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전경.
검찰은 이 부회장이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과정 및 정관계 로비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유서에서 “비자금은 없다” “2015년까지 모든 결정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했다”는 등의 내용을 남겼다. 신 회장과 비자금의 연관성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수사팀에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일요신문>은 이 부회장이 자살 전 만난 지인 A 씨를 어렵게 접촉할 수 있었다. A 씨는 롯데 수사가 한창이던 때 서울 강남 모처에서 이 부회장 및 또 다른 재계 인사와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고 털어놨다. A 씨는 이 부회장이 회사와는 별개로 변호사 선임을 해야하는지 고민했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음은 A 씨의 말이다.
“이 부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제2롯데월드와 관련해 문제가 생기는 것이었다. 롯데에서 40년을 근무한 이 부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 못지않게 제2롯데월드에 공을 들였다. 건축 전 과정을 대부분 챙겼다. 완공됐을 때는 눈물을 흘릴 정도로 기뻐했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검찰이 제2롯데월드 인허가 로비와 관련해 어느 정도 물증을 잡은 것으로 생각했다. 또 자신을 불러 이 부분들에 대해 추궁할 것을 상당히 우려했다.”
실제로 검찰은 그룹 차원에서 조성된 비자금 중 일부가 제2롯데월드 인허가 로비에 쓰였을 가능성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여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A 씨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제2롯데월드와 관련된 민감한 자료들을 별도로 보관해왔다고 한다. 검찰 수사 방향에 따라 이 부회장이 ‘타깃’이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앞서의 서울중앙지검 인사도 “제2롯데월드 인허가 로비는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사안이고, 이 부회장에게 확인할 내용들이 꽤 있었다”라고 귀띔했다.
A 씨는 “이 부회장은 입이 무거운 사람이다.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았지만 제2롯데월드 인허가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 또 관련 자료를 어디에 뒀는지도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위로를 건네자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며 한숨을 여러 번 내쉬었다”고 전했다.
이어 A 씨는 “자신이 모시는 총수 일가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제2롯데월드마저 비리에 연루될 가능성이 나오자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아마 모든 것을 본인이 안고 가겠다는 마음을 먹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