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의 유상감자로 삼성그룹의 금융지주 체제가 사실상 골격을 갖추게 됐다. 새로운 비용 지출 없이 새로운 지배구조를 완비하는 묘수의 연속이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율은 15%다. 삼성화재가 보유한 자사주 755만 주(지분율 15.9%)를 사오면 30%를 채울 수 있다. 현재 시가로 약 2조 2000억 원이다.
삼성카드는 지난 8월 31일 발행주식의 5%에 해당하는 579만 주를 자사주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투입되는 자금은 2536억 원이다. 삼성카드는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분율이 이미 72%에 육박한다. 그런데 왜 삼성카드가 자사주를 매입할까.
신용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는 자산 23조 원에 자본 5조 6000억 원이다. 2~3위권인 삼성카드는 자산이 19조 원이지만 자본이 신한카드보다 많은 6조 6000억 원이나 된다. 신용카드 사태를 겪으며 삼성캐피탈과 합병하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이 자본을 확충해 다소 비대해졌다. 유상감자를 하면 자본을 적정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삼성카드 시총은 5조 8000억 원. 자본총계보다 8000억 원이 적다. 유상감자 가격이 현 주가보다 높을 수 있다. 유상감자의 목적은 삼성생명에 돈을 주기 위해서다. 자사주 비율이 높으면 삼성생명 외에 다른 주주들에 유출되는 현금을 줄일 수 있다.
삼성카드 자본을 절반으로 줄이면 주주들은 약 3조 3000억 원을 챙길 수 있다. 이 경우 삼성생명 몫(72%)은 약 2조 4000억 원이다. 현 시가 기준으로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지분을 30% 이상 확보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2조 5000억 원이다.
삼성 금융부문의 지분이 움직이고 있지만, 주로 내부거래다. 자사주 매입이 일부 있지만, 외부 주주들이 투자수익을 낼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삼성카드는 유상감자 가격과 현 주가 간 괴리를 채우는 정도의 움직임이 예상된다. 삼성증권은 자사주 매입 효과 정도를 기대해볼 만하다. 삼성생명도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 외에 펀더멘털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만 삼성화재의 경우 비수익자산이었던 계열사 지분이 유동화되면서 재무구조가 좀 더 강해질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