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군의 아자방 카페가 10년이 넘도록 영업신고를 하지 않고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일요신문] 경북 청도군이 휴게음식점과 일반음식점 등의 행정관리에 허점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이 지역 명소로 잘 알려진 한 유명 카페 운영자는 10여 년이 넘도록 영업신고를 하지 않고 불법 운영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 청도군 ‘아자방’ 카페(전통찻집)가 돌연 문을 닫았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청도 각북면에 자리한 카페 ‘아자방’은 청도군의 명소로 알려져 지역민들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 청도를 찾는 관광객 등에게도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청도군과 청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월 말께 주민들의 제보를 통해 ‘아자방’에 대한 단속을 벌여 무단 불법 영업 사실을 적발했다. 군은 ‘아자방’의 불법영업에 대한 행정조치로 영업점을 폐쇄시키고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아자방 업주를 경찰에 고발했다.
문제는 10여 년을 넘게 영업을 해온 ‘아자방’이 최근까지 어떻게 영업신고를 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운영을 해왔느냐 하는 것이다. 아자방은 영업신고가 반드시 필요한 사업장이다. 관할청에 신고를 하지 않고 영업을 할 수가 없다. 식품위생법상 휴게음식점 영업으로 분류된 ‘아자방’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또는 해당 신고관청에 영업신고를 하고 영업신고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영업신고증을 발급해줘야 할 관할청에서는 여태껏 단 한 차례도 영업신고필증에 대한 조사 및 단속을 실시하지 않았다.
문제는 또 있다. 관할청인 청도군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경찰에 제출한 고발장에는 ‘아자방’의 영업시작 일시가 2014년 6월 1일로 특정돼 있다. 이와 관련해 청도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실제 아자방을 다녀간 사람들이 올린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검색해도 2014년 6월보다는 한참 전에 영업을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며 “적어도 아자방은 10여 년 넘게 불법으로 영업을 해왔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도군민이 누구나 알 수 있는 아자방의 영업시기를 축소해 고발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자방은 청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진 힐링 명소다.
이로 인해 관계기관이 무신고로 찻집을 운영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 해당 카페에 대해 지속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은 지역인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낳고 있다. 특히 공무원들도 이를 묵인하거나 방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 감사기관의 감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청도군청은 아자방의 지속적인 불법영업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청도군 위생과 관계자는 “아자방 운영자가 영업신고를 하지 않고 여태껏 영업을 해온지 모르고 있었다”며 “그만한 규모의 카페라면 당연히 신고를 하고 영업을 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무도 바쁘고, 인원부족으로 인해 단속 자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건 사실”이라며 “이번 그 카페(아자방)가 불법영업을 해 온 사실도 인근 주민들의 제보로 단속이 실시돼 적발됐다”고 해명했다. 또 “단속 관계에 있어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고, 단속 당시 밖으로 알려지지 말아야 할 일들과 민감한 사항도 있어 더 이상의 정보공개는 어려울 것”이라고 일축했다.
아자방이 돌연 문을 닫았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의아해 하며 글을 남겼다.
아자방 업주의 도덕성도 도마에 올랐다. 한 주민은 “지금까지 불법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의 액수만 해도 상당할 텐데 어떻게 오랫동안 그렇게 규모가 큰 찻집을 운영하면서 영업신고를 하지 않고 운영을 해 왔는지 모르겠다”며 “이는 필시 수년 전부터 담당 공무원 등과 모종의 관계를 맺어 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주민은 “아자방 업주는 지역에 기부도 상당히 해 오고, 특히 지역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며 “조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이번 일이 업주의 의도적인 행각이라면 청도군의 이미지도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청도경찰은 아자방 업주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한 지난 8월 2일 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조사 과정을 마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최창현 기자 ilyod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