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청년 주식부자로 방송에서 유명세를 탄 이희진 미라클홀딩스 대표의 사기 사건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미라클인베스트먼트 홈페이지 캡처.
이희진의 수법을 요약하면 비상장사 주식과 폰지게임(ponzi game)이다. 기업공개(IPO)는 시장에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다. 담보가 없으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게 국내 현실이다. 상장만 되면 거액의 돈을 시장에서 끌어들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 때문에 상장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국내에서 기업이 상장하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상장사와 합병하는 이른바 뒷문(back door) 상장, 둘째 영업실적과 일정 수준 이상의 재무건전성 등 스스로 실력을 갖추는 방법이다. 그러나 둘 다 돈과 시간이 든다. 당장 돈이 필요한 비상장기업들에 상장은 그림의 떡일 수 있다.
이희진 대표의 수법은 돈이 필요한 기업들에 자금을 융통하고, 돈을 벌고 싶은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주는 방식이다. 비상장기업의 주주들은 상장 전이라도 장외시장 등을 통해 주식을 거래하고자 한다. 일단 거래만 되면 주식 가치가 오르기 때문이다. 기업주 입장에서도 장외시장이나마 주식발행을 통해 돈을 조달할 길이 생긴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비상장 주식의 가격이다. 상장 주식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이 증시를 통해 시장가격을 형성한다. 그런데 이 대표는 가격을 스스로 정했다. 기업에서 주당 1만 원에 주식을 받아와 투자자들에게는 10만 원에 파는 게 가능한 구조다. 1만 원이던 주식의 가치가 10만 원까지 올라가지 못하면 심각해진다. 더욱이 10만 원을 주고 산 주식의 실제 가치가 그보다 한참 못 미치고, 심지어 상장되지 못해 거래도 잘 안 된다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 몫으로 돌아간다.
이 대표는 이미 국내 유력 경제신문 계열의 증권방송을 통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아직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흙 속의 진주’를 발굴해 준다는 그의 말에 많은 투자자가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종합편성채널 등에서는 그를 ‘성공한 청년 사업가’로 소개, 유명세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는 특히 투자자들의 믿음을 얻기 위해 일정 기간 높은 투자수익을 보장해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폰지게임으로, 투자자들에게 받은 투자금으로 또 다른 투자자들에게 투자수익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높은 투자수익을 실제로 확인한 투자자들은 더 많은 투자금을 넣고, 결국 ‘판’이 더 커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희진 씨의 경우뿐 아니라 현재 증권방송이나 증권전문이라고 하는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어마어마한 수익을 보장한다는 문구를 앞세운 ‘자칭’ 전문가들이 많다”며 “하지만 수익보장이라는 말은 곧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펀드매니저와 자산운용사 대표를 지낸 한 인사는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1년에 3%짜리 예금이나 안정적으로 연 5%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상품에도 돈이 모일 정도다. 그처럼 높은 수익은 운 좋게 초단기 한두 번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결코 지속할 수는 없다. 그들이 그렇게 높은 수익을 낼 실력이 있다면 벌써 세계적인 재벌이나 명사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이 씨와 이 씨의 동생 등이 검찰에 체포돼 구속됐지만 재판을 받더라도 피해자들이 손실금액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들이 이미 재산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그들이 재력을 동원해 유명 로펌 등을 변호인으로 내세울 경우 실제 형량도 그리 무거워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씨 형제가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재산을 현금화해 은닉하고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박봉준 피해자모임 대표는 “형인 이 씨가 동생을 통해 부동산과 주식을 현금화한다는 정황 증거가 이미 나왔다”며 “이 씨 형제를 고발할 때도 검찰에 해당 내용을 알렸고, 검찰도 재산 은닉 정황에 대해 수사를 진행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 씨는 구속을 피하고자 체포 직전 “지금 가진 돈이 얼마 없으니 먼저 합의를 본 사람만 돈을 받아갈 수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단체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의 변호인단도 “협상을 통해 피해금액 일부를 되돌려줄 수 있다”며 협상을 제안했지만 피해자 모임은 이를 모두 거절했다.
검찰이 이 씨를 구속하면서 밝힌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금융투자업 인가 없이 투자매매회사를 설립해 2014년 7월부터 지난 8월까지 1670억 원가량의 주식 매매를 한 행위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11조를 위반한 것으로 444조 벌칙에 해당하는데, 인정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2억 원 이하의 벌금이다.
또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비상장 주식에 대한 성장 가능성·전망 등을 방송에서 사실과 다르게 포장해 이야기한 뒤 주식을 팔아 150억 원가량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도 받는다. 이는 자본시장법 178조 위반으로, 인정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최대 3배의 벌금형이다.
올해 2월부터 8월까지는 원금을 보장하고 고수익을 올려주겠다고 해 투자자들로부터 220억 원을 끌어 모은 혐의도 있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최열희 언론인
‘누가 최후에 웃을까’ 시소현상 보이는 한진해운-현대상선 주가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간 한진해운과 채권단 관리 아래 있는 현대상선 주가에 ‘시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현대상선 주가가 급등하더니 한진해운에 대한 제한적인 자금 지원 소식에 현대상선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지난 8월 30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행(行)이 결정되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추가적인 자금지원 부담에서 벗어났다. 산업은행은 이미 6600억 원 규모의 한진해운 여신에 ‘추정손실’ 등급을 적용해 100% 충당금을 쌓았다. 하루 뒤 금융위원회는 한진해운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에 넘기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출자전환 등을 통해 현대상선 주식 2500만 주(지분율 약 14%)를 갖고 있다. 한진해운이 해운동맹인 ‘CKYHE’에서 사실상 퇴출되면서 운항 차질로 항공 운임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운임이 오르면 정상영업 중인 현대상선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다. 현대상선 주가는 8월 30일 7.53%, 31일 25.57% 급등했다. 한진해운 주가는 30일 24% 급락했고, 31일 거래가 중단됐다. 그런데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이 일어나고 여론이 악화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계자들은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시 비상경영계획 수립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서운해 했다. 반면 한진 관계자들은 “법정관리 신청 대신 우리 요청대로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면 물류대란을 피하는 것은 물론 경영정상화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결국 지난 7일 한진그룹과 채권단은 동시에 한진해운에 대한 긴급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이번 지원으로 한진해운은 알짜 자산만 현대상선에 넘긴 채 청산되는 게 아니라 일단은 존속할 가능성이 커졌다. 주가 움직임도 반전해 한진해운은 반등하고, 현대상선은 상승폭 상당 부분을 반납하는 조정을 겪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대부분 배가 선박금융에 묶여 있고, 해외 노선들은 현대상선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기존 화주들이 새 주인인 현대상선에 화물을 꼭 맡긴다는 보장도 없다. 법정관리 과정에서 인력 이탈 가능성도 있다. 현대상선이 알짜 자산만 챙겨가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의 알짜자산을 사이에 둔 산업은행과 한진그룹 간 힘겨루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 알짜자산을 최대한 현대상선에 넘겨야 향후 매각 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해운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한진그룹도 알짜자산에 대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조양호 회장과 대한항공이 1000여억 원의 자금 지원을 하면서 한진해운이 보유한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잡았다. 롱비치터미널은 한진해운의 주요 물류자산이다. 한진그룹은 이미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 지원을 명분으로 한중, 한일 등 아시아 운항권 일부와 베트남 항만 지분, 해외상표권 등의 자산을 매입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