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소녀시대 윤아의 생일을 기념하는 ‘스타숲’ 전경.
‘스타숲’ 조성은 팬들이 스타의 생일, 데뷔일 등을 기념하기 위해 모은 모금액으로 나무를 심어 스타의 이름으로 숲을 만드는 친환경적 사회공헌 활동이다. 서울 시내에만 이렇게 조성된 숲이 마포구, 영등포구, 강남구 등지에 82곳, 나무 수는 3만 4335그루에 이른다. 동방신기, 인피니트 등 인기 아이돌 가수 중심으로 진행되던 숲 조성 프로젝트는 현재 배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세월호 희생자 등으로 대상 범위가 확대돼 진행 중이다.
이런 유행에는 사회적 기업이 함께 한다. 먼저 팬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참여자들의 의사를 공유한다. 팬들의 참여가 결정되면 팬클럽 운영진은 ‘스타숲’을 신청하고 이를 사회적기업 트리플래닛에서 검토한 뒤 팬클럽 운영진과 함께 숲 조성 지역과 모금 방법을 결정한다. 최소 500만 원 이상의 숲 조성 기금이 모이면 트리플래닛이 시 및 자치구와 협력(부지 사용 허가, 시공 기관 선정 및 맞춤 숲 설계)해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한다.
팬심도 키우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은 ‘스타숲’ 조성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숲 조성 모금에 참여했던 한 인피니트 팬은 “일반적인 조공문화는 소모적이고 일회성이 있는데 반해 숲 프로젝트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지속적인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동방신기숲’에 방문한 적이 있는 대학생 석지현 씨(20)는 “나무가 심어질수록 대기오염 개선이나 토사 유출 방지 등 환경에도 보탬이 된다고 들었다”며 “도심 녹지 조성에 이바지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밝혔다.
‘스타숲’ 조성은 올바른 팬 문화를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팬들의 정성과 달리 우후죽순 늘어난 ‘스타숲’에 대한 관리는 또 다른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숲의 경우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방치돼 있었다. 여의도 윤중로에 조성된 ‘스타숲’의 나무는 시들어 누렇게 변한 상태였고 잡초가 무성했다. 군데군데에는 맥주병, 소주병 등 쓰레기도 널려 있었다. 이곳엔 동방신기를 비롯해 소녀시대, 인피니트 등의 숲이 조성돼 있다.
일부 팬들에 따르면, 트위터 계정이나 카페를 개설해 팬들끼리 숲 관리 현황을 공유하고 직접 방문해 영양제를 주며 숲 가꾸기에 나서기도 했다. 동방신기 팬인 이 아무개 양(19)은 “숲에 갔을 때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려 있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물론 우리 팬들이 그런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팬들에 알리고 ‘앞으로 조심하자’고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이곳 부지를 관리하는 한강사업본부와 관할 구청인 영등포구청은 서로 관리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영등포구청은 “구청은 한강사업본부와 업체랑 연결해주는 역할만 했다”며 “구 관할은 윤중로 도로 위까지고, 그 밑에 한강변에 조성된 숲의 경우 한강사업본부에서 관리하는 지역이다. 숲 조성이 끝난 뒤에는 관리를 한강사업본부에서 하기로 결정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지를 제공한 한강사업본부는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조성 당시 ‘스타숲’ 관리 부분에 대한 책임이 불명확하다는 입장이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영등포구청과 트리플래닛에 장소협의만 해줬을 뿐 관리 방법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며 “2015년 초에 구청에서 수목에 대한 것에 있어 한강사업본부에 책임을 이관한 것은 맞지만 협정 당시 어떤 과정에 의해 이뤄졌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애초에 관리부문이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초 작업이나 나무 상태 확인, 녹지대 관리에 대한 것은 기존 한강변에 있는 수목 관리하듯 하면 되는데 팬들이 달아놓은 리본이나 액자 시설물 등은 우리가 건드리기 힘든 상황이다. 사실 (이것들은) 수목관리에 있어서 방해되는 것인데 그것까지 우리가 건드릴 순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숲 조성 당시 트리플래닛과 팬클럽 분들이 유지·관리에도 적극 동참하겠다 했으나 실제적으로 팬 입장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유지·관리하겠다는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곧 트리플래닛이 우리 기관에 방문해 이에 대한 세부적인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타숲 곳곳에 말라가는 나무들과 술병 등 쓰레기들을 볼 수 있었다. 팬들이 나무에 거는 시설물들도 수목관리에 문제가 된다.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또 다른 숲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곳엔 윤아, 재중, 요섭, VIXX, 이특 숲 등이 조성돼 있다. 스타들의 이름값과 달리 숲은 배수가 잘 되지 않아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고, 나뭇잎은 다 바스러졌으며 무성한 풀들이 팻말을 다 가려 제초 작업이 필요해 보였다. 이곳을 지나던 한 행인은 스타숲의 존재를 알았냐는 질문에 “산책하다 보면 이 길을 자주 지나는데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다. 그냥 철도길 옆에 위치한 우거진 숲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당 지자체인 마포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숲이 조성된 후 2년 동안 상하반기 나눠 1년에 두 번씩 유지·관리 보수를 나가고 숲 주변 청소에 대한 부분은 미화담당자가 상시적으로 해결하며 나름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철도부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땅 지반이 좋지 않은 점도 있고, 가뭄 같은 상황이 오면 쉽게 나무가 고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 팬 기부로 이뤄진 것이다 보니 유지·관리에 있어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시정조치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문제로 지적되는 관리 시스템에 대해 트리플래닛 정민철 이사는 “숲 관리는 해당 숲이 소속된 지자체 및 담당기관에서 진행한다”며 “재보식이 필요한 경우엔 트리플래닛에서 2년 동안 관리를 진행한다. 2년 후부터는 나무가 스스로 자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상적 관리만 진행된다”고 해명했다. 정 이사는 이어 “트리플래닛은 조성된 모든 스타 숲의 상태를 분기마다 확인하고 있다. 영양분 투여, 급수 등 바로 실행이 가능한 간단한 관리는 해당 분기에 진행하지만 재보식, 추가보식, 이식 등은 나무의 건강상태, 토질 상태 및 계절을 고려해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스타숲’ 관리 문제는 해당 지자체와 업체간의 문제라며 한발 물러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스타숲에 대한 지속적인 유지·관리 권한은 해당 지자체의 고유권한”이라면서도 “단순히 스타에게 숲을 선물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팬들이 스타의 숲을 가꾸며 키워갈 수 있는 문화로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그 아픔들 잊지 않을게요’ 위안부 할머니·세월호 추모의 숲도 2012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동방신기숲’ ‘인피니트숲’ ‘소녀시대숲’ 등의 ‘스타숲’은 이제 그 대상 범위가 확대돼 사회적 의미를 담은 숲도 활발히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은 기존의 ‘스타숲’ 조성과 마찬가지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평화공원에 ‘연평해전 영웅의 숲’을 조성했다. 나라를 지키다 순국한 청년들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전사자 가족, 전우회, 경기도청 등이 협의해 4600여만 원의 기금을 모아 숲을 만들었다. 전라남도 진도군 팽목항 부근에는 ‘세월호 기억의 숲’이 조성됐다. 지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를 영원히 기억하자는 취지에 따라 3000여 명에 가까운 후원자가 나서 2억여 원의 기금을 마련했다. 가을이면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이 떠오를 수 있도록 은행나무 300그루를 심은 것이 특징이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에는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이 있다. 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하는 이 숲은 550여 명이 후원에 동참해 6000여만 원이 넘는 기금이 모였다. 이 숲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어린 시절 고향집 앞뜰을 테마로 만들어졌다. 나비가 잘 찾아오는 꽃들을 골라 심고, 대청마루 같은 널찍한 평상을 놓은 것이 특징이다. 트리플래닛 관계자는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의 경우 방문자가 많아 이달부터 매월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남아계신 피해자와 이미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고 위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