대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Voice Orchestra (보이스오케스트라)라는 애칭을 갖고 전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이다. 단원들 역시 오페라 주연 가수들과 교수들로써 한국 클래식 역량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국내외를 오가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글로벌 인재들이다. 이 단체는 9월 서초구 전역에서 펼쳐지는 “서리풀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할 “만인의 합창”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양재동에 위치한 서초구민회관에는 서초문화클럽(SCC)이 상주한다. SCC는 ‘두 개의 작은별’ 윤형주, ‘과수원 길’의 김세환, ‘감수광’의 혜은이, ‘꿈을 먹는 젊은이’의 남궁옥분, ‘그대 모습은 장미’의 민해경, ‘비오는 날의 수채화’ 권인하,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유열을 비롯 MC 김승현, 성악가 김성일 씨 등 9명으로 구성된 문화예술단체다. 이들 모두 서초에 거주하는 주민들로서 지난 달 재능을 나누고 이웃에게 문화의 즐거움을 알리기 위해 뜻을 모았다. 이들은 오는 9월 26일 첫 콘서트를 열기로 하고 막바지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이처럼 구가 예술단체를 상주 유치한 이유는 집과 가까운 곳에서 예술 공연을 무료로 접해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시키기 위해서다. 보통 클래식 공연의 관람료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상주단체를 통해 일반 주민들, 특히 공연관람에 소외된 주민들에게 예술의 즐거움을 전파할 수 있다. 또한 보통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단체의 경우, 10억원 이상의 인건비가 들지만, 이번 서초구 상주 예술단체는 별도 운영예산이 들지 않아 예산절감의 장점도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7월 심산아트홀에서 처음 열린 공연에는 사전예약 티켓이 매진되는 등 3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마쳤다. 주민 이수연(40세, 방배동)은 “이런 수준의 공연은 대규모 예술회관에서 비싸게 표를 사야 볼 수 있었는데, 집에서 가까운 마을 회관에서 무료로 클래식 공연을 앞으로 계속 볼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반가운 소식이다”고 말했다.
▲ 서리풀오케스트라
이와 같은 상주 문화단체와의 협업은 자치구 내 예술활동 활성화에도 한 몫 했다. 상주 예술단체의 또다른 이점은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매달 찾아오는 고정 관객으로 이어지면서 문화예술 도시 서초의 입지를 더욱 굳힐 수 있기 때문이다. 배종훈 씨는 “문화 향유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서초구에서 가족 모두가 자유롭게 즐기는 무료 정기 클래식 공연을 통해 공익적 가치 실현과, 함께 즐기는 음악문화 융성에 이바지하는 새로운 교향악단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이번 상주예술단체 유치는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예술단체의 완성도 높은 공연을 무료로 자치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뭣보다 지역 주민들에게 큰 이점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예술단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주민들이더 많은 문화예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문화도시 서초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