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한국이 세계 제일의 조선강국이 되었다는 자만에 취해 있던 그때 정부도 기업도 조선업의 미래를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자들에겐 과시적 성과가 필요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받지 못할 공사대금을 수입으로 잡는 분식회계를 일삼았다. 결국 떼인 미청구 공사 대금이 2011년 4조 원에서 2014년에는 7조 원에 달했다.
그렇게 이익을 낸 것처럼 꾸며 직원들에게 3000억 원의 보너스도 주고 로비자금으로 흥청망청 썼다. 제대로 된 경영자라면 그것이 회사가 망하는 길임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낙하산으로 임명된 경영자들에게 회사의 안전보다 더 큰 목표는 자신의 자리보전이었다.
그것은 경영자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었다. 경영자를 임명하는 정치권이나 경영감독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사장이 그러는 사이에 직원 한 사람도 회사 돈 180억 원을 빼돌렸다.
언론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조선업의 호황에 내재된 좌초의 위험들을 심층 분석하고, 사이렌을 울린 언론은 없었다.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사건도 이 과정에서 감추어졌던 기업과 언론의 유착적인 비리의 한 단면을 희화적으로 드러낸 사례일 뿐이다.
송 씨는 2011년 대우조선해양의 지원으로 그리스 국가부도 취재 명목의 8박9일에 걸친 이탈리아 그리스 여행을 했다. 2억 원대의 경비가 들었다는 그의 일정을 따라가 보니 ‘천국여행’이라는 네티즌들의 야유가 이해가 된다.
전세기, 여객기 1등석, 하루 임대료 2200만 원의 요트 임대 등은 결코 기자의 취재여행이 아니다. 그 무렵 그가 쓴 글 중에 그리스에 관한 글 한 편 찾아 볼 수 없다. 송 씨 부인이 대우조선이 건조한 선박의 진수식에서 행한 테이프 커팅의 도끼질은 차라리 엽기에 가깝다.
경제전문 기자로서 주필까지 오른 송 씨였지만 그의 눈에 대우조선해양은 ‘임직원들이 키운 일류기업’ ‘민간에 매각해선 안 되는 기업’ ‘고졸 출신 사원을 채용하는 기업’이었다. 그가 밀어주던 사장 칭송거리만 보였다. 회사의 문제는 그에게 보이지도 않았고 보일 리도 없었을 터다.
송 씨의 사건은 회사의 부실이 당국의 수사대상이 되고 나서 드러났을 뿐이다. 이런 식의 극단적인 로비는 특권층 사이에서 지금도 은밀히 행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업이건, 공직자건, 민간인이건, 과도한 접대는 범죄가 된다는 생각을 모두 새롭게 해야 한다. 9월 28일부터 불법접대를 금지하는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임종건 대한언론인회 주필
※본 칼럼은 일요신문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