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음식이 종양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연구발표에 대해 전문의들은 보충제가 아닌 식품으로 적당히 먹는 것은 별 문제 없다고 설명한다. | ||
콩을 많이 먹는 아시아인들은 서양인에 비해 유방암, 전립선암이 적다. 동양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이 미국 여성의 10∼25%에 불과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것을 콩 속에 들어 있는 강력한 항산화성분인 이소플라본의 작용 때문으로 본다. 폐암이나 난소암의 발생을 막는 역할도 한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해서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부르기도 하는 ‘이소플라본’은 뇌졸중, 치매, 갱년기 장애 등을 막아주는 동시에 노화 방지, 항암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부나 된장, 두유 등 여러 종류의 콩 가공식품 중 순두부에 이소플라본이 가장 많고 노란 콩보다는 검정콩에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장이나 콩기름에는 들어 있지 않다.
이소플라본이 아니더라도 육류 섭취를 꺼리는 암환자들에게 콩만큼 좋은 단백질 공급원도 드물다. 성인이 필요로 하는 단백질을 섭취하려면 육류는 400g을 먹어야 하지만, 콩은 140g만 먹어도 될 정도로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콩을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콩만으로 모든 아미노산을 섭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메티오닌 같은 필수아미노산이 빠져 있어 완전하지 못하다.
하지만 이소플라본이 좋은 효과만 기대되는 것은 아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오히려 암 발생을 촉진시킬 수 있다거나, 갑상선 이상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풍부한 클로버를 많이 먹은 양들이 불임 증세를 나타냈다는 보고도 있다.
최근에 나온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암평의회(The Cancer Council New South Wales)의 발표도 타목시펜(Tamoxifen)이라는 유방암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이소플라본이 고용량으로 들어있는 콩 보충제를 섭취했을 때 약효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확실치 않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유방암 환자가 콩 식품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콩에서 일부 성분(이소플라본)만 추출한 ‘콩 보충제’(건강식품이나 약제)를 피하도록 권고했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위원회(위원장·허갑범)는 “뉴사우스웨일즈암평의회의 발표가 마치 모든 콩 식품을 먹지 말라는 뜻으로 잘못 전해졌다”며 “유방암 환자라도 콩 식품을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고 적당히 먹는 정도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주치의와 상의해 일반 콩 식품과 콩 보충제를 구분해 섭취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콩 식품이나 콩 보충제가 유방암, 전립선암 등 호르몬 의존성 암의 발생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들 암의 성장을 촉진시키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아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따라서 백미보다는 현미, 흰밀가루보다는 통밀가루가 건강에 좋은 것처럼 콩도 이소플라본 같은 특정 성분만을 뽑아낸 콩 보충제보다는 콩을 통째로 먹거나 콩으로 만든 두부, 두유 등의 콩 제품으로 모든 성분을 섭취하는 게 낫다.
심장병이나 뇌졸중, 동맥경화 등으로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도 지나치게 콩을 많이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콩 속에 들어있는 풍부한 비타민 K가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 최근 가루나 환 등으로 다양하게 제품화돼 인기를 끌고 있는 청국장도 마찬가지다. 비타민 K는 청국장 외에도 간이나 계란·우유·시금치 등에도 많이 들어 있다.
▲ 두부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이 꾸준히 사랑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팔다리에 심한 통증으로 고생하는 통풍을 예방하는 데는 콩, 버섯의 식물성 단백질이 효과적이다. 요산 수치가 높아지면 통풍이 오기 쉬운데, 고기에 많은 동물성 단백질과 달리 식물성 단백질은 오히려 통풍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심장병 등을 막는 데도 좋다. 콩에 포함된 지방은 50%가 리놀렌산 등의 불포화지방. 동물성 지방을 과잉섭취해 혈관에 끼는 콜레스테롤을 청소해 주는 작용을 한다.
콩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일종인 클라이신과 알지닌은 혈중 인슐린을 낮춰 당뇨병 예방에 좋고, 인지질의 하나인 레시틴은 두뇌발달, 노인성 치매 예방에 좋다. 올리고당 성분은 장 속에 좋은 세균인 비피더스균이 잘 자라도록 돕는데, 비피더스균은 장운동을 촉진시켜 변비를 없애고 발암물질 생성을 억제해 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실이 1개라면 득이 9개로 많은 식품이 콩. 물론 아무리 좋은 식품이라고 해도 지나치게 한두 가지만 열심히 먹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 식품을 통해 고른 영양을 섭취하는 균형된 식생활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콩 섭취량은 어느 정도일까. 하루에 두유 2~3컵, 두부 반 모, 콩가루 반 컵, 콩 반 컵 정도다.
껍질이 단단해서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이 콩의 단점. 콩 속의 ‘트립신인히비터’라는 단백질은 체내의 소화효소인 트립신의 활성을 억제해 단백질 소화를 방해한다. 하루 전에 불렸다 삶아 먹거나 두부, 두유, 콩비지 등 소화율이 높은 콩 식품으로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 미리 콩가루를 만들어 두거나 구입해서 된장국이나 나물에 콩가루를 넣어 먹는 것도 맛과 영양을 살리는 좋은 방법이다. 또는 차가 생각날 때 물, 우유에 콩가루 2~3작은술을 넣어 마셔도 된다. 입맛에 따라 꿀이나 소금을 조금 넣는다.
콩과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은 해조류. 콩과 해조류를 함께 먹으면 사포닌으로 인해 배설되기 쉬운 요오드, 칼슘, 칼륨 등의 성분을 보충할 수 있어서 좋다. 사포닌은 인삼에도 들어 있는 성분으로 피를 맑게 해주고 노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된장은 부추와 함께 먹으면 좋다. 나트륨 함량이 높고 비타민 A, C가 부족한 된장에 함께 넣고 끓이면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고혈압 같은 성인병이 있으면 싱겁게 먹는 것이 좋은데, 된장처럼 염분이 걱정되는 콩 식품을 조리할 때 미역 등의 해조류를 넣으면 염분을 흡수하는 작용이 있다.
한 가지, 어린 아이들에게 우유 대신 두유를 주로 먹이는 경우에는 칼슘 섭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성장기에 칼슘이 부족하면 뼈의 성장이 늦어질 수도 있다.
민간요법으로 혈압이 높거나 변비가 심할 때는 날콩 또는 볶은 콩을 천연식초에 절인 초콩을 매일 10~20알 정도 먹으면 좋다. 검은콩을 이용하면 더 효과가 크다. 또 눈의 피로를 덜고 피를 맑게 하는 데는 콩나물과 양파 등으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으면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위원회, 을지대 식품영양학부 서정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