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차량은 편평비가 극도로 낮은 타이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위 차량을 보면 타이어의 고무가 차지하는 부분이 극단적으로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휠을 큰 사이즈로 바꾸는 인치업은 자동차를 스포티하게 보이도록 해 당당하고 위엄 있는 모습으로 보이게 한다. 현재 쏘나타(LF) 기본형은 16~18인치 휠을 선택할 수 있는데 10년 전의 쏘나타(NF) 기본형이 15~16인치만 선택할 수 있던 것과 비교된다. 심지어 지금은 아반떼(AD)조차 17인치 휠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고 또 타인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흔한 소비재가 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에는 신차를 구매하는 단계부터 휠을 고를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신형 쏘나타의 경우 최저가 사양(스타일, 2250만 원)에서 16인치 휠을 적용하고 있지만, 한 단계만 높은 사양(스타일 스페셜, 2381만 원)을 선택해도 17인치 휠이 기본 적용된다. 18인치 휠을 선택하려면 중간급 사양(스마트, 2545만 원)에서 25만 원을 추가하면 된다. 10년 전엔 최고사양(프리미엄 스페셜, 2955만 원)에서만 18인치 휠이 가능했다.
과거에는 최고 사양을 사야만 최대 사이즈의 휠을 적용할 수 있었다. 단지 대형 사이즈 휠이 갖고 싶었을 뿐인데, 울며 겨자 먹기로 원치 않은 다른 고급 옵션까지 구매해야 했다. 옵션 선택이 다양하지 않았던 점은 국내 메이커들이 자주 지적받은 부분이었다. 그러나 지난 5~6년 동안 수입차시장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국산차들은 옵션 선택의 폭을 넓히는 쪽으로 대응해 왔다.
수입차들은 운송·통관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개별 옵션 주문을 받으면 상당히 오래 기다려야만 차를 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판매 및 재고관리가 용이하도록 2~3가지 옵션만 운영한다. 색상도 2~3가지로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에 국산차들은 옵션의 경우의 수를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차별화를 시도해왔다.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좌)와 높은 타이어(우). 편평비가 낮을수록 타이어가 측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
# 낮은 편평비의 매력
휠이 크면 왜 스포티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실제로 스포츠카 또는 F1 머신 등에는 대형 휠과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를 사용한다. 코너링에서 한 쪽으로 쏠린 차체가 빨리 안정적인 자세를 회복하고 새로운 거동을 준비해야 하는데 타이어가 수축됐다 회복되는 물리적인 시간 지체가 발생한다. 따라서 측면 두께가 얇은 타이어로 변형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는 우사인 볼트 같은 단거리 육상선수가 쿠션이 전혀 없는 신발을 신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쿠션이 있으면 탄력을 받아 더 빨리 뛸 수 있을 것 같지만 쿠션의 원상회복 속도보다 선수가 발을 떼는 시간이 더 빠르기 때문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또 극한의 고속주행 시 타이어의 변형으로 인한 ‘스탠딩 웨이브’를 줄이기 위해서도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를 쓴다.
F1 머신을 보면 극단적으로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를 적용하는데 이는 승차감보다 운동성능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스포츠카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대신 불리해지는 승차감은 값비싼 전자제어서스펜션으로 보충한다. 역시 자동차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머니(money)다.
다만 이런 스포츠 튜닝은 오프로드가 아닌 포장된 도로만 달리는 차에 한정된다. 비포장도로를 자주 달린다면 편평비가 큰(측면에서 고무가 차지하는 부분이 큰) 타이어를 사용해 충격흡수를 우선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이 편평비가 비교적 큰 타이어를 사용하는 이유다. 어떻게 보면 지난 10년 새 국내 곳곳에 도로가 잘 깔린 것도 편평비가 낮아진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휠은 금속으로 돼 있으므로 사이즈가 커지면 당연히 무게가 늘어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알루미늄 합금 등 더 가벼운 소재로 만든 휠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트럭이나 버스 등에만 강철 휠(스틸 휠)이 쓰이고, 대부분 승용차에는 알루미늄 합금 휠이 사용된다.
자동차의 모든 소재는 가벼울수록 속도와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휠은 가볍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다른 소재와 달리 휠은 오히려 무거우면 직진주행 시 관성이 커지므로 연비에 도움이 되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는 고속도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이 많은 경우고, 정체가 잦은 일반 시내주행이라면 가벼운 휠이 연비에 더 좋다.
구형 자동차일수록, SUV일수록 편평비가 높은 편이다. 베라크루즈가 발표될 때까지만 해도 국내 도로 사정이 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
# 휠 선택엔 결국 심미안이 중요
휠 인치업 시 주의할 점은 기존 휠보다 너무 큰 휠을 달면 안 된다는 점이다. 아반떼에서 순정부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큰 사이즈인 17인치 대신 제네시스용 19인치 휠을 달면 휠하우스에 타이어가 닿을 수 있고, 측면에서 봤을 때도 차체 밖으로 돌출될 수 있다.
휠 인치업 자체는 합법적인 튜닝 항목이지만, 타이어가 차체 밖으로 돌출되거나 휠하우스 등 차체에 닿으면 불법이다. 인치업은 차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1~2인치 이내에서 하는 것이 좋다.
그 외에도 허브링의 규격과 볼트의 규격이 맞아야 하는 등 여러 주의사항이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휠과 차체가 심미적으로 잘 어울리느냐다. 수십 년 경력의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검증에 검증을 거듭해 달아놓은 휠을 심미안이 없는 일반인이 사제 휠(전용 휠이 아닌)로 교체했을 때 잘 어울리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사제 휠은 그것을 장착할 차를 고려하고 만든 것이 아니므로 아무 차에나 달면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튜닝의 끝판왕은 순정’이 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알려드릴 팁. 주차하다가 보도블록 턱에 휠을 갉아 먹었다면 휠 복원을 하면 된다. 강력한 모래바람(샌드 블라스트 샤워)으로 기존의 도장을 벗겨낸 후 긁힌 부위에 용접으로 금속을 녹여 붙인 뒤 연마기로 갈아내고 도장을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순정 휠 위에 휠과 동일한 모양의 얇은 금속판을 덧붙이는 휠 커버(개당 3만 원 이하)도 있는데, 장착 후 순정품과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우종국 자동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