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활동을 중단한 국민 가수가 새 앨범을 발표했다. 보통 새 앨범 발표는 곧 활동 재개를 의미하지만 나훈아의 경우는 조금 애매하다. 2005년 ‘고장 난 벽시계’ 발표 이후 무려 12년 만에 ‘연정’, ‘백년길’, ‘추억의 대관령’ 등 새 음원 3곡을 공개하는데 이미 지난 1982년에 만들어진 곡이다. 35년 전에 녹음된 음원을 현대적인 음악 톤으로 다시 제작한 것으로, 생존 가수의 수십 년 전 레코딩을 디지털로 복원해서 발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생존 가수인 만큼 새로 녹음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훈아가 무려 12년 만에 새 노래를 발표하지만 최근에 새롭게 녹음한 노래가 아닌 이미 35년 전에 녹음한 곡이다. 따라서 새 앨범이긴 하지만 컴백을 의미하는 새 앨범으로 보긴 힘들다.
그럼에도 그가 다시 자신의 음원을 다시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은퇴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나훈아가 지난 10여 년 동안 철저히 대중과 거리를 두고 지냈기 때문이다. 이번 새 음원 발표는 최소한 나훈아가 ‘은퇴한 가수’가 아닌 ‘현역 가수’임을 재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된 것만큼은 분명하다.
가요관계자들 사이에서 나훈아의 컴백 시기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됐지만 기본적인 공통 사항은 이혼 소송이 마무리된 이후일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미 한 차례 부인 정수경 씨가 이혼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까지 가서 나훈아가 승소했다. 이후 정 씨가 또 다시 이혼 소송을 제기해서 공판이 진행 중인데 오는 10월 14일 1심 판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물론 판결에 불복해 2심을 가고 또 다시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그렇지만 우선 1차적인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그리 멀진 않았다.
항간에선 이번 새 음원 발표가 사실상의 이혼 선언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나훈아가 35년 만에 대중에 공개한 노래가 바로 ‘연정’이기 때문이다. ‘연정’은 나훈아가 김지미와 결별한 뒤 이별의 아픔을 담아서 만든 노래로 알려졌다. 김지미와 결별한 1982년에 만들어진 이 노래가 정식으로 발매되지 못한 까닭은 바로 이듬해인 1983년 나훈아가 정 씨와 결혼했기 때문이다. 35년여의 세월이 흘러 이제 나훈아는 정 씨와 두 번째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다. 나훈아는 소송 과정에서 일관되게 이혼을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렇지만 정 씨와의 결혼으로 인해 미공개 상태로 있던 ‘연정’을 담은 새 앨범을 발표한다는 것은 결국 정 씨와의 결혼이 끝났음을 공식화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정확한 속내는 나훈아 본인만 알고 있겠지만 가요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런 해석이 탄력을 받으며 컴백 임박설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아무래도 가장 적절한 컴백 시점은 올해 안이다. 올해가 바로 나훈아의 데뷔 50주년이기 때문이다.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이나 방송 등을 통해 컴백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울 수 있다.
나훈아의 컴백 관련 공연설이 가장 뜨겁게 불거진 시점은 바로 지난해다. 실제로 지난해 초 MBC가 광복 70주년과 나훈아 데뷔 50주년을 기념한 빅 콘서트를 기획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사실 MBC와 나훈아는 그 인연이 깊다. 지상파 3사 가운데 나훈아의 특집 공연을 방송했던 곳 역시 MBC가 유일하다.
당시 공연 기획은 나훈아의 거절로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3월 MBC TV <리얼 스토리 눈> ‘트로트 황제 나훈아의 돌아온 편지’ 편이 방송됐는데 그 내용은 아내 정수경 씨와의 이혼 소송 관련 내용이었다. 정수경 씨의 인터뷰가 주요한 방송 내용이었던 터라 나훈아 측이 상당히 서운해 했다는 후문이다.
나훈아의 정확한 데뷔 50주년은 바로 올해다. 따라서 올해 나훈아가 공연을 통해 가요계로 돌아온다면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공연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나훈아 측에 접근하고 있으며 나훈아 측 역시 기념 공연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한 공연기획사가 나훈아의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어느 정도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해당 공연기획사는 오랜 기간 나훈아와 호흡을 맞춘 최측근 인사를 영입해 ‘나훈아 데뷔 50주년 기념공연’ 프로젝트를 전담하도록 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달라진 나훈아의 행보도 컴백설을 부추기고 있다. 나훈아는 이혼 소송이 진행되는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에 연거푸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 4월 조정기일에 참석했을 당시에는 환한 미소를 띠고 취재기자와 어깨동무를 하기도 했다. 그만큼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지난 2008년 루머 해명 기자회견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는데 여유롭게 취재진을 대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2008년 기자회견에서 나훈아는 취재진과 각을 세우는 모습이었는데 그 전부터 나훈아는 매스컴과 다소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렇지만 8년 만에 나타난 나훈아는 두 명의 기자와 어깨동무를 할 정도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요즘 나훈아는 양평 소재의 아라기획 사무실에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훈아가 오랜 잠행을 이어갈 당시에는 양평 사무실도 그리 자주 찾지는 않았다. 양평 사무실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과거에는 나훈아가 오는 일이 1년에 몇 차례 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자주 온다고 한다. 이처럼 사무실을 자주 방문하는 과정에서 새 앨범이 발매됐다. 가요관계자들은 과거와 달리 사무실에 자주 나타난다는 것은 결국 뭔가 활동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것이 단지 새 앨범 발표가 아닌 컴백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가요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일본 미국 부산 거쳐 최근 양평 사무실 목격담 잇따라 요즘 나훈아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 것일까. 2008년 이후 나훈아는 대중들의 눈에서 완전히 멀어진 채 지냈다. 지인 결혼식에 참석하는 모습 등이 몇 차례 공개되긴 했지만 매우 드문 일에 불과했다. 공식석상은 물론이고 사적인 자리에서도 그의 모습이 매스컴에 포착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국내에서 거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서 나훈아가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 체류 중이라는 소문만 떠돌아 다녔을 뿐이다. 나훈아의 지인들 사이에선 2008년 기자회견 이후 한동안 나훈아가 일본 오사카에서 지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일본 오사카에 나훈아의 오랜 지인이자 일본 진출 당시 활동을 도왔던 일본 연예계 관계자가 있는데 그의 도움으로 오사카에 거처를 얻어서 지냈다는 얘기가 꽤 설득력 있게 알려졌던 것. 그 이후 나훈아는 미국으로 거처를 옮겼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이로 인해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한인사회에서 나훈아 목격담이 지속적으로 국내 언론에 알려지기도 했다. 기자 역시 미국 동부 코네티컷주와 뉴저지주에서 나훈아를 직접 봤다는 구체적인 목격담을 제보받기도 했다. 요즘 나훈아는 주로 한국에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 목격담이 더 자주 들린다. 특히 올여름 나훈아를 부산에서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오기도 했다. 지난 2007년 나훈아가 공연 계획을 취소하고 돌연 잠적했을 당시 나훈아가 부산에 머물고 있다는 추측이 난무했다. 나훈아가 부산 출신이기 때문으로 보이는 데 이런 추측은 결국 부산을 배경으로 한 각종 루머만 양산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실제 나훈아를 부산에서 봤다는 목격담을 없었다. 그리고 올여름에서야 비로소 부산 목격담이 등장했다. 특히 이혼 소송 조정기일과 변론기일에 연이어 직접 참석하며 매스컴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주로 경기도 양평에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양평에는 나훈아가 설립한 연예기획사인 아라기획 사무실이 있다. 최근 들어 나훈아는 자주 아라기획 사무실을 찾는다고 한다. 양평에는 별도의 거처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훈아가 양평의 한 외딴 곳에 직접 집을 지었는데 나무와 정원석 등 조경 하나하나까지 직접 할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다만 그곳 역시 몇 년 전 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나훈아의 한 오랜 지인은 “양평에 공을 들여 집을 만들었는데 그곳마저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나훈아 씨가 상당히 씁쓸해했다”며 “조용히 홀로 지내려고 마련한 곳인데 거기까지 외부에 알려지면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다시 그곳에서 지내는지 양평에 또 다른 거처를 구했는지는 확실지 않다”고 말했다. [섭] |
아내에 보낸 손편지, 소송 결과에 영향 미칠까 지난 8월 26일 오후 나훈아와 부인 정수경 씨의 이혼 소송 4차 변론기일이 열렸다. 앞서 3차례의 조정기일을 통해 이혼 합의가 시도됐지만 무산됐고 결국 재판을 통해 결론을 내리게 되면서 4차 기일은 변론 기일이 된 것. 3차례의 조정 기일과 한 번의 변론 기일을 거친 나훈아와 정 씨의 이혼 소송 1심은 오는 10월 14일 판결이 이뤄질 예정이다. 과거 일요신문과의 인터뷰 당시의 정수경 씨. 기자는 4차 변론 기일 하루 전인 8월 25일 정 씨를 만났다. 정 씨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짧은 만남이 이뤄졌는데 인터뷰 등을 위해 약속된 만남은 아니었고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한 기자가 4차 변론 기일을 준비 중이던 정 씨를 우연히 만난 것. 이날 정 씨는 소송 진행 과정에 대해 “아무런 변화도 없이 똑같은 상황”이라며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처럼 이어지고 있다”고만 답했다. 나훈아와 정 씨는 이미 한 차례 이혼 소송을 거쳤지만 대법원까지 가서 정 씨가 패소했다. 정 씨는 나훈아가 연락을 돌연 끊고 자녀 부양비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며 이혼을 요구했지만 대법원은 정 씨의 주장을 “이혼 사유로 보기 어렵다”며 혼인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나훈아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 인해 국내 법조계에선 이혼 소송을 둘러싼 파탄주의와 유책주의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정 씨는 1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에도 같은 이유로 이혼 소송을 제기한 정 씨는 “이렇게 남남처럼 살라고 대법원에서 혼인 관계를 유지하라 판결한 것이 아니고, 다시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라는 의미였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여전히 연락이 되지 않는 등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며 다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과연 두 번째 이혼 소송 1심에선 어떤 판결이 나올까. 이 대목에서 나훈아의 달라진 행보가 눈길을 끈다. 기본적으로 첫 이혼 소송이 끝나고 두 번째 이혼 소송이 제기될 때까지의 과정 동안 나훈아는 정 씨를 양평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나훈아는 정 씨에게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해서 같이 살자고 제안했다. 이에 정 씨는 “미국에서 이뤄진 이혼을 해결하고 귀국하라는데 그건 본인이 직접 미국 법원을 방문해야 한다. 내게 할 수 없는 일을 전제로 귀국하라는 건 핑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나훈아는 미국에 있는 정 씨와 손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명확한 연락의 증거인 손편지를 보낸 것은 나훈아가 ‘부부 사이인데 연락조차 안된다’는 정 씨의 주장에 대해 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왔다. 또한 나훈아는 첫 이혼 소송 당시와 달리 직접 조정기일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결국 만남과 손편지, 법원에서의 조정 기일 참석 등 나훈아의 달라진 행보가 이번 이혼 소송의 결과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법조계의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