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 진출 4년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은 김시우 프로(21·CJ대한통운). 연합뉴스
그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의 세지필드CC(파70)에서 열린 윈덤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3언더파 67타, 최종합계 21언더파 259타로 PGA투어 진출 4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으로 페덱스 순위가 43위에서 15위까지 치솟아 플레이오프 4개 대회 출전권을 획득한 그는 “꿈같고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많이 긴장했는데 잘 이겨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7월 버바솔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하기도 한 그는 떡잎부터 남다른 ‘골프천재’로 알려져 있다. 여섯 살에 골프를 시작해 중학생 시절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냈으며,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국가대표에 몸담았다.
상비군 시절인 2009년에는 호심배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한국오픈 출전권을 획득했고, 이로써 일찌감치 투어무대를 경험했다. 국가대표 시절에는 신한동해오픈(2010년) 공동 6위, SK텔레콤오픈(2011년) 9위, 캘러웨이월드주니어대회(2011년) 6위 등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 2012년에는 타이 트라이언의 PGA투어 퀄러파잉(Q)스쿨 최연소 통과 기록(2001년)을 한 달가량 앞당기며 PGA투어 진출의 꿈을 이뤘다.
‘골프천재’에게도 시련은 피해가지 않았다. PGA투어 Q스쿨을 최연소로 통과했지만 규정상 18세 미만자에게는 PGA투어 공식 대회 출전이 불가했다. 따라서 초청 대회와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를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공식 대회에 출전하기 전 초대된 대회는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대회와 푸에르토오픈이다. 하지만 데뷔전을 치른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대회에서는 3라운드 후 컷오프 탈락했고, 푸에르토오픈에서는 1라운드를 마치고 허리 통증으로 기권하고 말았다.
윈덤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한 김시우 프로가 우승이 확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에 접어들며 김시우는 다시 한 번 ‘골프천재’의 모습을 되찾았다. 25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과 준우승을 각 한 번씩 기록했고, 톱10에 총 세 번 진입했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상금만 22만 5268달러(약 2억 5230만 원)로, 상금랭킹 10위에 올랐다. 상금랭킹 25위권 내에 진입한 그에게 PGA투어 시드권은 다시 쥐어졌다.
PGA투어에 재진입한 직후부터 김시우는 계속 도약했다. 지난 1월에만 소니오픈 4위, 커리어빌더챌린지 공동 9위를 기록했고, 지난 7월 버바솔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버바솔챔피언십에서 4차 연장전 끝에 아쉽게 우승의 기회를 놓친 김시우는 윈덤챔피언십에서 기량을 한껏 뽐냈다. 한때 PGA투어 상금랭킹 1위에 올랐던 통산 5승의 루크 도널드를 5타차로 따돌리며 여유롭게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시련을 극복하고 PGA투어 기대주로 떠오른 그에 대해 골프전문가들은 욕심을 버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12년 PGA투어 Q스쿨을 통과했을 당시 “타이거 우즈와 맞붙고 싶다”고 강한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PGA투어 재진입 이후 “시드 유지가 가장 큰 목표이기 때문에 올 시즌에는 PGA투어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너무 욕심을 많이 부리면 꼭 망치게 된다” 등의 얘기를 하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골프에 임했다.
25일 PGA투어 플레이오프 첫 경기인 바클레이스(총상금 850만 달러, 우승상금 148만 달러)가 미국 뉴욕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주립골프장 블랙코스(파71, 7468야드)에서 열린다. 김시우는 리우올림픽에서 남자골프 감독을 지낸 최경주와 함께 바클레이스 시리즈 4개 대회(도이체방크챔피언십, BMW챔피언십, 투어챔피언십)에 모두 출전한다. 바클레이스에 함께 출전하는 강성훈과 노승열은 바클레이스 성적에 따라 도이체방크챔피언십 출전 여부가 결정된다.
유시혁 비즈한국 기자 evernuri@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