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관’ 경북테크노파크 미끼로 이용…업무협약 과장 홍보
[일요신문] 고교 동창 김형준 부장검사에게 지속적으로 향응을 접대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했던 김희석 제이제이게임즈 대표(구속)가 자신의 사기행각에 공기관인 경북테크노파크(경북TP)를 이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김 대표는 현재 60억 원대 사기 및 15억 원대 횡령 혐의로 구속돼 있다. 경북TP는 선진국 형태의 산업클러스터를 벤치마킹해 만든 벤처 및 중소기업을 위한 복합단지다.
고등학교 동창인 김형준 부장검사에게 사건 무마 청탁을 한 의혹을 받는 김희석 제이제이게임즈 대표가 지난 5일 검찰에 체포돼 서울 서부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는 지난해부터 시가 1만 원이 넘는 충전기를 중국에서 2000원대에 수입할 수 있다고 속여 투자자들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투자자들이 왜 물건을 보내주지 않느냐고 항의하면 조금씩 물건을 보내주며 달래 왔다고 한다. 투자자들은 김 대표 회사가 공기관인 경북TP와 협력하고 있는 업체로 알려졌기 때문에 믿고 투자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북TP는 지난해 제이제이게임즈와 MOU(업무협약) 계약을 맺었다. 당시 김 대표는 사기 전과 3범이었고 제이제이게임즈는 설립 2년 차 회사였다. 게다가 법인등기를 보면 제이제이게임즈는 설립 초기에는 자산관리업무 대행업을 하다 2014년 10월이 돼서야 게임개발 및 유통업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경북TP는 게임 개발업에 뛰어든 지 1년도 안된 회사와 게임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맺은 것이다.
피해자 측 한 관계자는 “신생업체가 공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으면 홍보에 큰 도움이 되고 신뢰도도 높아지기 때문에 어느 업체든 공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싶어 할 것”이라며 “신생업체가 공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기가 쉽지 않은데 이 과정에서 특혜는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북TP는 자신들도 속았다고 항변했다. 경북TP 측에 따르면 김 대표는 경북TP와 MOU 계약만 맺었을 뿐이지 지금까지 공동으로 진행한 사업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김 대표는 경북TP와 여러 가지 공동사업을 진행한 것처럼 수차례 보도자료를 냈다.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경북TP를 적극 이용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5월 제이제이게임즈는 경북TP와 글로벌게임콘텐츠허브센터를 곧 구축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실제로는 전혀 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었다.
경북TP 측 관계자는 “앞으로 사업을 추진하려고 사업계획서를 내고 예산을 따내려고 그런 상태였지 사업이 확정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가 이런 식으로 보도자료를 내도 되냐고 걱정하니까 경북의 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해야 된다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었던 것뿐”이라며 “자기가 특정 언론사와 친하다고 하더라. 보도자료도 자기들이 만들어서 뿌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언론사는 짧은 기간에 제이제이게임즈와 관련한 기사를 14건이나 쏟아냈다.
지난해 12월에는 제이제이게임즈가 경북TP와 함께 국내 중소 게임업체인 K 사의 중국 진출을 도왔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K 사 법인 주소지에는 전혀 엉뚱한 회사가 있었다. 제이제이게임즈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K 사가 개발한 R 모바일 게임을 현지화해 중국시장에 진출시켰다고 주장했다.
‘스폰서 검사’ 의혹을 받는 김형준 부장검사. 연합뉴스
그러나 K 사 대표는 R 게임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K 사 대표는 현재 회사가 개점휴업상태라고 했다. 불과 9개월 전에는 중국시장에 진출할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업체가 현재는 개점휴업상태라는 얘기였다. K 사 대표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며 모든 답변을 거부했다. 경북TP 측은 당시 중국 진출 역시 제이제이게임즈 측에서 모두 진행한 사항이라 실제로 중국 진출이 이뤄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경북TP를 오가며 실무를 봤던 제이제이게임즈 관계자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해봤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제이제이게임즈는 지난 5월 마포에 있던 사무실을 비웠다.
경북TP 측 관계자는 “우리도 처음에는 조금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제이제이게임즈가 워낙 적극적으로 구애를 해왔다. 아예 본사를 경북으로 옮기겠다고 했고 중국 쪽에 게임업체 진출을 도울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다고 해서 업무협약을 맺었던 것뿐”이라며 “김 대표가 사기 전과자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김 대표는 한두 번 왔다갔을 뿐 전면에 나서지 않았고 한 아무개 씨가 대표라고 했다”고 말했다.
경북TP 측이 언급한 한 대표는 김 대표를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고발한 인물이다. 한 대표는 사건이 불거진 후 자신은 ‘바지사장’이었을 뿐이고 김 대표가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고발했다고 주장했다.
경북TP 관계자는 “우리는 어찌됐든 게임업체를 한 군데라도 유치하면 좋은 거니까 별생각 없이 업무협약을 맺었을 뿐 사기에 이용될지는 몰랐다. 특혜를 준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김 대표가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도 깜짝 놀랐다. 뒤늦게 알아보니 김 대표가 글로벌게임콘텐츠허브센터를 추진하겠다면서 우리도 모르게 정부 예산을 타내려고 시도한 정황도 있었다. 우리도 일방적으로 이용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과거에도 이와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지난 2007년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대표는 한 대기업 자회사에 콘솔게임기 판매대행을 해주겠다며 접근했다. 그런데 김 대표는 대기업으로부터 인수받은 콘솔게임기를 덤핑방식으로 판매했고 판매대금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김 대표는 당시에도 공기관을 끌어들였다. 당시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김 대표의 회사가 공기관에까지 납품을 하고 있다고 해서 속았다’는 등의 증언이 나온다.
이후 김 대표는 자신은 대기업의 지시에 따라 덤핑판매를 한 것이라며 언론에 폭로했다. 대기업 측은 김 대표가 판매대금을 빼돌려놓고 이를 물타기하려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이라며 억울해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