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강호는 내 페르소나야!”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밀정>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와 벌써 네 번째 호흡을 맞춘다. 신인 시절의 송강호를 <조용한 가족>에 발탁했던 김 감독은 <반칙왕>을 통해 송강호를 단독 주연의 길로 인도한 데 이어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에서는 ‘이상한놈’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약 10년의 세월이 흐른 후 위상이 달라진 송강호에게 <밀정>을 맡겼다.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에 대한 느낌은 20년간 유지됐다. 한 번도 퇴행과 유보 없이 자신의 한계를 깨 나가는 것이 놀라웠다”며 “<밀정>에서도 나는 영화를 만들며 내 한계를 느끼고 참담했을 때 송강호의 또 다른 모습을 보며 저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절실하게 느꼈다”고 극찬했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영화 <밀정> 스틸컷.
하지만 송강호가 김 감독의 페르소나라 한다면 서운해 할 이들이 있다. 충무로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봉준호, 박찬욱 감독 역시 ‘송강호바라기’라면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봉 감독은 1300만 명을 모은 영화 <괴물>과 할리우드 진출작인 <설국열차> 외에도,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영화로 손꼽히는 <살인의 추억>을 송강호와 함께했다.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을 함께한 배우인 만큼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박 감독도 <공동경비구역 JSA>와 <박쥐> 등 굵직한 작품을 송강호와 합작했다.
# 김성수 감독 “정우성은 내 운명”
정우성과 김성수 감독. 영화 <아수라> 스틸컷.
이후 2001년작인 <무사>에서 또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9월 말 개봉하는 영화 <아수라>를 통해 15년 만에 다시 손을 잡았다. 김 감독은 오랜만에 만난 정우성에게 처음으로 악역을 맡겼다. 때문에 정우성의 필모그래피에 색다른 작품이 가미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김 감독은 “정우성은 평소 욕도 안할 정도로 착하지만 그에게도 어두운 내면은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정우성이 연기해야 인간 본연에 있는 악(惡)을 잘 표현해줄 거라 믿었다”고 신뢰를 보냈다.
충무로 의리파로 소문난 정우성 역시 김 감독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갔고, 황정민-곽도원-주지훈 등이 가세하며 <아수라>는 하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 이것이 바로 브로맨스!
브로맨스란 형제를 뜻하는 ‘브라더’(brother)에 ‘로맨스’(romance)를 더한 표현이다. 통상 남성끼리 끈끈한 정을 드러낼 때 쓴다.
류승범과 류승완 감독은 충무로에서 가장 끈끈히 이어진 사이다. 실제 형제인 두 사람은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시작으로 다수의 작품에서 함께 걸었다. 류 감독이 연출한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부당거래>, <베를린>에는 어김없이 류승범이 등장했다. 게다가 타율도 높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아무리 형제라 할지라도 각각 감독과 배우로서 서로를 필요로 하고, 기대를 충족시키기 때문에 또 다시 서로를 찾게 되는 것”이라며 “류승범은 류 감독의 연출 의도를 가장 정확히 읽는 배우”라 평했다.
실제 형제는 아니지만 하정우와 윤종빈 감독의 의리 역시 둘째가라면 서럽다. 중앙대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졸업 작품인 <용서받지 못한 자>로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함께 밟기도 했다. 이후 메이저 무대에 뛰어든 후 <비스티 보이즈>와 <범죄와의 전쟁>, <군도: 민란의 시대> 등 네 편을 합작했다.
류승범과 류승완 감독 형제. 영화 <베를린> 홍보컷.
# 흥행따윈 필요없어, 거장바라기
국내 흥행 스코어는 미미하나 해외영화제에서는 열광하는 두 감독이 있다. 바로 김기덕과 홍상수. 흥행 성공이 어렵기 때문에 출연료 역시 일반 상업 영화에 출연하며 받는 수준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들의 영화에 유독 몰리는 배우가 있다.
홍상수는 한때 김상경을 페르소나 삼았다. <생활의 발견>을 비롯해 <극장전>, <하하하> 등을 그에게 맡겼다. 이후에는 유준상이 눈에 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하하>, <북촌방향>, <다른 나라에서>,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등 7편에 이름을 올렸다.
김기덕 감독이 오랫동안 사랑한 페르소나는 조재현이었다. 김 감독의 데뷔작인 <악어>를 시작으로 <야생동물 보호구역>, <섬>, <수취인불명>, <나쁜남자>를 거쳐 <뫼비우스>의 주연을 맡았다. 최근에는 그의 영화 <시간>에 출연했으나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였던 배우 성현아를 신작 <그물>에 출연시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 불리듯, 특정 감독의 영화 세계를 좋아하는 배우들은 조건 없이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곤 한다”며 “실패가능성을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 페르소나 기용은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