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사. 일요신문 DB
그러나 <일요신문> 취재 결과 검찰은 남은 20억 원 중 일부가 박 대표에게 추가 지급되거나 금융권 로비에 쓰였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 장부상 잡히지 않은 자금 흐름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또 검찰은 금호그룹이 산업은행과 2009년 6월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기 전후 차명 계좌를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2014년 9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나 사법 처벌 여부를 결정짓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검찰은 금호그룹을 상대로 중국 웨이하이(威海) 골프장에서 벌어진 골프 접대 의혹 등과 관련한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09년 8월 민유성 당시 산업은행장,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과 함께 금호 소유의 중국 웨이하이 리조트로 주말 골프여행을 다녀왔다.
검찰은 이 자리에 박 회장 등 광주 출신 유력 인사가 동행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였지만 뚜렷한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 측이 제출한 당시 ‘골프 부킹 리스트’에는 박 회장의 이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과 송 주필은 광주일고 동문이다.
2009년 초 금호그룹은 정부 주도의 대기업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돼 채권단과 물밑 협상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민 행장과 만나 대우건설 분리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에 관한 협의를 했다. 재계 안팎에선 금호그룹의 주요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 가능성이 제기됐다.
금호그룹이 뉴스컴과 계약을 맺은 건 이 무렵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수환 대표는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금호그룹에 접촉해 민 행장과 친분을 과시하며 홍보 계약을 따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2009년 6월 산업은행이 금호그룹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해 ‘로비’가 실패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그런데 금호그룹이 뉴스컴에 돈을 송금한 시점은 약정 체결 후인 2009년 8월이다. 약정에 따라 금호그룹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같은 해 12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대우건설도 산업은행에 경영권을 내줬다. 즉 금호는 산업은행과 ‘6월 협상’에서 얻은 것이 없었음에도 2개월 후인 8월 뉴스컴에 돈을 송금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무언가를 대가로 돈을 건네받고 그 일을 안 한 것도 사기지만 무언가를 한 것처럼 꾸미는 것도 사기다. 돈을 건넨 시점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별관회의 청문회(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 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금호그룹과 산업은행 간 ‘약정’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결과적으로 박 회장은 민 행장으로부터 2010년 초 워크아웃에 돌입한 금호산업의 경영권 및 금호타이어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받았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2010년 2월 민 행장과 박 회장이 날인한 이면 합의서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물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까지 박 회장에게 넘기도록 돼 있다”며 “경영 실패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할 오너에게 이 같은 권리를 보장한 것은 특혜라는 의혹이 있었다”고 말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금호그룹의 경우 (산업은행이) 처음부터 우선매수권을 주기로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비슷한 처지의 동부그룹은 유동성 위기의 수준이 (금호그룹보다) 덜했음에도 우선매수권을 주지 않았다. 채권단이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 행장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한 답변에서 “박 회장과 어떤 이면 합의도 없었으며, 공식적인 합의 외에 이면 합의란 국책기관인 산업은행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금호그룹과 뉴스컴 간의 홍보 계약에 대해서도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다.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스의 박수환 대표가 조사를 받기위에 지난 8월 2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앞의 재계 관계자는 문제가 된 홍보계약과 관련해 금호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 근거는 2009년 금호그룹 오너 일가, 친인척, 임직원들의 계좌에서 발견된 거액의 현금이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이들 ‘차명 계좌’를 관리한 임직원으로 S 씨를 언급하기도 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관련 의혹 문건을 보면 2009~2010년 금호그룹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최 아무개 씨 계좌에서는 수시로 현금 수억 원이 빠져나가거나 입금되는 등 복잡한 자금 흐름이 나타난다. 이 계좌에 박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는 2009년 12월 약 30억 원을 입금한다. 최 씨는 이외에도 금호그룹 임직원들과 수억 원의 현금 거래를 하는데 관련 자금은 여러 차례로 나눠 인출된다. 박 회장 역시 2010년 1월 자신의 계좌에서 최 씨 계좌로 현금 수억 원을 입금한 것으로 문건에 기재돼 있다. 이에 대해 금호그룹 측은 “그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돈 가운데 일부가 산업은행 등 금융권 로비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근 형제 간 화해를 통해 지난한 법정 공방에서 벗어난 금호그룹은 예상치 못한 ‘박수환발 악재’로 또 다시 검찰 조사를 앞두게 됐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주목받는 광주일고 인맥…정·재·관 아우르는 인맥의 요람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이 대우조선해양 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가운데 그의 모교인 광주일고 인맥이 주목받고 있다. 호남 최고 명문으로 불리는 광주일고는 정계·재계·관계를 아우르는 폭넓은 인맥의 요람이다. 김대중 정부 당시에는 최대 파벌을 형성해 언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광주일고 출신으로는 송 전 주필을 포함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김장수 주중대사, 이용훈 전 대법원장 등이 있다. 광주일고 동문회 한 관계자는 “선후배 간 끈끈한 문화가 있지만 그런(불법적인) 것은 서로 도와주지 않는다“며 최근 불거진 송 전 주필의 비리 의혹과 거리를 뒀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