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전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체포당하던 모습.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이 전 의원은 통진당 분당 사태를 겪은 후 <진보는 죽었다>라는 책을 통해 그 전말을 이미 밝힌 바 있지만 아직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책에는 종북 성향을 가진 한 통진당 의원이 총선 당시 “당선되면 장군님 영전에 당선증을 바치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등의 충격적인 내용이 다수 담겨 있다. 이 전 의원은 이외에도 이석기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패권파 인사들의 전횡을 무려 6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고발했다.
이 전 의원은 “원래는 책에 통진당 탈당파에 관한 내용도 상당수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초고를 감수해주던 분들이 ‘그래도 심상정, 노회찬은 살려야지 전부 다 공개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겠나’라고 설득해 내용을 삭제한 것이 많다”며 “하지만 최근 정의당이 하고 있는 행태를 보면 당시 통진당 사태가 떠올라 탈당파와 관련한 내용을 추가로 공개하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특히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여성주의 정당을 표방한 것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의당은 최근 극렬 여성주의 사이트인 ‘메갈리아’를 옹호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큰 내홍을 겪었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은 “원래 그들(탈당파)은 표를 위해서라면 극단적인 집단과도 거리낌 없이 손을 잡는 사람들”이라며 “통진당 분당 사태 때도 부정경선 사실과 종북 문제 등이 모두 드러난 이후에도 그들은 끝까지 패권파들과 손을 잡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일례로 권태홍 전 통진당 사무총장의 경우는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이 불거진 후 온라인 투표 로그인 기록을 삭제해 통진당 패권파의 잘못을 덮어주려 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통진당 패권파는 한 IP를 이용해 여러 번 투표하는 방식으로 부정경선을 저질렀기 때문에 온라인 투표 로그인 기록은 중요한 증거자료 중 하나였다.
권 전 사무총장은 유시민 전 의원이 이끌었던 국민참여당 출신으로 통진당 분당 사태 때 정의당으로 건너가 또 한 번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탈당파다. 탈당파인 그가 왜 패권파의 잘못을 덮어주려 한 것일까. 당시 권 전 사무총장과 직접 통화를 했다는 이 전 의원은 “다 지나간 일인데 덮고 가자는 식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전 의원은 “당시 통진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부정경선 의혹이 불거져 당이 망하느냐 마느냐 하는 엄중한 시기에도 원내대표 선거에만 매달렸었다”는 주장도 했다. 통진당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진 후 고작 두 달 만에 통진당은 분당 사태를 맞는다.
이 전 의원은 “두 사람이 이석기 전 의원을 지지하는 패권파들까지 찾아다니며 자신들을 지지해 달라고 선거운동을 벌였다. 동료 의원들조차 두 사람이 이런 상황에서 왜 저러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고 전했다. 당시 원내대표 선거에선 심 대표가 선출됐는데 이석기 김재연 제명안이 부결되면서 심 의원은 결국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원내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석기 김재연 제명안 부결과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됐다. 이 전 의원에 따르면 당초 두 사람의 제명안 표결은 더 일찍 추진되기로 했었다. 당시만 해도 제명안 통과는 확실시됐다. 하지만 노회찬 의원의 신상 발언으로 인해 표결이 연기됐고, 이는 중립성향으로 분류되던 김제남 의원이 기권표를 던지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김제남 의원이 기권표를 던지면서 두 사람의 제명안은 부결됐다.
당시 노 의원은 마치 패권파를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의원 역시 분당 사태만큼은 막고 싶다는 취지였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강동원 전 의원은 노 의원의 당시 행동 때문에 제명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며 두고두고 아쉬워했다는 것이다.
이 전 의원은 통진당은 이미 정상적인 정당이 아니었다고도 했다. 이 전 의원은 “패권파들은 당내 서열보다 경기동부연합 내 서열이 더 중요했다”고 회고했다. 경기동부연합은 통진당 해산 재판 당시 쟁점이 됐던 사항이다. 통진당은 경기동부연합이 특정 지역 출신을 나타내는 당내 인적 네트워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법무부는 경기동부연합을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의 잔존세력이라고 규정했다.
이 전 의원은 당시 통진당 내에서 비례 초선에 불과했던 이석기 전 의원이 당내 중진들을 수족처럼 부렸다고 주장했다. 이석기 전 의원이 경기동부연합 내에서 가장 서열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당시 이정희 대표 앞에서 책상을 엎어 버릴 정도로 과격한 인사가 이석기 전 의원 앞에선 순한 양이 됐다. 이정희 대표는 당 내에서 힘이 없었다. 이석기 전 의원이 최고 권력을 쥐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소위 시민사회단체들 중 상당수에는 NL과 주사파가 포진하고 있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진보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표가 깎일까봐 두려워 그들의 실체에 대해서 입을 닫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진보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아직도 하지 못한 말이 너무나 많다. 진보 진영의 이런 못된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한 진보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