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캄보디아에서 돈을 벌기 위해 취업비자로 한국에 온 A 씨는 지난 4월 한 식물원에 고용됐다. A 씨는 식물원에서 식물을 옮겨 심고, 농약 처리를 하는 등의 잡무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A 씨는 식물원의 소유주인 업주 B 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게 된다. B 씨는 일을 가르쳐주겠다는 명목으로 A 씨에게 다가와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을 한 것.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성추행을 당해 놀랐지만 B 씨는 ‘한국 사회에서는 원래 이런 스킨십이 있다’고 말해 그런가 보다 생각했고 한국말이 서툴러서 의사표현을 정확하게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결국 외국인 상담센터를 찾아 고충상담을 했다. 이에 B 씨는 경찰 수사 끝에 성폭력 범죄 등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A 씨는 신고 이후에 식물원에 나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근무일수를 채워야 밀린 월급을 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업장을 찾았다. 그러나 출근한 다음날 다시 발길을 끊었다. 우선 본인이 불안하고 성추행 당시 상황이 떠올라 일을 할 수가 없었다는 것.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일을 그만두자 식물원 업주가 A 씨가 사업장을 이탈했다고 신고했다. 이탈 신고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체류자격까지 무효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불이익이 있다”며 “A 씨는 수사 내용을 출입국사무소에 통보해 체류를 할 수 있게 됐지만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이런 불이익이 두려워 신고 자체를 꺼려한다”고 말했다.
몽골 국적의 한 여성도 모텔 일을 하다 같은 모텔에서 일을 하던 한국 남성 직원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근로자센터를 찾아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여덟 달째 모텔에서 청소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아무 이유 없이 남성 직원에게 머리, 허리, 다리 부위를 폭행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체류자였던 이 여성은 결국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폭행한 한국인 남성을 고소하려고도 했지만 계속 근무하는 다른 여성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보복할 것을 염려해 스스로 그만두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다.
국내 취업을 위해 입국한 여성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업주의 성적 학대와 착취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성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익은 오래전부터 땅에 떨어져 있었다. 이들이 약자인 데에는 이들의 신분이 외국인인 데다가 임금과 체류자격 등으로 인해 사업주에게 철저히 을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가장 컸다. 여성 외국인 노동자의 성추행 사례는 농촌 지역에서부터 적발되기 시작했다. 지난 2009년 경기도 농촌에서 일을 하던 태국 여성들은 농장주로부터 성관계를 강요당하자 농장을 도망치기도 했다. 또 다른 여성 역시 수시로 성추행을 당한 끝에 다른 일자리를 알아봤다. 이들은 “일하고 있으면 사장님이 와서 계속 몸을 만졌다. 그러나 말이 서툴러 가해자가 증거를 내놓으라고 우기면 할 말이 없었고, 여권과 외국인 등록증을 빼앗기도 했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노동자들 역시 폭행을 당하기도 했고 밥을 제때 못 먹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고용주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경우는 각각 75%, 15%에 달했고 성폭력을 당한 여성은 30%나 되었다.
일부 마사지 업소에선 건전한 마사지 업소라며 태국 여성들을 고용해 성매매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막 개업한 타이 마사지 업소에 취업한 태국 여성들이 마사지 업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노동자들은 성폭행뿐만 아니라 성매매에 이용되기도 했다. 지난 8월 말 태국 여성들이 강제로 성매매를 당한 일이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인 남성 김 아무개 씨(47)가 지난 6월부터 마사지업소를 차린 뒤 태국인 여성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알선해 4800만 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얻었다. 김 씨는 브로커로부터 1명당 300만 원의 소개비를 건네고 일곱 명의 태국 여성들을 데려왔다. 이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여권을 빼앗았고 업소 인근에 창문이 없는 창고형 임시거처에서 살게 하면서 남성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있는 숙소와 업소 내에 CCTV를 설치한 채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던 것도 조사에서 드러났다. 또 성매매 비용 가운데 일부는 알선비용을 갚는다며 여성들에게 지급하지 않았다.
피해여성 가운데 한 명이 지난 8월 말 한 센터로 도움을 요청해 경찰 신고로 이어졌다. 이 여성에 따르면 김 씨에게 소개받을 당시에는 성매매가 아닌 마사지만 할 수 있다고 들었지만 막상 성매매를 강요했다고 한다. 이 여성은 휴대폰도 뺏겨 동료 여성의 휴대폰을 이용해 센터에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 업소는 최근 두 달간 카드로만 48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태국 경찰과 공조해 입국 알선브로커를 지명수배하고 성매수 남성들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태국 여성들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혐의(성매매알선 등 처벌법 위반)로 업주 김 씨 등을 구속했고 알선 브로커 등 여섯 명 역시 불구속입건했다. 이후 피해 여성은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 단속으로 같이 적발된 다른 여성들의 경우에는 성매매와 불법 취업이 인정돼 처벌을 피하기 어렵게 된 실정이다. 한 센터 관계자는 “여성 외국인 노동자들의 성매매 강요나 성추행이 계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피해 노동자들이 경찰 수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면서도 “대부분 취업 자체가 불법인 경우가 있어 신고하기를 꺼려하고 외국인 노동자 분포나 통계도 정확하지 않다는 문제점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31일 이철성 경찰청장은 취임사 도중 갑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경찰청장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갑질 횡포가 구조적 부패와 부조리의 근원으로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며 “갑질 횡포를 차단하는 것은 정의로운 사회와 건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작업으로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근절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청은 본청 수사국장을 팀장으로 ‘갑질 횡포 근절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지난 9월 1일부터 오는 12월 9일까지 100일 동안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추진한다.
경찰청에서는 수사, 형사, 외사, 여성청소년, 홍보 등 경찰 전반적으로 수사력을 집중해 단속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뿐만 아니라 각 지방청에서도 특별팀을 구성해 지역별 특성과 현안에 부합하는 과제를 추진해 특별단속의 성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내부 고발자 및 피해자의 신고 등으로 인한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가명조서 작성 등도 대안으로 내놨다. 또 신원 노출을 방지하고 사건별로 피해자지원체계를 운영해 유관기관과 연계해 보호기관 등의 협조를 통해 보호제도 안내 등 실질적인 피해자 지원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