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군(7)이 추락해 숨진 인천 부평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창문 일부에 추락 방지용 안전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 군(7)이 자신의 집에서 추락해 사망한 것은 지난 8월 20일 오후 5시 37분이었다. 인천시 부평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14층에 살고 있던 A 군은 이날 의붓어머니인 B 씨(23)와 목욕을 마친 뒤 혼자서 작은 방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잠시 뒤, 1층 아파트 상가 근처를 지나던 행인에 의해 숨진 A 군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A 군이 작은 방의 창문을 타넘고 장난을 치다가 추락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방은 창문 옆에 침대가 위치해 있어 A 군이 침대를 딛고 창문으로 올라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창문에는 방충망만 설치돼 있을 뿐 추락 방지용 안전 장치가 없기 때문에 창문이 모두 열리면 키 1m20cm가량의 왜소한 A 군이 쉽게 추락할 수 있었다.
경찰과 아동기관에 따르면 A 군은 평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앓아 왔다. 이 때문에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해 늘 기저귀를 착용하고 다녔으며, 사고 당일에도 실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마 B 씨는 아들을 씻긴 뒤 기저귀만 채워 방으로 보냈다고 진술했다.
생후 50일 만에 생모가 집을 나가면서 A 군은 줄곧 친할머니와 살다가 지난해 10월부터 재혼한 아버지(34)와 의붓어머니, 그리고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이날 아버지는 출근을 한 상태였으며 외할머니는 산책하러 나가 집을 비웠다. 집 안에 있던 유일한 인물인 B 씨는 아들의 사고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목욕을 마친 뒤 피곤해서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는 것이 B 씨의 주장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A 군의 부모는 평소에도 A 군이 자주 몸을 부딪쳤고, 책상이나 식탁 등 높은 곳에 올라갔다가 떨어져 내리는 등 거친 장난을 치는 일이 많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DHD 아동의 특징 중 하나인 심하게 활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 군은 2개월 전부터 정신과에서 약물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성향 때문에 이날도 침대 위에 올라가서 장난을 치던 A 군이 창문으로 넘어간 뒤 실수로 떨어졌을 것이라는 추측에 대해서 경찰도 큰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A 군의 몸에 난 멍 자국이다. 추락사고로는 발생할 수 없는 멍이 온몸에서 발견되면서 경찰은 아동학대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경찰에 따르면 A 군의 몸에서 발견된 멍 부위는 팔, 다리, 등과 배 등 옷으로 가려지는 부위다. A 군의 부모는 이에 대해서 “ADHD 때문에 생긴 상처”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 군의 학교는 학기 초였던 지난 3월 말, A 군의 몸에서 멍 자국을 발견해 학교전담경찰과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매일 교장이 교문 앞에 나와 등교하는 학생들을 하나씩 살펴보는데 A 군은 늘 얼굴과 팔 다리 등에 심한 멍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담임 교사가 아무리 물어봐도 A 군은 “몰라요”라며 답변을 피했다. 아이가 행동이 산만해 자주 넘어지면서 상처가 생겼다는 이야기는 A 군의 부모로부터 처음 들을 수 있었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아동을 보호하고 감독할 의무가 있는 학교로서는 A 군의 멍에 대한 진실을 알기 위해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신고를 받은 인천 아동전문기관과 삼산경찰서 관계자 등 5명이 현장 조사를 나와 A 군의 학대 여부를 살폈다.
기존 언론보도에서는 기관이 부모의 진술을 받아들여 A 군의 몸에 난 멍 자국을 ADHD에 의해 생긴 것으로 판단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기관 관계자는 “처음부터 (부모의) 신체적 학대로 판단했으며, 사례 구분 역시 아동학대로 파악했다”며 “아동에게 ADHD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것이지 아동의 몸에 생긴 상처가 학대가 아닌 ADHD로 인해 생긴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 군의 부모는 아동기관의 실태 조사가 있기까지 A 군이 ADHD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조사 과정에서 정신과 치료 상담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A 군의 부모는 이 당시 기관 조사에서 “A 군을 체벌한 것이 맞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다만 A 군이 심한 ADHD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가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했기 때문에 양육 과정에서 훈육 차원으로 이뤄진 체벌이라고 해명했다. 기관 측은 “당시 기관은 체벌과 학대의 경계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아동과 부부에 대한 심리치료를 진행하고 가정을 예의주시해 왔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하기 일주일 전까지 지역아동기관은 A 군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었다고 한다. 다만 기관 측은 현재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학대와 이번 사건을 섣불리 연관시키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8월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 군의 온몸에 생긴 멍 자국이 학대의 흔적인지, 넘어지거나 부딪쳐서 생긴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는 1차 소견을 밝혔다. 이후 독극물 검사 등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부검이 진행될 예정이다.
수사를 맡고 있는 인천 삼산경찰서 측은 “부모 역시 갑작스럽게 자식을 잃었기 때문에 학대 여부에 대해서 수사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라면서도 “다만 A 군이 추락으로 인해 사망한 것은 맞지만 그 이전에 학대가 지속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수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