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콩의 효능과 관련해 부정적인 연구 결과가 몇 건 발표됐지만 아직은 좀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
하지만 최근 남성이 콩에 많이 함유된 이소플라본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불임 위험이 높아진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발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기회에 그동안 잘 모르고 있던 콩의 또 다른 면, 그리고 효과적인 섭취요령에 대해 알아본다.
콩 식품이 남성의 정자 수를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것은 미국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의 호르헤 차바로 박사팀이다. 최근 미국비뇨기과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콩에 많이 들어 있는 이소플라본을 많이 섭취하면 정자의 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호르헤 차바로 박사팀은 불임치료를 받고 있는 부부 100쌍 중 남편을 대상으로 정자를 채취하고 15가지 콩 식품을 3개월 동안 어느 정도나 먹었는지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콩 식품을 하루 0.5회 먹은 사람의 정자수가 콩 식품을 먹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적었다고. 콩 식품을 하루 0.5회 먹은 사람의 정자는 밀리리터당 평균 6500만 마리로, 콩 식품을 먹지 않은 사람보다 40%나 적은 수준을 보였다. 참고로 건강한 남성의 정자 수는 밀리리터당 8000~1억 2000마리가 정상이다. 2000만 마리 이하로 적을 때는 불임으로 본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차바로 박사는 “콩 식품에 함유된 에스트로겐 유사 호르몬인 이소플라본이 정자 생산을 촉진하는 다른 호르몬의 활동을 방해해 정자 수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연구결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앨라배마대학의 독성학 전문가인 스티븐 반스 박사는 “지금까지 발표된 관련 연구와는 상반된 내용이지만, 과거에 섭취한 콩 식품의 양을 근거로 어떤 결론을 끌어내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동물실험에서는 이소플라본을 과다 섭취하면 정자의 수태 능력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했다. 인체에 대해서는 일부이긴 해도 어린 아이에게 콩을 먹이면 호모가 될 확률이 높아지고, 생식기의 크기가 작아진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정확하지 않은 만큼 이번 연구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고, 더 많은 연구를 통해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런가 하면 두부 등 콩으로 만든 식품의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미미하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미국 심장협회 산하의 한 위원회가 지난해 <순환(Circulation) 저널>에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위원회는 또 콩 혹은 콩에서 추출되는 이소플라본이 폐경기 여성에서 나타나는 발열현상 등을 줄이는 데 별다른 효과가 없었고, 이소플라본이 유방암, 요도암, 전립선암 등을 예방한다는 사실에도 함께 의문을 제기했다.
이 연구가 나오기 전에는 매일 최소 25g의 콩 단백질을 섭취하면 콜레스테롤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보고가 잇따르면서 미 식약청(FDA)이 1999년부터 콩 제품에 심장병 발병 위험 감소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표시할 수 있도록 허용해 왔다.
하지만 이후 심장협회는 더 많은 논문을 검토, 콩 식품을 다량 섭취할 경우에도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로 부르는 저밀도지단백(LDL)을 불과 3%밖에 줄이지 못했으며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지단백(HDL), 혹은 혈압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심장협회에 따르면 물론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품과 비교하면 콩이 더 좋은 식품이지만,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를 목적으로 콩과 콩 식품을 많이 먹는다면 효과가 기대하는 것보다 적다는 사실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 다시마 호박 등과 함께 조리한 콩식품은 항암효과가 높다. 사진은 다시마 두부 샐러드. | ||
올해 초 “콩 음식이 종양 성장을 촉진시킨다”며 “특히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등의 호르몬 의존성 암인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암평의회의 발표 역시 많은 논란을 불렀다. 건강을 위해 콩이나 콩 식품을 즐기던 이들은 ‘그럼 모든 콩 식품을 먹지 말라’는 이야기냐며 혼란스러워했다. 콩이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대장암 등을 예방한다는 상식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발표는 ‘유방암 환자가 콩 식품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콩에서 일부 성분만 추출한 콩 보충제를 피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잘못 알려진 것이다. 콩 보충제는 콩에서 이소플라본 등의 일부 성분만 추출해서 만든 건강식품이나 약제를 말한다. 연구팀은 타목시펜(Tamoxifen)이라는 유방암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이소플라본이 고용량으로 들어있는 콩 보충제를 섭취했을 때 약효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확실치 않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위원회는 “유방암 환자라도 평소 식생활에서 콩 식품을 적당히 먹는 정도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콩 식품, 콩 보충제를 구분해서 섭취 여부를 판단하라”고 조언했다.
아직까지는 콩 식품이나 콩 보충제가 호르몬 의존성 암의 발생, 성장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반면 미국보다 콩을 많이 먹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여성들의 유방암 발생률은 현저히 낮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강력한 항산화작용을 하는 이소플라본 외에도 식이섬유, 트립신 저해제 등의 여러 가지 항암성분의 작용으로 본다.
이처럼 콩의 또 다른 면을 알려주는 연구결과 중에는 충분한 검증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 많은 편이다. 효과적인 섭취요령을 알아둔다면 콩만큼 좋은 식품도 드물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제대 식품과학부 문갑순 교수는 “콩 보충제가 아닌 콩이나 두부, 두유 등의 콩 식품을 섭취해서 문제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콩만 지나치게 먹기보다는 영양의 균형을 생각해 골고루 먹으면서 콩을 조금 더 자주 먹는다는 생각으로 먹으라”고 조언했다.
‘밭에서 나는 쇠고기’인 콩을 제대로 섭취하는 방법은 우선 이소플라본처럼 콩에서 특정 성분만을 뽑아낸 콩 보충제보다는 콩을 통째로 먹거나 콩을 통째로 이용해서 만든 두부, 두유 등의 콩 제품으로 모든 성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를 위해서도 식이섬유가 많은 껍질까지 먹어야 한다. 흰쌀밥보다는 현미밥이 좋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위장이 약해 소화능력이 떨어진다면 콩보다 소화흡수율이 훨씬 뛰어난 두부, 비지 등이 낫다. 날콩에는 아이들의 성장을 막거나 단백질의 소화를 방해하는 성분이 있어서 익혀서 먹는 게 좋고, 된장이나 청국장 등으로 발효시켜 먹는 것도 좋다.
콩의 항암효과를 높이고 싶다면 요즘 많이 나오는 호박, 다시마 등의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식품과 함께 조리하는 메뉴를 고르도록 한다. 콩을 고를 때는 유전자조작의 가능성이 큰 수입산보다는 국산 콩을 사용한 것인지, 가능하면 유기농 제품이 낫다.
건강 상태에 문제가 있을 때는 의사에게 콩 섭취여부나 섭취량에 대해 문의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인이 많이 들어 있는 콩을 신장이 나쁜 사람이 지나치게 먹으면 신장에 무리를 주거나 칼슘 배설을 촉진해 칼슘 부족이 될 수 있다. 또 동맥경화나 뇌졸중, 심장병 등으로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는 콩이나 콩으로 만든 건강식품이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 청국장 외에도 우유, 달걀, 시금치 등에 많은 비타민 K 성분 때문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인제대 식품과학부 문갑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