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보면 단백질은 필요량보다 42.9%나 더 섭취하고 인은 49%, 나트륨은 무려 211%를 과잉 섭취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칼륨 섭취 비율은 권장량의 58%로 적었다. 칼슘 역시 권장량의 73%, 비타민 B2는 82% 등으로 필요량보다 섭취량이 훨씬 적었다. 칼로리 과잉으로 비만 인구는 계속 늘고 있지만, 영양을 고루 섭취하지 못해 영양 불균형인 경우가 의외로 많은 것이다.
“다이어트클리닉을 찾는 비만 환자들을 검사해 보면 미네랄이나 비타민, 오메가-3 지방산 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평소 식사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도 영양분석을 해보면 과잉 또는 부족한 영양소가 종종 있다”는 것이 리셋클리닉 박용우 원장(전 강북삼성병원 비만센터 소장)의 설명이다.
특히 좋아하는 반찬만 먹거나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을 자주 먹는 경우에는 쉽게 칼로리를 채울 수는 있어도 비타민과 미네랄 등 영양소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영양 불균형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건강에 크고 작은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칼륨이 부족한 ‘저칼륨혈증’ 상태에서는 근육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데 장애가 생겨 근육활동이 저하되고 힘이 나지 않는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유난히 여름을 타서 고생한다. 또 비타민 C가 부족하면 쉽게 피로하고 우울증, 코피, 소화장애 등이 잘 생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소는 어떤 것일까.
다이어트를 한다고 무리하게 식사량을 줄이거나 마라톤 등 강도 높은 운동을 자주 하는 경우, 알코올중독이거나 이뇨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는 칼슘 결핍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짠 음식을 좋아해서 고혈압, 동맥경화의 위험이 큰 사람일수록 칼륨을 잘 섭취하는 것이 좋다. 칼륨이 불필요한 나트륨을 배설시키기 때문이다.
UC캘리포니아의대 연구팀이 38명의 정상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칼륨 보충제를 하루에 120mmol(밀리몰)을 복용한 경우 소금 섭취에 따른 혈압 상승 위험이 크게 줄었다. 칼륨을 하루 4.7g 이상 섭취하면 혈압 강하 효과와 함께 신장 결석 위험도 감소한다.
또한 칼륨은 근육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칼륨이 부족하면 근육활동이 저하되고 힘이 나지 않는다. 특히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므로 칼륨이 땀과 함께 배출돼 ‘저칼륨혈증’이 되기 쉽고, 결국 남들보다 여름을 타서 고생한다.
칼륨은 신선한 채소, 과일 등에 많이 들어 있다. 특히 바나나나 토마토, 고구마, 감자, 시금치, 근대, 우유, 검은콩, 팥, 현미, 돼지고기, 고등어 등이 고칼륨 식품이다. 다만 신장기능이 약할 때는 칼륨이 원활하게 배설되지 못해 ‘고칼륨혈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런 고칼륨 식품을 삼가는 것이 좋다. 반면 커피나 술, 설탕 등은 많이 먹으면 칼륨이 과도하게 배설될 수 있으므로 줄인다.
뼈나 치아 건강에 꼭 필요한 칼슘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무리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젊은 여성들은 칼슘뿐만 아니라 단백질, 비타민이 부족해지기 쉬우므로 주의한다.
키와 골격에 따라 우리 몸속에는 약 1~1.5kg 정도의 칼슘이 들어 있다. 칼슘 섭취량이 필요한 양보다 적으면 뼈, 치아에 저장된 칼슘을 사용해 버리므로 적당량을 섭취해야 한다.
흔히 칼슘 하면 뼈에 필요한 영양소로만 알고 있지만 신경흥분을 억제하고 지혈, 백혈구의 탐식작용 등에도 관여한다. 최근에는 혈압저하, 직장암 억제 효과도 주목을 끌고 있다. 하와이대 암 연구센터 연구팀이 하와이와 LA에 거주하는 45세 이상 남녀 19만1011명을 대상으로 5~8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칼슘 섭취량이 가장 많은 상위 33% 그룹은 하위 33% 그룹에 비해 직장암에 걸릴 확률이 남성은 30%, 여성은 36% 낮았다.
칼슘의 흡수율이 가장 식품으로는 우유가 대표적이다. 25세 이전에 우유를 하루 한 컵 이상 마시면 골반과 척추에서의 골밀도가 다소 증가된다고 한다. 20세 이후 성인 남녀의 칼슘 권장량은 700mg이다. 우유 한 컵에는 250~300mg의 칼슘이 들어 있으므로 하루 한두 컵의 우유를 마시는 것이 좋다. 칼슘은 1회 섭취량이 적을수록 흡수율이 높아지므로 한꺼번에 한두 잔의 우유를 마시는 것보다는 여러 번으로 나누어 마시는 것이 낫다.
치즈나 요구르트 등의 유제품에도 칼슘이 많고 채소 중에서는 브로콜리, 케일, 양배추 등에 칼슘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시금치도 100g당 570mg의 칼슘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칼슘 흡수율을 떨어뜨리는 성분이 함께 들어 있어서 흡수율이 매우 낮다.
인산이 들어 있는 청량음료나 햄버거 등의 인스턴트식품은 삼간다. 인산이 칼슘과 결합해 칼슘의 흡수율을 낮추고 뼈에 저장된 칼슘까지 배설시킨다. 소금이나 카페인음료, 술, 담배 등도 칼슘 부족의 원인이 되므로 줄인다.
철이 부족하면 쉽게 피로하고 건망증도 심해진다. 혈액 속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경우에는 주의력이나 인지능력이 떨어진다.
관절염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하버드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02년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 철분 섭취가 적은 하위 20% 그룹은 상위 20% 그룹에 비해 류머티즘 관절염 발병 위험이 4% 더 높았다.
철은 고기나 생선, 조개 등에 많이 들어 있고 콩, 근대, 무청, 미나리에도 풍부하다. 하지만 바나나처럼 타닌이 많은 식품과 함께 먹으면 철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철분을 식품이 아닌 보충제로 섭취할 때는 변비 등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공복에 복용하지 않도록 한다. 하루 권장 섭취량은 성인 남성은 10㎎, 여성은 14㎎이다. 50세 이상 여성은 9㎎이면 적당하다.
비타민 A는 눈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로 정상적인 시각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면역력에 관여하는 T림프구를 활성화시키고 백혈구의 성장·분화에도 필수적이다. 각종 암을 예방한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햇볕을 너무 적게 쬐면 비타민 A가 부족해지기 쉽다.
비타민 B2(리보플라빈)의 경우 수많은 대사과정에 조효소로 작용한다. 항산화 작용을 하고 심혈관 질환이나 편두통, 백내장 등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타민 C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과 함께 철분 흡수율, 면역력을 높이는 데 관여한다. 하지만 흡연을 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으면 비타민 C의 소모량이 많으므로 주의한다.
칼슘과 함께 뼈 건강에 필수적인 비타민 D의 경우 암 예방 효과도 기대된다. 하와이대학 암 연구센터의 연구 결과, 비타민 D를 1000㎉당 6.9㎍ 이상 섭취한 남성은 1000㎉당 0.98㎍이하로 섭취한 사람보다 직장암 발병 위험이 28% 낮았다고 한다.
비타민 A는 동물의 간이나 생선기름, 달걀 등에 많고 녹색 채소나 늙은 호박에도 풍부하다. 비타민 B2는 우유나 유제품, 고기, 생선, 버섯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식사를 통해 섭취하기 어렵다면 영양제로 섭취해도 별다른 부작용은 없다. 비타민 C는 대부분의 채소와 과일에 많은 편인데, 특히 고추나 브로콜리, 시금치, 토마토 등에 풍부하다. 비타민 D의 경우 생선기름이나 강화우유, 시리얼 등을 통해 섭취하거나 햇볕을 적당히 쬐면 몸속에서 합성된다. 이들 비타민을 식사를 통해 충분히 섭취하기 힘들다면 종합비타민제를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오메가-3 지방산 섭취량 역시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흔히 EPA, DHA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오메가-3 지방산이다. 고지방 음식을 주로 먹는 에스키모인들의 심혈관 질환 발병이 적은 이유가 바로 EPA와 DHA 즉,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생선기름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다. DHA는 뇌세포의 정보 전달에 관여해 기억력과 학습능력도 높인다.
또한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과체중, 복부비만인 경우 오메가-3 지방산이 인슐린의 역할을 개선시킨다.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데도 좋아 류머티즘 관절염의 증상을 감소시킬 수 있고 또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생선이나 해산물, 특히 등 푸른 생선을 1주일에 3회 이상 규칙적으로 섭취해 오메가-3 지방산 섭취를 늘린다. 하지만 몸집이 큰 참치 같은 생선은 주의한다. 수은이나 PCB 같은 유해물질의 농도가 높기 때문이다.
식물성 기름을 고를 때는 콩기름이나 옥수수기름처럼 오메가-6 지방산이 많은 것보다는 아마씨유나 포도씨유, 올리브유를 고른다. 아마에도 오메가-3 지방산이 매우 풍부해 아마씨나 아마씨유를 먹어도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리셋클리닉 박용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