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잠룡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하산을 준비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더민주에선 ‘문’에 밀리고 국민의당에선 ‘안’에 밀린다.” 손학규계 진영 보좌관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우선 더민주 당내 상황이 손 전 고문에게 녹록지 않다. 친문 세력은 4·13 총선 이후 당 내 70%를 장악하고 있다. 즉 ‘친문’이 큰 장벽이라는 얘기다. 2012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문 전 대표에 패했던, 전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손학규계 진영 A 보좌관은 “친문과 친안 세력이 없는 제3지대에서 경합할 것으로 보인다. 손 전 고문의 나이 때문에 다음 경선에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외에 현실적인 방안이 없지 않느냐”며 제3지대론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같은 진영 B 보좌관은 더민주에서 손 전 고문이 대선 경합을 치를 가능성에 대해 귀띔했다. B 보좌관은 “손 전 고문이 더민주에 남아 비주류와 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4·13 총선을 거치며 친문 세력이 70% 정도 남았다. 비주류 30%와 연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력한 당 대표로 떠오르고 있는 추미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다면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중심으로 당 내에서 반문 세력이 뭉치지 않겠냐는 의미다.
하지만 이 역시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 실장은 “모든 가능성들이 본인이 주체가 아니다. ‘누가 잘 안 된다면’ ‘누가 무엇을 한다면’이라는 가정법이다. 자기 프레임에 들어가 있지 않다. 이것이 손 전 고문의 현실이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손 전 고문의 국민의당행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앞서 나온 B 보좌관는 “손 전 고문은 더민주 당원이다. 탈당하면서까지 단순히 흥행을 위해 국민의당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탈당하게 되면 배신자로 낙인찍혀 복당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C 보좌관도 여기에 무게를 실었다. “손 전 고문에게 국민의당행은 악수다. 국민의당 지지 기반이 호남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호남만으로 승부를 걸기엔 약하다는 의미다”라며 ‘통합의 틀’을 생각하고 있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제3지대론’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제3지대론이 유력하긴 하지만, 대선 주자라면 당 내에서 정당하게 승부를 해야 한다. 당 내에서 어려우니 제3지대로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손 전 고문은 매번 도피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손 전 고문은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경쟁자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에 밀리자 불공정 경선을 명분으로 탈당한 바 있다.
전계완 정치 평론가는 “손 전 고문은 국민의당에 갈 수도 있는 것처럼 액션을 취해야 하고 국민의당 또한 끊임없이 손 전 고문 등 거물급 잠룡에게 러브콜을 보내, 서로 판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대선에 나가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손익을 따질 상황이 아닐뿐더러 본인 주가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3지대론은 명분상으론 매우 유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이해관계상 선택되기 어렵다. 안정권에 있는 국회의원들이 텃밭을 버리고 가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가능성이 있다면 되게 하는 것이 정치인이다”라고 말했다.
한 평론가는 손 전 고문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점쳤다. “마땅찮아서 제3지대론 얘기가 나오는 것 아니겠나. 그렇게 정의화 전 의장, 이재오 전 의원 등 마이너들이 합치면 마이너리그밖에 되질 않는다. 자칫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인식 될 수 있다. 최소한 유의미하려면 남경필 경기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등 50대 그룹이 합류해야 하는데 손 전 고문과 콘셉트가 맞지 않아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