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 측은 예년에 비해 투자비용을 늘렸을 뿐 실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올 상반기 매출액은 2180억 원으로 지난해 1850억 원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 인터파크는 판매촉진비를 지난해 상반기 84억 원에서 올해 130억 원으로 올리는 등 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상반기 투자에 대한 성과를 거둬들일 여지가 있다”며 “특히 투어부문에서 높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파크는 상반기 동안 특가 판매 등을 통해 해외항공권 점유율 확보에 나섰다. 하반기부터는 투어 관련 마케팅 예산을 줄여 영업이익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최근 일어난 인사도 투어부문 강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인터파크는 지난 6월 김동업 단독대표체제에서 강동화·박진영 각자대표체제로 전환했다. 박진영 대표는 2012년 3월부터 인터파크 자회사인 인터파크투어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그가 부임한 2012년 인터파크투어는 매출 47억 원, 당기순손실 4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3년 후인 2015년 매출 126억 원, 당기순이익 4350만 원으로 실적을 끌어올렸다. 업계가 박 대표의 취임을 투어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이유다.
한편 쇼핑부문과 도서부문은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티켓·공연 등을 담당하는 ENT부문은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만큼 현상 유지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인터파크의 온라인 티켓 예매 시장점유율은 7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파크는 하반기 투어부문에서 높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출처=인터파크 홈페이지
문제는 해킹사건으로 하락한 신뢰도다. 인터파크는 지난 5월 초 해킹당해 1000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새어나갔다. 인터파크는 두 달이 지난 7월 11일에야 해킹 사실을 인지해 관리가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해킹 사건이 소비자에게 알려진 건 2주 후인 25일이라서 사건 은폐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경찰이 비공개로 수사를 진행했고 회사도 범인을 빠르게 잡기 위해서는 당분간 공개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범인 검거가 늦어지면 개인정보가 추가 유출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터파크 임원진들에 대한 신뢰도도 좋지 않다. 해킹이 일어난 5월, 강동화 대표를 비롯한 7명의 임원이 스톡옵션을 통해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임원들이 챙겨간 차액은 총 4억 원이 넘는다. 스톡옵션 행사 기간은 2022년 3월까지로 많이 남아 있다.
강 대표는 지난해 11월에도 스톡옵션으로 1억 4755만 원을 챙긴 바 있다. 이때는 인터파크의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탈락 직전이다. 따라서 탈락 소식을 미리 알고 주식을 매각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인터파크 측은 “우연히 시기가 맞아 떨어졌을 뿐 별개의 문제”라고 해명했다.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법무법인 평강은 지난 8월 1일 피해자 77명을 대리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장을 제출했다. 같은 달 10일에는 2차 소송에 들어갔다. 2차 소송에 참여한 인원은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파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면 피해보상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결국 인터파크의 신뢰도 회복 여부가 향후 실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성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파크는 2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 및 개인정보 유출로 부진한 모습이 지속되고 있다”며 “3분기부터는 마케팅 비용 감소로 실적이 회복될 전망이지만 개인정보 유출 관련 이슈 해결 여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각자대표체제는 차기 대표를 위한 징검다리? 인터파크에 좋지 않은 일이 겹치면서 강동화·박진영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강 대표는 인터파크 경영기획팀장 출신으로 내실경영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그는 해킹사고가 터졌을 때 입장자료를 내면서 직접 사과하는 등 이미지 회복에도 힘쓰고 있다. 박 대표는 주력 사업인 인터파크투어를 책임지는 만큼 사업비전 제시에 노력하고 있다. 강동화 인터파크 대표(왼쪽)와 박진영 인터파크 대표. 사진출처=인터파크 홈페이지. 일각에서는 이미 이상규 인터파크홀딩스 사장이 차기 대표로 내정됐다는 말이 나온다. 이 사장은 인터파크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지 않아 바로 대표가 될 수 없다. 즉 이 사장이 대표로 선임되기 전까지만 각자대표체제로 경영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1996년 인터파크 설립을 함께한 창업멤버로 지난해에는 인터파크 인터넷은행 추진단장을 맡는 등 경영에도 깊이 관여해왔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이 사장의 인터파크 대표 취임이 염두에 없는 건 아니다”라며 “그러나 아직 확정된 건 없고 내년 주주총회 이후에나 이 사장의 행보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