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 기숙사 ‘경기드림타워’ 전경
경기대 기숙사(경기드림타워)는 2007년 BTO(민간투자) 방식을 통해 민간사업자에게 20년간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실시협약(계약)을 체결하고 건설 및 운영을 위탁하는 형태의 사업으로 건립됐다. 발주처인 경기대가 토지를 제공하고 서희건설이 시공을 했으며 특수목적법인(SPC)인 경기라이프를 통해 20년간 운영되는 방식이다. 서희건설은 경기라이프의 지분 90%를 소유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기숙사 위탁관리 운영사 경기라이프가 기숙사 운영변경을 고지하면서 시작됐다. 지난달 23일 경기라이프는 경기대 기숙사 홈페이지에 향후 기숙사 운영계획 변경안을 공지했다. 변경안에는 이달부터 시작되는 2학기 기숙사생 모집에 기숙사비 11% 인상과 동절기 난방 온도를 기존 28도에서 22도로 내리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외에도 온수와 관련해선 남녀동 및 공용부 설정온도를 30도로 내렸으며 정수기와 무인택배 등의 기타서비스가 중단된다는 내용이었다.
서희건설이 이처럼 갑작스럽게 운영방침을 바꾼 이유는 5년간 적자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2007년 민간사업 최초 실시협약 단계에서 비롯됐다. 당시 경기대는 사업자인 서희건설에 기숙사 입주율이 80%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미달되는 부분을 보전해주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2010년 사업제안 요건 변경으로 변경 실시협약을 체결할 때 이 같은 수익보전 기준이 계약서 별첨자료 오기로 인해 입주율 80%에서 64% 수준으로 변경된 것이다.
서희건설 측은 이를 바탕으로 운영사가 실제 운영할 경우 기숙사 운영에 필요한 비용만큼의 수입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적자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이를 해결하고자 경기대와 실시협약의 계약사항 조정을 수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협상에 응하는 척 하다가 결국은 협약서대로 실시할 것만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경기라이프는 매년 부족한 3~4억원의 시설운영비를 최대주주인 서희건설로부터 지원받아서 5년간 적자를 충당해 왔다”고 덧붙였다.
기숙사비 인상률에 대해서도 서희건설 측은 “경기대는 11% 인상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3%다”라며 “그동안 협약서 기준으로 매년 기숙사비를 3% 인상해 왔다. 단지 최근 2년 동안 기숙사비 인상만 전년도 기숙사비에 1.5% 인상을 반영하고 학교 측 요구로 나머지 1.5%는 부속사업 이익으로 충당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는 학교 측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문제는 부속사업을 통해 1.5%를 충당할 만한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부터는 어쩔 수 없이 협약서 기준대로 3%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서희건설 측의 주장이다.
이에 학교 측은 이같은 서희건설의 조치가 학교 측과 협의된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을 통해 전년대비 11% 인상에 대해선 반환청구소송을 추진할 것이며 운영사의 난방 및 온수 온도를 낮추는 것과 기타서비스 중단에 대해서는 실제 시행 시 법적대응을 불사하겠다고 주장한다.
경기대학교 관계자는 “학교 측에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지게 하기 위해 학생들을 볼모로 너무 감정적으로 나서는 것 같다”며 “기숙사비 인상과 관련해서는 해당 년도 물가인상률에 따라야 하고, 학교·학생·운영사가 모두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거쳐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협의가 안 된 상태에서 나온 서희건설 측의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 학생회와 학교 측이 변호사를 만나 법률적 검토를 실시한 결과 계약 위반 소송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의견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립구도로 흐르면서 결국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경기드림타워 사생회 한 학생은 “난방과 온수는 공지를 동절기로 해놔서 그런지 현재는 별다른 조치가 안 되어있다. 하지만 무인택배시스템의 경우 어제(19일)부로 운영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기숙사생 김 아무개 씨(22)도 “별다른 협의 없이 20만원 가까이 오른 비용으로 내고 들어와 살고 있는데 물도 먹지 말고 찬물로 씻으라니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측에서는 난방과 온수 문제에 대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 아니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