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모병제 도입을 거론하자 일각에서 대선을 위한 ‘포퓰리즘’ 아니냐는 비난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같은 해 9월 참여정부의 국방개혁안 ‘2020 국방개혁’도 모병제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개혁안엔 병력 규모 감축과 첨단 기계화 전환, 징병제와 모병제의 과도기를 메울 수 있는 유급지원병 제도 도입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별다른 성과 없이 흐지부지됐다.
남 지사는 9월 5일 열린 모병제희망모임 제1차 토크에서 “군은 현 63만인 병력규모를 2022년까지 52만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구 추이를 고려했을 때 2025년 전후로 ‘인구절벽’이 도래해 50만 이상 병력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군 병력을 30만 명으로 감축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남 지사는 “월 200만 원 정도 대우를 해야 한다. 추가 부담은 약 3조 9000억 원이 소요될 것이다. 30만 명으로 군을 감축하면 예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재 63만 군대를 유지하는 데 드는 전력운용비가 16조 4000억 원이므로 규모를 절반으로 감축하면 운용비도 절감돼 비용 충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두관 더민주 의원도 남 지사와 한 목소리를 냈다. 김 의원은 토론회에서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과 스펙경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청년들에게 군 복무는 또 하나의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모병제는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군대 위상과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얘기했다. 김 의원은 2012년 민주통합당 후보였던 당시에도 대선 경선에서도 공약으로 모병제를 내건 바 있다.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토론회에서 “오래전부터 모병제가 선진국 추세가 됐다.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한 뒤에도 여전히 미국군대는 세계 최강”이라며 “한 방에서 혈기왕성한 청년 수십 명이 집단 감금생활을 하면 사고가 터지기 마련이다. 병역 가혹행위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것이다. 군의 유지를 위한 사회적 비용도 적게 들며 병역과 관련된 각종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라고 말했다.
박철규 모병제희망모임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군 안보는 신뢰를 잃었다. 북의 경우에도 재래식 병력에 의존하지 않고 대량 살상 무기 개발에 힘쓰고 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북한의 남침을 어떻게 대비하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선거철마다 나오는 포퓰리즘이다. 당장 입대해야 하는 20대 초반 청년들과 그 청년들을 군에 보내야 하는 부모들의 표를 얻기 위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주변 안보 상황을 완전히 무시한, 반국가적 발상이다. (남 지사 측은) 30만 명 병력으로 줄이자고 하고 있다. 그러나 북쪽은 117만 대군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지는 이 사무국장의 주장이다.
“병력을 감축하면서 첨단무기를 사려면 50조 넘는 예산이 든다. 현재 병력과 인건비로 계산을 했을 때 (남 지사가 말한) 30만 명을 기준으로 한다면 최소 11조 원의 예산이 더 들게 된다. 가장 결정적으로 계층 간 위화감이나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재력 있는 사람은 군대를 가지 않게 될 것이고 서민들은 ‘먹고 살기 위해’ 가게 될 것이다.”
모병제와 징병제를 혼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군 출신 백군기 더민주 국방안보센터 센터장은 “모병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연적인 것이다. 다만 지금 당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모병제와 징병제를 혼합해야 한다.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를 고려하면 10년 뒤엔 현재 병력을 유지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복무 기간을 늘려야 하는데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백군기 센터장은 “국방력을 정예화시켜야 한다. 국방은 과학화 전문화되고 있다. 게다가 재래식 전쟁이 아닌, 첨단 과학 전쟁이다. 21개월 근무로는 첨단 장비를 다룰 수도 없고 숙달된 병사를 만들기도 힘든 짧은 시간이다. 또 입대하기 전에 1년을 준비하고 끝나고 복학 기다리며 6개월 이상을 허비한다. 근 4년을 군대로 묶여 있는 것이다. 모병으로 충분히 병사의 수가 채워지면 나머지 인력은 징병으로 채우고 복무 기간을 단축해주면 된다. 모병은 전투병으로 키우고 징병은 행정과 지원하는 역할을 주면 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방부는 “현재 안보 상황, 국가 재정 상태, 인력 획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아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어느 한 단면만 갖고 얘기할 순 없다”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