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세형은 사실상 고정 출연자와 다름없이 <무한도전>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의 합류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어 의구심을 키운다. ‘물오른’ 감각을 과시하는 양세형은 최근 <무한도전>에 활력을 불어넣는 주역으로 인정받는 데다 시청자의 호평도 잇따르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제작진만큼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양세형의 합류와 관련한 문의가 계속되지만 제작진은 시원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사진 출처 : <무한도전> 공식 페이스북
물론 일련의 상황은 ‘인기 연예인의 예능프로그램 출연 타진’ 정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동안 인기 프로그램 참여 여부를 놓고 관심을 얻은 스타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무한도전>은 국내에서 가장 탄탄한 팬덤을 가진 프로그램이자, 시청자의 충성도면에서도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시청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집계되는 토요일 오후 6~7시에 방송하는 데도 줄곧 10%대 중후반의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소재부터 출연진, 제작 방식에 이르기까지 전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 냉정한 평가도 받는다. 때문에 양세형의 멤버 합류 여부는 <무한도전>을 둘러싼 ‘빅이슈’로 통한다.
# 정형돈 공식 하차 선언…양세형에 기회
양세형이 <무한도전>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기 시작한 때는 올해 6월 방송한 웹툰 특집에서부터다. 유재석과 박명수 등 베테랑 개그맨들과 맞붙어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재치와 감각을 발휘한 그는 시청자는 물론이고 제작진의 ‘눈’까지 사로잡았다.
이후 양세형은 3개월째 <무한도전>에 빠짐없이 출연하고 있는 상황. 최근 미국 LA로케에도 참여해 <무한도전> 멤버들과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를 따랐다. 또한 제작진이 세 달 전부터 기획해 제작한 <무한상사> 특집에도 출연했다. 단발성 참여가 아닌 장기 프로젝트에 꾸준히 몸담는 탓에 이제는 <무한도전>의 멤버로 자리 잡은 분위기다.
때마침 정형돈은 <무한도전> 하차를 결정했다. 불안장애 탓에 방송 활동을 중단했던 정형돈은 회복이 늦어지면서 <무한도전>을 관두기로 하고 7월 29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정형돈의 자리가 공석으로 남게 되면서 자연히 양세형에 더 뜨거운 시선이 쏠렸다.
실제로 <무한도전>이 보유한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은 양세형이 고정 멤버로 합류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3개월여 동안 그가 보여준 재능과 활약이 시청자의 신뢰를 높이는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기존 출연진도 양세형에 상당한 호의를 보인다. 리더인 유재석은 방송에서 “프로그램에 상당히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도 맡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준하 역시 양세형과 출연하고 있는 또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 <무한도전>의 고정 멤버로 추천하는 등 여론을 모았다.
사진 출처 : <무한도전> 공식 페이스북
# 양세형의 고정 합류…왜 늦어지나
상황이 이런 데도 제작진이 양세형의 합류를 선뜻 발표하지 못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무한도전>이 갖는 특수성과 상징성이다.
2006년 <무모한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시작해 올해 10주년을 맞은 <무한도전>은 그 화제성만큼이나 여러 논란에도 자주 휘말려왔다. 더욱이 최근에는 공익적인 성격의 소재를 자주 선택하면서 시청자의 기대치 역시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프로그램에 애정이 각별한 시청자들은 제작진의 작은 실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냉정하게 비판하는 역할도 자처한다. 때문에 <무한도전>은 유독 냉혹한 평가에 직면할 때가 잦다.
이런 관심은 곧 높은 시청률과 광고 수익 등으로 이어졌지만 한편으로 제작진을 곤혹스럽게 하는 결과도 만들어낸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고정 멤버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개그맨 장동민과 관련한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장동민이 고정 출연 여부를 놓고 성급한 언행을 해 시청자의 반감을 샀다. 결국 장동민이 아닌 광희가 <무한도전>의 멤버로 합류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제작진으로서는 시청자의 다양한 반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양세형이 아무리 맹활약을 한다고 해도, 성급한 결정 대신 시청자의 반응과 여러 의견을 살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양세형 역시 <무한도전> 출연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그저 제작진의 결정만 따른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무한도전> 녹화날인 목요일에는 다른 스케줄을 정하지 않고 시간을 비워두고 있다. 제작진의 러브콜에 곧바로 응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마쳐놓는 셈이다.
아직 고정 출연으로 합류하지 않았는 데도 양세형이 <무한도전>으로 얻는 효과는 상당하다. 최근 인기 광고 모델로도 주가를 높이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이 되면서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 출연 횟수도 늘었다. 2003년 데뷔해 13년째 활동하는 가운데 맞이한 최고의 전성기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