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불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김승연 한화 회장(왼쪽)이 장남 김동관 실장과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화 관계자는 최근 “정부와 조선협회가 발주한 맥킨지 보고서 등에 따라 대우조선 방산 부문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에 대비해 인수 시너지와 예상 가격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정상화 방안은 정치 논리로 흔들리고 있지만 방산 및 특수선 중심의 정상사업과 경쟁력이 없는 비우량 사업을 나눠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구조조정 계획의 밑그림이 그려지면 내년 상반기 중에는 대우조선 우량 사업부가 분리되고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매각이 완료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우조선 방산 부문 가치는 약 1조 원으로 추정된다.
한화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등이 대우조선과 비슷한 해양 플랜트 사업 부실 문제로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방산이나 특수선 분야의 경쟁력을 채울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을 것”이라며 “정부 주도로 조선사 간 빅딜이 이뤄진다면 의지를 접을 수밖에 없지만 (방산 부문이) 공개 경쟁 입찰로 출회된다면 기존 한화그룹의 포트폴리오와 시너지 효과가 있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 등 대우조선해양 채권단 입장에서는 조선과 해운업종 구조조정을 위해 추가경정예산까지 동원한 상황이어서 매각 가격을 높일 수 있는 공개입찰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 방산 부문을 탐낼 수는 있지만 제 코가 석자인 마당인 데다 수익성이 크게 높지 않은 부문이니만큼 적극성을 띨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화는 화학 빅딜 성공으로 현금 곳간이 넉넉해진 데다 방위산업 전문그룹이라는 명분도 있다. 대우조선해양 방산 부문은 한화가 오래전부터 탐내왔다. 내년에 만약 인수에 성공한다면 2009년 대우조선해양 전체를 인수하려다 실패한 이후 8년 만에 방산 부문으로 꿈을 이루는 셈이다.
한화생명의 우리은행 지분 인수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일단 한화그룹은 우리은행 최대주주이자 한화생명 공동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권유로 4% 지분 인수에 나설 방침이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현행법에서 산업자본의 시중은행 의결권한도가 4%까지여서다. 하지만 사외이사 추천권한을 가지며 행장 선임에도 간여할 수 있다.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김 회장이 세 아들로 후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룹 지배구조에서 금산분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화그룹 창업자인 고(故) 김종희 회장도 화약 부문은 김 회장에게, 제과 부문은 김호연 빙그레 회장에게, 금융 부문은 김영혜 전 제일화재 고문에게 나눠 물려줬다. 김 회장 역시 같은 방법으로 그룹을 쪼개 세 아들에게 나눠줄 가능성이 충분하다. 금융자본의 경우 지분소유한도가 12%까지 높아진다. 만약 금산분리가 이뤄진다면 한화생명은 우리은행 의결권을 12%까지 높일 수 있다.
현재 우리은행 지분 인수 후보군으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곳은 KT, 포스코, 교보생명,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새마을금고 등이다. 국내외 사모펀드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이 M&A에 적극적인 이유는 SK 못지않을 만큼 한화도 그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화그룹 매출 41조 3763억 원 가운데 금융 부문은 22조 7168억 원으로 54.9%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이 7585억 원인데 금융부문 영업이익만 7153억 원에 달한다. 금융 부문 순이익은 6018억 원으로 그룹 전체 순이익 1205억 원의 4배 수준이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M&A한 셈이다.
올 상반기 매출 22조 9035억 원 가운데 금융 부문은 55.8%인 12조 7839억 원이다. 그런데 그룹 영업이익(9595억 원)에서 금융 부문 비중은 27.5%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그룹 전체에서 금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의 57.5%, 영업이익의 87.8%나 됐다.
변수는 화학이다. 삼성에서 인수한 한화토탈이 폭발적인 이익을 내면서 그룹 내 화학 부문의 이익기여도가 높아졌다. 지난해 상반기 15.9%였던 그룹 내 화학 부문 영업이익 비중이 올 상반기에는 24.9%로 급상승했다. 삼성토탈 인수가 신의 한 수가 된 셈이다. 특히 한화토탈은 김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을 가진 한화S&C가 최대주주인 한화종합화학이 지배한다. M&A를 통해 후계구도의 기틀까지 다지는 효과를 본 셈이다.
최열희 언론인
‘갤노트7 폭발 후폭풍 클 듯’ 하반기 증시 부진 전망 증시를 이끌던 주동력인 삼성전자가 추락하고 있다. 상승 에너지였던 갤럭시노트7이 폭발하면서 외국인 매도가 쏟아지고 있다. 자사주 매입으로도 주가 추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당분간 삼성전자와 증시는 부진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지난 8월 1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노트7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갤럭시노트7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폭발 사고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요신문DB 갤럭시노트7 배터리 문제가 처음 불거진 지난 8월 24일 이후 9월 9일까지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순매도액은 3654억 원에 달한다. 이번 자사주 매입이 시작된 7월 28일 이후 총 순매도액 6981억 원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조돼 그동안 주가가 오른 데 따른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상황에 이번 갤노트7 사태가 제대로 불을 지핀 셈이다. 외국인 매도 강도는 더 세졌는데 ‘방패’ 격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강도는 오히려 약해졌다. 지난 4월 28~7월 12일 삼성전자가 2조 1000억 원이 넘는 자사주를 매입할 동안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단 53억 원에 그쳤다. 이 기간 주가는 130만 원에서 146만 4000원으로 12.62% 올랐고, 외국인 보유 비중도 49.63%에서 50.44%로 높아졌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지난 7월 28일 시작됐다. 8월 23일까지는 외국인이 3327억 원을 순매도했음에도 주가가 152만 7000원에서 168만 7000원으로 10.48% 올랐다. 외국인 물량을 받아내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려면 회사 측이 좀 더 많은 돈을 투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8월 24일부터는 외국인 매도 강도가 더욱 세지면서 주가가 157만 5000원까지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효과를 내려면 더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서야 할 상황에 처한 셈이다. 물론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의 고삐를 잠시 늦추는 방법도 택할 수 있다. 올 들어 코스피가 2% 남짓 오를 때 삼성전자는 17% 넘게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거래소 전체 시가총액에서 15~16%를 차지한다. 결국 올 들어 지금까지의 증시는 삼성전자 ‘독무대’였던 셈이다. 이는 반대로 삼성전자의 부진은 증시 전체의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과 통한다. 1120원선까지 회복했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11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환차익 우려가 커진 것도 외국인의 순매도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추가 악재(미 항공당국의 기내 반입 금지 검토 등) 출현이 펀더멘털 훼손 우려를 자극하며 투자 심리를 약화시켰다”며 “경험적으로 시장은 주도주의 힘이 약화되면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고 주도주 흐름의 시각에서 보면 조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진단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