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입단자들의 대다수는 오랜 연구생과 도장 생활을 거쳐 탄생한다. 연구생은 프로기사를 지망하는 꿈나무들을 말한다. 한국기원에서는 이들을 프로기사로 배출하기 위해 관리하는데 대부분의 입단자들은 이 연구생 제도를 통해 프로에 데뷔하게 된다. 그리고 바둑도장은 이들 연구생들을 발굴, 육성하는 전초기지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올림픽 양궁보다 경쟁이 치열한 입단 관문을 뚫기 위해 노력하는 충암도장의 바둑 꿈나무들.
충암도장은 2011년 문을 열었다. 역사가 짧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기존에 운영 중이던 유창혁 도장, 양재호 도장, 허장회 도장이 한데 뭉쳐 탄생했다. 여기에 지난해 인근 명지도장까지 합세했으니 규모나 인원 면에서 국내 최대 규모다.
현재 80여 명이 입단을 목표로 도장에 적을 두고 있으며 입문반과 바둑교실, 성인반 등을 더하면 바둑을 지망하는 인원만 약 160명 정도 된다.
“충암도장의 최대 강점은 충암고등학교와 연계해 고등교육과 바둑교육을 병행, 수업한다는 점입니다. 혹시 입단에 실패하더라도 최소 고등학교 졸업장은 손에 쥐어줘야 한다는 게 저희 입장이에요. 프로 말고 아마추어로 살아가는 방법도 같이 모색하고 있습니다.”(조국환 운영원장)
예전에는 심한 경우 중학교 진학도 포기하고 바둑에 올인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충암도장의 경우 최소 오전수업은 받고 오후부터 바둑수업을 한다.
충암고등학교 출신 프로기사는 이창호 9단, 유창혁 9단을 비롯해 150여 명에 달하며 총 단위는 1000단에 육박한다.
프로를 지망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까. 현재 충암바둑도장, 양천대일바둑도장, 장수영 바둑도장, 이세돌 바둑도장을 국내 4대 도장으로 꼽는데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바둑도장의 월 수강료는 90만~100만 원 정도다. 여기에 숙식을 한다면 50만 원 정도가 추가된다. 꽤 목돈이 들어가는 것 같지만 타 종목에 비하면 비싼 편은 아니다. 다른 종목이 시간별 로테이션이 가능하고 분당 레슨비를 받는 데 반해 바둑도장은 거의 종일제다. 충암도장의 경우 학교수업을 마친 오후 1시 20분부터 9시까지가 정규수업 시간이고 일부 도장은 오전 9시부터 시작하는 곳도 있으니 이 정도면 관리받는 것에 비해 비싸다고 하기 어렵다.
바둑도장의 문을 두드릴 정도면 기재는 있다고 봐야 한다. 대개 입단 직전의 연구생 신분인 경우가 대다수이고 최하 연구생을 목전에 두고 있는 아이들이 도장에 적을 두고 있다.
‘입단’에 대해 말을 하려면 우선 ‘연구생 제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재)한국기원에서는 1년에 17명의 프로기사를 선발하는데 대략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여자 프로기사 4명을 뽑고, 15세 이하 영재입단대회를 통해 5명을 선발한다(영재입단대회는 15세 이하만 참가가 가능). 여기에 연구생리그 내신1위 1명, 연구생 입단대회를 통해 1명, 지역 연구생 1명에 누구나 참가가 가능한 일반인 입단대회를 통해 5명을 더해 총 17명이 선발된다.
입단자의 대부분이 배출되는 연구생은 1조~6조로 편성돼 있으며 철저히 실력 위주로 나뉜다.
1조가 가장 강한 집단으로 연구생 1군이라 불리는 1조~3조는 조당 12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매주 주말마다 풀리그를 통해 승급과 강급을 반복한다. 2군인 4조~6조는 한 조에 32명이 속해 있다. 여기는 스위스리그를 통해 역시 등급이 결정된다. 가장 아래 등급인 6조에서 성적이 나쁠 경우 연구생에서 퇴출되는 것이다.
흔히 올림픽 양궁에서 금메달 따는 것보다 국가대표 되기가 더 어렵다고 하는데 바둑 연구생제도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못하지 않다.
충암도장에서 실질적 운영을 맡고 있는 최규병 9단은 바둑 보급을 위해서라도 입단 문호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최규병 9단에게도 고민은 있다. “입단 문호가 넓어졌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바둑계가 상금제로 전환됐기 때문에 이미 프로 라이선스는 별 의미가 없어요. 현재 저희를 비롯해 각 바둑도장 원생 중 약 10%만이 입단에 성공하고 나머지는 사장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럼 프로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고도 퇴출되는 셈인데 이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지요. 개인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낮춰 지금보다 많은 이에게 프로 면장을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력이 안 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길을 찾겠지요. 하지만 그땐 패배자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들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면서 바둑을 자연스럽게 전파하리라 봅니다. 그게 진정 바둑을 보급하는 일 아닐까요. 바둑계가 좀 더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