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의 과거 경영진들의 모럴해저드가 극에 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전경.
[일요신문] 대우조선해양의 비리에 대한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 회사 과거 경영진들의 모럴해저드가 극에 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세기를 개인용도로 쓰는가 하면, 회사에 출근도 하지 않고 꼬박꼬박 자문료를 챙긴 고문도 있었다. ‘비리의 종합선물세트’란 거센 비판이 나온다.
우선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전 대표이사가 2011년 4월부터 퇴직하기 직전인 2012년 3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5억 2400만 원의 전세기 비용을 지불하며 해외출장을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부산 연제·정무위)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제출받은 ‘전세기 이용실적 내부 감사자료’를 토대로 이와 같이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남 전 대표이사 등은 ▲2011년 4월 프랑스 파리-앙골라 루안다-탄자니아 킬리만자로(3박 4일) ▲2011년 9월 그리스 산토리니·사이프러스·로데스-터키 카파도키아(2박 3일) ▲2012년 1월 노르웨이 트롬소·베르겐(2박 3일) ▲2012년 3월 호주 해밀턴·에어즈 록·퍼스(2박 3일) 일정의 해외출장을 떠났다.
그런데 해당 일정 중 호주 해밀턴, 노르웨이 트롬소, 그리스 사이프러스,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등 10곳은 ‘방문 사유 미확인 도시’로 밝혀졌다. 공용의 목적으로 사용해야 할 전세기를 개인용도로 전용했다는 지적이 무게감을 갖는 대목이다.
또한 남 전 대표는 2013년 하반기부터 2015년 하반기까지 총 1억 8000만 원 상당의 와인 약 8500여 병을 선주 및 선급기관에 명절 선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 자회사 웰리브가 운영 중인 ‘카페 드마린의 경영 현황 및 와인 납품 내역’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하반기부터 2015년 하반기까지 서울 종로 신문로점에서 8500병의 와인을 구입하는 데 약 1억 8000만 원을 지출했다. 구입된 와인은 선주와 선급기관에 명절 선물용으로 배포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카페 드마린 신문로점은 영업 적자의 폭이 계속 늘어났다.
김 의원은 “남 전 대표이사 등 대우조선해양 경영진들이 7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동안에도 전세기를 타고 해외출장을 다니고, 명절 선물을 쏟아내는 등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다다른 경영 행태를 보였다”며 “특히 4차례에 걸친 전세기 출장의 동승자 명단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덕적 해이는 최고 경영자뿐만 아니라 경영진 전반에 걸친 문제였다. 산업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대우조선해양 고문단 출퇴근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총 31명의 고문이 재직했다. 이 기간 이들이 지급받은 자문료 총액은 7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근무기간 중 단 한 차례도 출근하지 않은 고문은 12명(38.7%)으로 이들이 재직기간 동안 수령한 자문료는 총 16억 3000만 원에 달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 박근혜 정부(2015년까지)에서 대우조선해양에 재직한 고문단 31명에는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등 대우조선해양 출신 7명 ▲산업은행 본부장 등 국책은행 출신 4명 ▲해군 중장 등 군 출신 6명 ▲한나라당 부대변인 등 정치권 출신 5명 ▲국정원 지부장 등 국가정보원 출신 3명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기업 출신 3명 등이 포함됐다.
게다가 같은 기간 18명의 고문단에는 매월 약 3000만 원의 차량운영비가 지급되는 등 총 5억여 원이 지원됐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출신인 신영균 고문의 경우 재직 3년간(2012.6.1~2015.6.1) 단 한 차례도 출근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총 5800만 원의 차량운영비용을 지급받았다.
김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상황을 감시해야 할 산업은행 고위 임원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대거 고문단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명백한 전관예우”라고 지적하며 “주인 없는 대우조선해양이 출근도 하지 않는 고문들에게 거액의 자문료와 차량 운영비용을 지급하는 등 방만 경영을 일삼는 동안 국민혈세로 지원된 공적자금이 눈먼 돈처럼 새나갔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연루된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62)의 친형인 송희준 이화여대 교수(64)가 2011년 4월부터 2년간 이 회사의 감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것으로 확인돼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시기는 대우조선 부실 사태의 책임자로 지목돼 구속 기소된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이 재임한 시기였다. 당시 감사위원회는 경영감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이른바 ‘거수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