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대첩축제가 전남도의 홍보와 달리 실감나는 전투신 없이 초라한 뱃놀이에 불과했다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전남도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명량대첩축제가 구름 인파 속에 지난 4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면서 “축제 현장을 방문하기 위한 차량들로 한때 극심한 정체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번 축제가 지난해 축제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밋밋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축제 현장에 인근 사는 주민 유 아무개 씨(57)는 “무더운 날씨에 추석 전 벌초작업 일정까지 겹치면서 축제를 보러온 관람객들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며 “예전에 비해 축제가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남도는 역대 최대 규모로 구성돼 관심을 모았던 해전 재현은 실제 명량해전에 가장 가까운 해상 공연을 보여줬다고 평가를 내렸지만 관람객들은 ‘초라한 뱃놀이·폭죽놀이’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명량축제의 최대 백미인 전투신의 현장감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면서 “불꽃놀이하고 어선들이 왔다갔다 했을 뿐 실감나는 전투신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현장을 찾았던 한 언론사 기자도 “전남도 대표축제가 이 정도라니 실망스럽다”면서 “대규모 예산 투입에도 불구 ‘초라한 뱃놀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이면 10년차에 접어드는 데 이 축제가 왜 문화관광부 축제(대표·최우수·우수·유망)에 한 번도 선정되지 않았는지 알 것 같다”면서 이번 축제를 평가 절하했다.
어수룩한 행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어선 동원 집계에 혼선을 빚은 것은 대표적 사례다. 이날 해전 재현을 위해 동원된 선박도 전남도는 131척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행사 당일 투입된 선박은 해남군에서 20여 척, 진도군에서 65여 척 등 가까스로 110여 척만이 동원됐다. 전남도는 당초 축제 일정을 해남과 진도 김 양식 어민들의 생계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평년보다 한 달여를 앞당기면서 역대 최대 규모로 추진하겠다고 자신했었다.
개막식 당일 행사 진행도 뒷말을 낳았다. 특히 일각에선 철저히 단체장을 위한 행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남도는 당시 해군 3함대사령관을 가장 먼저 소개한 뒤 해남군수 권한대행, 진도군수를 소개했다. 이어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해남·진도·완도 지역구 국회의원인 윤영일 의원을 소개했다.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축사를 했지만, 바쁜 의정 일정 속에서도 축제 현장을 찾은 국민의당 박 원내대표와 윤 의원이 축사도 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윤 의원이 강하게 항의하자 뒤늦게 김갑섭 전남도 행정부지사가 윤 의원에게 사과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해전 출정을 알리는 북소리도 해군 3함대사령관과 전투복 차림의 주민대표가 이낙연 도지사와 함께 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양복을 반듯하게 차려입은 이낙연 지사 혼자만 쳐 주변을 의아하게 했다. 이 때문에 행사를 주관한 전남도가 지나치게 도지사 ‘낯내기’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안전사고도 발생해 오점으로 남게 됐다. 행사장에서 무료로 나눠준 인절미를 먹은 60대 관광객 박 아무개 씨가 기도가 막혀 의식불명상태에 빠진 것이다. 바로 코앞에 의료천막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뒤늦게 발견돼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9회 명량대첩축제는 전남도·해남군·진도군이 주최했으며 (재)명량대첩기념사업회가 주관했다. 13억 원의 도민혈세가 들어간 대표 축제에 뒷말만 무성하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