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는 대우조선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 로비에 개입한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뉴스커뮤니케이션 본사.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대우조선해양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박 대표는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꼽힌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박 대표에 대해 여러 말이 있지만 PR(홍보)업계에선 일종의 전설로 통한다”며 “정·관계는 물론 언론 쪽에도 폭넓은 인맥을 형성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워낙 상위 레벨과 어울려 그 인맥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사무직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박 대표는 1997년 2월 홍보대행사 뉴스컴을 설립하고 PR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인연을 맺은 유력 일간지 기자들은 박 대표의 든든한 후원자인 동시에 뉴스컴의 집중 ‘관리’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8월 8일 박 대표의 자택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유력 언론인 A 씨와 유착 의혹 등에 대해 확인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금품 제공 등 혐의를 들여다보는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현재 검찰은 박 대표가 정·관계 인맥을 활용해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품고 있다. 뉴스컴은 2009~2011년 대우조선과 홍보 업무 전반에 관한 계약을 했는데 계약금만 26억 원에 달해 특혜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또 당시 산업은행장을 역임한 민유성 나무코프 회장과 박 대표의 친분이 부각되면서 남 전 사장이 건넨 돈이 뉴스컴을 통해 로비용으로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남 전 사장 퇴임 후 대우조선은 뉴스컴과 연간 계약 규모를 1억 원대로 줄였다. 민 회장은 박 대표와 친분은 인정하면서도 연임 로비 의혹에 대해선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와 함께 일했던 한 대기업 홍보 관계자는 “박 대표와 민 회장은 한몸으로 보면 된다. (롯데) 신동주도 같이 작업하지 않았겠느냐”며 “박 대표는 업무 특성상 대기업들의 민감한 정보를 취급하는데 계약 종료 시점이 되면 거꾸로 클라이언트의 정보를 이용해 계약을 연장하려고 압력을 넣어 뒷말이 많았다. 대우조선이 최근까지 뉴스컴과 1억 원대 계약을 유지한 건 그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의 최측근이자 뉴스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 아무개 씨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어떤 말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현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머물고 있다. 박 대표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2004년 이명박 전 대통령(당시 서울시장)의 홍보 업무를 담당한 박 대표는 민 회장 등 친이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고 한다. 2008년에는 당시 대우조선 인수와 관련해 한 대기업으로부터 비밀리에 ‘홍보 업무’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기업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 홍보대행사와 계약하기도 하지만 오래된 일이라 정확한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재계 한 인사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당시 회장이 민유성이었는데 이걸 우연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박 대표의 인맥은 이명박 정부 들어 법조계 핵심까지 닿았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B 교회에서 박 대표는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총장은 B 교회 장로이며, 2013년 효성가 왕자의 난 과정에서 같은 교회 신도인 조현문 전 부사장과 법조계 후배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당시 변호사)을 박 대표에게 소개시켰다. 2014년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인 조현준 효성 사장을 고발한 데는 박 대표의 ‘컨설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대 사례도 있다. 2009~2010년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남 전 사장은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당시 검찰총장은 김 전 총장이었으며, 뉴스컴은 대우조선과 홍보 대행 계약을 맺고 있었다. 남 전 사장이 협력업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 등은 최근 검찰 수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신 전 부회장과 조 전 부사장은 각각 롯데와 효성의 ‘형제의 난’ 과정에서 박수환 대표의 컨설팅을 받았으며 민 전 행장은 박 대표와 친분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 DB.
과거 박 대표와 홍보계약을 한 또 다른 대기업 홍보 관계자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가능하게 만든 유능한 사람으로 안다”고 그를 평가했다. 실제 그 명성 덕분인지 뉴스컴의 고객 면면은 화려하다. 구글을 비롯해 피앤지(P&G), 화웨이, 이케아 등 다국적기업이 한국 홍보 파트너로 뉴스컴을 선택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소송을 제기한 미국계 헤지펀드 앨리엇매니지먼트도 뉴스컴의 고객이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2005년 설립한 토종 사모펀드(PEF)인 보고펀드(현 VIG파트너스) 역시 박 대표의 ‘입’을 빌렸다. 변 전 국장은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작업을 주도했는데 당시 론스타의 언론 홍보 또한 뉴스컴이 맡았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2005년 지분을 사들인 홍콩계 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언론 홍보도 박 대표가 주도했다. 굵직한 M&A의 중심에는 박 대표가 있었던 것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는 임우재 삼성전기 고문도 소위 ‘박수환 팀’의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의 재계 관계자는 “다른 회사가 피하는 사건은 다 맡아 처리하는 로비스트에 가깝다”며 “소문이 소문을 키워 과대평가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컴 측은 고객 명단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쟤계와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박 회장은 이른바 고위 네트워킹을 이용해 상류층 고객들의 리스크 관리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식사와 선물 제공이 수시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외국계 유한회사나 사모펀드 등 비교적 자금 흐름이 불투명한 회사 혹은 위기에 처한 재벌 2·3세와 거래했다. 컨설팅 명목으로 ‘박수환 팀’이 나눠 가진 돈은 최소 1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뉴스컴은 지난해에만 8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협업한 로펌의 매출은 더하지 않은 액수다.
검찰은 조만간 박 대표를 소환해 민 회장, 언론인 A 씨 등이 연루된 의혹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때 박 대표의 입은 부메랑이 돼 ‘클라이언트’에 돌아갈 수 있다. 앞의 재계 관계자는 “(효성의 경우) 형제의 난 과정에서 박 대표와 관련한 여러 의혹을 접했지만 다 말할 수 없던 것으로 안다”며 “박 대표와 얽혀 본 사람들은 그를 ‘제2의 린다김’으로 여긴다. 언론 고위직이라면 대부분 아는 얘기”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