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하고 나라는 대가리부터 썩는다.”(나라는 통치자 또는 권력계층이 썩으면서 망조가 들게 된다)
“내 샛서방이 남 본서방이다.”(세상사는 돌고 도는 것이다. 또는 불륜세태를 꼬집는 말)
“고추장에 풋고추 궁합이다.”(속궁합이 기가 막히게 잘 맞는 부부)
“얼러 키운 후레자식이다.”(자식을 귀엽게 키우면 버르장머리가 없게 된다)
“노처녀 골부림에는 말뚝총각이 약이다.”(노처녀의 이유 없는 짜증 병은 밑심 좋은 총각을 붙여줘야 낫는다)
“과부 몸에는 은이 서 말, 홀아비 몸에는 이가 서 말이다.”(과부는 부지런해서 돈 모아 잘 살지만 홀아비는 게을러서 제 한 몸 건사도 제대로 못한다)
“처녀 불알 빼고는 다 있다.”(무슨 물건이든 다 있으니 구경하고 가라는 장사꾼들의 곁말)
책을 엮은 정태륭 씨는 ‘상말은 생명언어이자 치유언어’라고 말한다. 생명의 원형질은 식본능과 성본능이다. 상말은 이 양대 본능을 가장 정직하고 명징하게 대변한다. 저자는 세상사 갈등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릴 때 상말전서의 아무 쪽이나 펴서 읽어보라고 권한다. 무기력했던 마음 한 귀퉁이에 생기가 돌면서 꿈틀대는 혼의 떨림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곧 상말의 생명력, 즉 욕설에 배어있는 정화기능과 치유기능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저자는 상말을 ‘호국언어’라고 말한다. 민족정기를 일깨운 말은 백성들의 투박한 말이었지 양반계층이 다림질해서 써먹던 성형된 말이 결코 아니었다. 국토를 침탈하는 외적과 싸울 때 쓴 말은 뜻이 분명하고 강렬하게 전달되는 풀뿌리 토속 언어, 상말이었다. ‘양반이 망해먹은 나라 백성이 지킨다’라는 말이 있듯 백성이 나라의 근간이고, 상말이 나라를 지킨 말이다.
이 책은 정치, 인생, 성교, 술, 부부, 가족 등 총 32분야의 상말들을 집대성하고, 상말 관련 민담 및 구전설화를 128편의 ‘관련 여담’으로 묶은 550여 페이지의 책이다. ‘사라져가는 토속어, 상소리를 대책 없이 방치하는 것은 작게는 낱말을 잃는 것이지만 결국은 겨레의 혼을 잃은 것이다’라는 저자의 외침에 한번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
채찬수 기자 chanc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