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하이서울페스티벌’에서 ‘서울거리예술축제’로 명칭 바꿔 정체성 강화
- 도심 중심 → 플랫폼창동61, 망원1동, 길음1동 등 ‘마을로 가는 축제’ 확대
- 시민참여 프로그램에 4천 여 명 참여… 폐막일 9시~22시 세종대로 교통통제
[서울=일요신문] 김정훈 기자= 오는 9.28(수)부터 10.2(일)까지 5일간 국내는 물론 프랑스, 호주, 이탈리아 등 9개국에서 온 47편, 총 126회의 수준 높은 거리예술공연이 서울 도심을 비롯한 지역 곳곳에서 펼쳐진다.
유럽 거리축제에서 주목받고 있는 현대 서커스부터 거리를 걸으며 도로 전체를 움직이는 무대로 활용하는 이색적인 이동형 공연, 청계천 물 위에서 연기와 음악을 선보이는 설치형 퍼포먼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거리예술작품이 시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이번 축제는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이 지난 2003년부터 개최해온 ‘하이서울페스티벌’을 ‘서울거리예술축제’로 이름을 바꿔 여는 것으로, 이를 통해 거리예술행사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존의 ‘하이서울페스티벌’이 행사의 다양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공연 무대를 마을까지 넓혔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올해는 도심뿐만 아니라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는 플랫폼창동61은 물론 시민 일상 속 생활현장인 망원1동, 길음1동 지역까지 찾아가는 ‘마을로 가는 축제’로 열린다.
서울시는 그동안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리축제로 자리매김해온 거리예술축제를 시민 누구나 일상에서 국내외 거리예술공연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시민축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축제 주요 프로그램은 ▴개‧폐막 공연 등 국내외 공식초청작 30편 ▴자유참가작 17편 ▴시민+예술가 <시민예술공작단> 공연 ▴시민예술가‧동호회 작품발표 <시작> ▴시민 1천 여 명이 만드는 폐막프로그램 <끝.장.대.로> ▴거리예술비평포럼이다.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약 4,00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하는 축제로 치러진다.
우선, 개막작으로는 프랑스 극단 까라보스(Carabosse)의 설치형 퍼포먼스인 <흐르는 불, 일렁이는 밤>이 선정됐다.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이는 작품으로, 도깨비설화의 진원지인 청계광장~광교 약 400m 물 위에 수놓인 1,700여 개의 화(火)분이 악사의 음악과 어우러져 화려하고 거대한 불꽃정원을 만든다.
사전 신청을 받은 7명의 시민이 ‘시민예술공작단’으로 참여해 불꽃정원에서 화분을 지키는 배우로 변신한다.
40여 편의 국내외 공식초청작과 자유참가작 가운데 ‘마을로 가는 축제’에는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골고루 참여해 시민들에게 거리예술 공연의 가지각색 매력을 선물한다.
플랫폼창동61 : 다섯 명의 아티스트가 시소에서 펼치는 서커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다)>(꼴렉티브 드 라 바스뀰), 서커스‧연극‧시가 결합된 <거인>(라 페케니아 빅토리아 센), 괴기한 코미디와 신나는 음악이 어우러진 <닥터 랄랄라의 이상한 병원>(음악당달다)
망원시장 및 망원1동 일대 : 인형작업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업실에서>(벨기에극단 TOF), 증기 자전거를 탄 그림 배달부가 도심을 누비는 <포스트맨>(비주얼아트연구소)
길음1동 : 한국전래동화를 재해석한 <선녀와 나무꾼>(예술무대 산), 외침을 통한 해방을 표현한 <울음 섞인 외침>(스페인 오가닉)
작품공연 뿐만 아니라 마을예술창작소 등 마을 예술문화 활동의 중심인 지역단체들의 자체프로그램과 연계, 시민 참여의 폭을 넓힌다.
길음1동에서는 길음동 마을예술창작소 ‘길음예술사랑방’ 등 지역단체들이 체험프로그램 및 시민공연을 진행한다. 망원 1동 및 망원시장에서는 지역주민 소통의 자리인 제1회 ‘달빛반상회’와 연계한 자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외에도 한국과 호주의 예술단체가 약 2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전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작품 <시간의 변이>(호주 스토커씨어터+한국 창작중심 단디+서울시 대표 비보이단 드리프터즈크루)는 서울의 근대화 역사를 담고 있는 ‘서울역’을 재조명하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의 대표작 <눈 먼 자들의 도시>를 공연으로 재탄생시킨 <눈 먼 사람들>(폴란드 극단KTO)은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작품이다.
<시민예술공작단>은 사전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된 시민들이 전문 배우들과 함께하는 워크숍을 통해 공연에 대한 영감을 나누며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개막작인 <흐르는 불, 일렁이는 밤>과 2일(일) 세종대로에서 열리는 온앤오프무용단의 <파란운동화> 공연이 대표적이다.
‘시민들이 만드는 작은 축제’인 <시작>은 그 이름처럼 시민예술가와 예술동아리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발표하는 자리다.
1일(토)에는 12개 팀이 음악, 발레, 뮤지컬 공연을, 2일(일)에는 서울문화재단이 ‘좋아서-예술동아리’를 통해 지원하고 있는 각 자치구의 생활예술동아리들이 공연을 선보인다.
이외에도 축제의 자원활동가 ‘길동이’들이 축제댄스와 놀이프로그램 등 ‘길동이 유랑단’을 기획‧운영하고, 설치미술을 선보이는 등 축제현장 곳곳에서 시민참여를 북돋우며 활력을 더한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2일(일) 세종대로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폐막프로그램 <끝.장.대.로>는 남녀노소 시민 누구나 가지각색 예술문화를 체험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축제의 한마당이다. ‘노는 대로(체험)’, ‘움직이는 대로(퍼레이드)’, ‘그 대로(거리공연)’로 구성됐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폐막작 <길&Passage>는 국내 불꽃연출단체‘예술불꽃 화(花, 火)랑’과 프랑스 거리예술단체 ‘까르나비흐(Cie Karnavires)’의 공동작품이다. 오는 12월 열리는 ‘리옹 빛축제’에도 초청될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품으로, 청계광장에서 서울광장으로 이동하며 불꽃을 따라 떠나는 삶과 죽음의 찬란한 여정을 그린다.
폐막일인 2일에는 행사를 위해 오전9시~오후10시 광화문사거리와 대한문 앞 세종대로 500m가 통제돼 차도가 닫힌 거리에 차도와 인도 구분 없이 흥겨운 예술의 장이 펼쳐진다.
거리예술비평포럼(27일, 시민청 바스락홀)에서는 공연연출가, 평론가,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거리예술 비평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 아래 ‘서울거리예술축제’가 아시아의 대표적인 거리예술 플랫폼으로서 내실을 다지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이밖에도 거리예술이 생소한 시민들에게 거리예술의 역사와 형태를 알기 쉽게 소개하는 전시도 서울광장에서 연다. 이를 위해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의 컨테이너 차량이 ‘움직이는 전시장’으로 변신한다.
핸드메이드 제품 프리마켓인 ‘파란만장’(청계광장)이 상시 열리고, ‘책놀이터’와 같은 쉼터도 운영한다.
공연과 체험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예술후원 기부 캠페인과 치유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협력프로그램이 운영돼 축제를 더욱 풍성하고 의미 있게 만든다.
축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서울문화재단 축제추진단 또는 ‘서울거리예술축제’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청명한 가을 서울 곳곳에서 펼쳐지는 거리예술축제가 시민들의 예술 참여 폭을 넓히고 예술적 상상력으로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며, “올해는 서울거리예술축제로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하는 해인만큼 거리예술의 내실을 다져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리예술축제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종석 ‘서울거리예술축제’ 예술감독(용인대 연극학과 교수)은 “올해는 기존 축제의 주 무대였던 도심에서 나아가 마을 곳곳으로 찾아가는 축제를 기획해 일상공간에서 시민과 거리예술이 만나는 자리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며 “시민들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가까이 누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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