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일 3년 임기로 취임한 최 이사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관에 따르면 이사장은 3년 임기에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9월 2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고 5일 이사장 공개모집공모를 냈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13일 마감된 공모에 지원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2005년 통합 한국거래소 출범 이후 지금까지 연임한 이사장은 한 명도 없었다”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던 최경수 이사장이 돌연 연임을 포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그러나 최 이사장의 연임 포기를 정부의 뜻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사실상 정부에서 임명하는 자리라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 최경수 이사장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이전 이사장인 김봉수 씨도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윤진식 전 의원의 고등학교 후배라는 점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2018년 2월까지지만 대선이 있는 내년 말부터 박근혜 정부의 입김이 약화할 수 있다. 만일 최 이사장이 1년 단위로 연임하면 임기가 끝나가는 내년 말 소위 친박 계열의 인사나 현 청와대와 연이 닿은 인사가 차기 이사장 자리에 오르기 힘들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청와대와 가까운 친박 인사를 새로운 이사장으로 임명하면 임기가 보장된 3년간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금융 관료 출신들이 재취업할 때 선호하는 곳으로 꼽힌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재취업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법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는 퇴직일부터 3년간 이전 소속 부서나 기관과 관련 있는 곳에 취업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 실제 이은태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이해선 시장감시위원장도 각각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서 근무한 관료 출신이다. 한국거래소 임원진과 정부의 관계가 긴밀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거래소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재취업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관료 출신들이 재취업할 때 선호하는 곳으로 꼽힌다. 일요신문 DB
최 이사장이 연임을 포기함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추진 중인 지주회사 전환이 계속 추진될지도 관심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미 2007년부터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세웠으나 이를 실질적으로 추진한 건 최 이사장 취임 이후다. 최 이사장은 취임 직후 ‘KRX 선진화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대외적으로 공표해 방향성을 제시한 건 이때가 처음이다. 주요 내용은 한국거래소의 내부 사업부인 코스피시장, 코스닥시장, 파생시장 등을 자회사로 분리해 전문성을 높인다는 것. 최 이사장은 지난 2월 한국거래소 지주회사전환팀을 신설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보여왔다. 그런데 최 이사장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지주회사 전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전환은 국회에서도 이슈다.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9월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는 근거가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이진복 의원은 지난 7월 재발의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안에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 내년 상반기까지 지주회사 전환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는 신임 이사장 취임과 지주회사 전환 문제는 큰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 이사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한 게 맞지만 정부에서도 핵심적 의제로 보고 있는 만큼 이사장 교체와 상관없이 추진될 예정”이라며 “최 이사장 취임 이전부터 논의된 내용이니 이사장이 바뀐다고 해서 지주회사의 내용이나 방향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낙하산 위한 졸속 후보 추천” 차기 이사장 정찬우 내정 한국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차기 이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9월 30일 주주총회에서 이사장 선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정 전 부위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적극 추진했던 인물이어서 지주회사 전환 문제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 전 부위원장을 두고 학자적 소양은 있지만 실무적인 능력은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오랫동안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해 실제 시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 전 부위원장은 친박 인사로 분류된 인물이다. 지난 대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과 서울대 82학번 동기로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 노조와 금융소비자원은 정 전 부위원장에 대해 ‘낙하산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불과 2주 미만의 심사를 거쳐 주주총회에 후보를 추천하는 등 후보 추천 기간이 지나치게 짧은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한 노조는 정 전 부위원장이 단독후보로 추천된 후 지난 23일 “낙하산 인사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정 전 부위원장은 과거 몇 차례 구설에 오른 적이 있어 더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위 부위원장 시절인 2013년 7월 금융연구원 선배인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선임에 적극 개입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또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는 정회 후 국감장에서 욕설을 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한국거래소 상임이사 7명 중 4명이 외부인사로 채워지는 경영구조는 올바른 구조라고 볼 수 없다”며 “관료 출신들은 부족한 전문성으로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금융산업의 발전을 선도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