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청년인턴 2人- 왼쪽부터 안소현 24세, 한송희 22세)
“취업을 정말 하고 싶지만, 실제 직무를 경험해볼 기회가 부족해요”
[부산=일요신문] 박영천 기자 = 취업준비생들이 한 번씩은 해봤을 생각이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88만원 세대’와 같은 용어들은 익숙해진지 오래다.
이러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2008년 말부터 ‘공공기관 청년인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취업 청년층을 인턴으로 채용해 경력형성 및 직업능력 향상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대한민국 대표 공기업으로서 지역사회기부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마사회도 이러한 취지에 맞게 올해 50여 명의 청년인턴을 채용, 2개월간 청년들에게 다양한 직무 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실제 올해 8, 9월 2개월간 한국마사회 부산경남지역본부에서 근무했던 청년인턴 두 명(안소현 24세, 한송희 22세)에게 2개월간의 청년인턴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래는 2人과의 일문일답.
▶지원동기 및 채용절차
(안) 6월 중순 채용공고를 확인하고 서류를 접수했다. 평소 동물들에 관심이 많아서 ‘말’산업에도 호기심이 있었기에 지원서를 작성했다. 서류심사와 한 번의 면접심사를 거쳐 최종 채용 통보를 받았다. 전체 과정은 3주 정도 소요되었다.
(한) 평소에도 공기업 입사를 희망하고 있는 4학년 학생으로,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최근 다수의 공기업이 NCS채용절차를 도입했기에 무엇보다 직무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직무경험을 쌓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지원했다. 또한 ‘신의직장’이라고 불리는 한국마사회지만, 인터넷 검색만으로는 정보를 찾기가 어려워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청년인턴 활동 전과 후를 비교한다면?
(안) 체험형인턴을 하기 전에는 공기업 직원의 업무는 왠지 따분하고 무료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만분의 일초 차이로 승패가 결정되는 경주를 관리, 감독하는 일은 정말 박진감 넘치고 활동적인 업무였다. 경마가 아니더라도 공원 내에 있는 글램핑장, 빛축제 ‘일루미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해볼 수 있어 좋았다. 또한 인턴 활동 전에는 아무래도 ‘경마는 도박’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는데, 1분 20초가량의 경주를 위해 수반되는 많은 사람들의 업무를 뒤에서 지켜보니, 경마라는 것이 단순 도박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땀과 노력과 국가대표 못지않은 말들의 훈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사실 2개원간의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취업카페후기를 보면 ‘인턴은 복사만 시킨다’는 말이 많은데, 막상 인턴생활을 해보니 내가 주도적으로 업무를 이끌어가는 기회를 많이 주셨다. 특히 ‘공원 진입로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 창출’ 업무를 수행할 때는, 직접 다양한 업체에 전화해 견적을 문의하는 등 실무적인 부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회사 내에서 실제 업무가 어떻게 수행되는지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청년인턴 체험을 통해 느꼈던 좋은 점
(안) 어렸을 때 수의사를 꿈꿨을 만큼 동물을 좋아했기에 말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한국마사회는 최고의 근무지였다. 매주 일요일에는 일반인들의 승마체험을 지원하는 활동을 했는데 이 또한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회사에서 운영했던 ‘멘토-멘티 1:1 멘토링’ 제도도 처음 사회생활을 하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신입사원이 멘토로 지정되었는데, 직장 선배이면서도 때로는 친한 언니같이 느껴져 더 빠르게 회사에 적응할 수 있었다.
(한) 실제 한국마사회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사업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는 단순 경마뿐만 아니라, 승마체험활동, 글램핑, 빛축제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멘토-멘티 1:1 멘토링’을 통해 멘토링비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취업에 필요한 다양한 강의나 교재도 이용할 수 있어 좋았다. 인터넷만으로는 찾기 힘들었던 취업준비경로나 팁을 멘토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청년인턴 체험을 통해 느꼈던 나쁜 점
(한) 나쁜 점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이번 청년인턴 경험을 통해 한국마사회의 주말은 타사와 달리 월, 화요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매주 금, 토, 일요일에 경마를 시행하기 때문에 주말에는 쉴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 말로만 들었을 땐 ‘주말근무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경험해보니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이 또한 청년인턴제도가 아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뜨거웠던 올 여름, 한국마사회에서 2개월간의 청년인턴활동을 수행한 2人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단순 복사 등의 업무만 수행했을 것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공원 개선안 창출’, ‘가독성 높은 PPT 작성’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기업 청년인턴 제도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었다.
이처럼 한국마사회는 공공기관 청년인턴의 적극적인 채용을 독려해 내실 있는 운영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를 잘 발현시켜가고 있었다. 앞으로도 청년인턴 제도를 잘 발전시켜 청년실업 문제해결에 앞장서는 기업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