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우리 몸의 기본 단위인 세포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세포막이다. 이 세포막을 구성하는 물질인 동시에 호르몬의 원료, 지용성 비타민의 운반체로도 중요한 영양소가 바로 지방이다. 같은 양을 먹었을 때 탄수화물, 단백질보다 더 많은 열량을 내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효율적인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때문에 건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적당량의 지방을 섭취하되, 이른바 ‘웰빙 지방’만을 골라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주로 육류에 많은 포화지방은 줄이고 생선, 식물성 기름 등에 많은 불포화지방을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이 중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 즉 웰빙 지방에는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단일 불포화지방(오메가-9 지방산)과 인체 합성이 불가능해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하는 다중 불포화지방(오메가-3·오메가-6 지방산) 두 가지가 있다.
이런 웰빙 지방을 먹으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을까. 우선 웰빙 지방의 대표주자인 오메가-3 지방산(흔히 말하는 DHA나 EPA, ALA(알파리놀렌산) 등이 오메가-3 지방산이다)의 경우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혈관을 확장시키고 염증, 알레르기 등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예를 들어 오메가-3 지방산이 60%나 들어 있는 아마씨유는 염증을 억제하고 면역력을 높인다고 해서 거슨요법에서도 사용된다. 거슨요법은 독일계 미국 의사인 막스 거슨이 개발한 암 환자 식이요법이다.
오메가-9 지방산의 일종으로 올레산이 풍부한 올리브유의 경우 올레산이 혈관 건강에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의 혈중 농도를 낮춘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좋은 지방을 골라 먹으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몸속에 쌓인 지방을 내보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운동. 그런데 운동을 할 때 오메가-3 지방산을 함께 섭취하면 그 효과가 배가된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 연구팀은 비만 남녀를 4개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은 주 3회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오메가-3 지방산(생선기름)을 섭취하게 하였다. 나머지는 오메가-3 지방산만 섭취하게 한 그룹, 오메가-3 지방산 대신 해바라기씨유만 섭취하게 한 그룹, 해바라기씨유와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한 그룹으로 나누어 12주 후 결과를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하면서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한 그룹에서 지방이 가장 많이 감량됐다. 오메가-3 지방산이 지방산을 연소시키는 데 필요한 효소들을 자극하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뿐만 아니다. 오메가-3 지방산은 중성지방 수치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입증되면서 이미 중성지방 치료 전문의약품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우울증을 개선시키는 데도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할 때는 오메가-6 지방산과 적당한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불포화지방이라도 오메가-3 지방산은 세포막을 부드럽게 만들고, 오메가-6 지방산은 딱딱하게 만드는 다른 작용
을 한다.
하지만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육류 섭취가 증가하면서 오메가-3 지방산 섭취가 크게 줄어든 반면 오메가-6 지방산은 과거에 비해 너무 많이 섭취하고 있다. 현재 오메가-6 지방산이 오메가-3 지방산에 비해 10:1 정도로 섭취하는 양이 늘었고, 미국의 경우 무려 20:1에 육박하고 있다.
▲ 올리브유에는 단일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일반 콩기름보다 건강에 좋다. 작은 사진들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꽁치, 호두, 잣. | ||
최근 구석기 시대 원시인들과 비슷하게 먹자는 ‘구석기 다이어트’를 소개하고 있는 리셋클리닉 박용우 원장도 “구석기 시대 원시인들은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하는 비중이 1~2:1 정도였다”며 “구석기인들과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현대인들도 가능하면 이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지방은 어떻게 섭취하는 것이 좋을까.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지만 다음의 세 가지는 전문인들이 대체로 효과적이라고 인정하는 방법이다.
호두나 아몬드, 잣 같은 견과류나 호박씨 등의 씨앗류에는 단일 불포화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이 함께 들어 있어서 좋다. 또한 비타민 E나 B6, 엽산, 나이아신, 마그네슘, 아연, 구리, 칼륨 등의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도 고루 들어 있다.
식사 사이에 출출한 느낌이 들 때는 패스트푸드 대신 호두나 아몬드를 한 줌 정도 먹는다. 허기를 누그러뜨려 저녁 식사량을 줄여주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설탕이나 방부제, 화학첨가물이 들어 있는 견과류는 피한다.
견과류의 종류에 따라 영양과 효능은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견과류 중에서 오메가-3 지방산 함량이 가장 높은 호두는 아르기닌이 풍부해 혈액순환을 개선시킨다. 한 가지, 껍질을 벗긴 호두를 살 때는 신선한 것인지 잘 확인해야 한다. 견과류 같은 고지방 식품은 시원하고 건조한 곳에서 보관하지 않으면 쉽게 상해버린다. 껍질을 까지 않은 호두는 보관만 잘 하면 3~4개월까지도 괜찮다.
불포화지방 중에서 한국인에게 가장 결핍되기 쉬운 것은 오메가-3 지방산이다. 오메가-6 지방산은 여러 가지 식품에 들어 있어서 오히려 섭취량이 늘어나기 쉽고, 오메가-9 지방산도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이에 비해 오메가-3 지방산은 의식적으로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비만이나 중성지방 과다, 류머티즘 관절염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메가-3 지방산을 잘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곡류 섭취가 많을수록 오메가-6 지방산 섭취가 많아지므로 생선이나 해산물을 1주일에 세 번 이상 규칙적으로 섭취해 오메가-3 지방산 섭취를 늘린다. 하지만 몸집이 큰 참치 같은 생선은 주의한다. 수은이나 PCB 같은 유해물질의 농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임신한 여성은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적게 먹는다.
아마에도 오메가-3 지방산이 매우 풍부해 아마씨나 아마씨유를 먹어도 좋다. 아마씨에 들어있는 지방의 57%가 오메가-3 지방산이다. 가루를 낸 아마씨를 매
일 한 작은술 먹거나 샐러드에 뿌려 먹으면 좋다.
아마씨는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해도 북미나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널리 사용돼온 식품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는 아마 사료로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이나 곡류에 아마를 넣어 만든 빵도 많이 먹는다.
식물성 기름을 고를 때는 콩기름이나 옥수수기름처럼 오메가-6 지방산이 많은 것보다는 올리브유, 포도씨유, 아마씨유 등을 주로 사용한다.
식사를 통해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하기 힘들 때는 보충제를 복용해도 좋다. 아마씨유 캡슐제제와 EPA·DHA 함량이 표기된 생선유 캡슐제제가 있다. 중성지방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오메가-3 지방산 보충제를 매일 2~4g을 아침저녁으로 나누어 복용한다.
식품을 통해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하는 것과 보충제를 먹는 것 중에 어느 것이 좋을까? 물론 식품을 통해 얻는 것이 흡수가 잘 되고 다른 영양소까지 함께 얻을 수 있어서 유리하다.
얼마 전 국내에서 열린 ‘정신건강 증진식품 국제 심포지엄’ 참석차 내한한 일본의 영양학자 야마다 도요후미 박사(기요린(杏林) 예방의학연구소)에 따르면 불포화지방을 섭취하더라도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이 많은 채소, 과일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불포화지방이 풍부한 세포막이 유해산소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해산소 때문에 세포막에 과산화지질이 만들어지면, 세포핵의 DNA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결국 유전자가 변이되면서 찾아오는 각종 암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진다. 이런 이유에서 채소, 과일을 함께 먹는 것이 훨씬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박용우 리셋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