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작품은 방송 중인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이다. 방송 7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한 드라마는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 그 인기의 중심에 있는 박보검은 그동안 드라마 주인공의 아역을 맡거나 영화 속 조·단역에 그쳤다. 하지만 착실하게 실력을 키운 끝에 비로소 자신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착실하고 순수한 모습은 여성 시청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면서 ‘착한 남자’ 열풍도 함께 만들어낸다.
물론 스타가 되기까지 어려움이 없던 것은 아니다. 집안 사정 탓에 개인 파산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을 둘러싸고 의문을 키우기도 했다.
사진출처=KBS 2TV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홍보 스틸컷.
# 가수 꿈꾸던 10대… 차태현 매니저의 눈에 띄어 연기자로
박보검은 2011년 영화 <블라인드>의 단역으로 데뷔했다. 처음 목표는 연기자가 아닌 가수였다. 고등학생 때 자신이 노래하는 모습을 촬영해 한 연예기획사에 보냈다. 바로 차태현 조인성 등이 소속된 IHQ(싸이더스)다. 박보검을 발견한 사람은 당시 차태현을 담당하던 매니저. 박보검에게 연락해 ‘가수보다 연기자가 더 어울린다’고 제안했고, 그렇게 데뷔가 이뤄졌다.
박보검은 3~4년 동안 영화의 단역과 비중이 적은 조연이나 TV 드라마 주인공의 어린 시절 아역 배우로 짧게 출연해왔다. 그 과정에서 이선균 주연의 영화 <끝까지 간다>에서 잠깐 등장하는 교통순경, 김혜수가 출연한 <차이나타운>에서 채무에 시달리는 대학생 역으로 경력을 쌓았다. 2년 전 방송한 KBS 2TV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서 이서진의 아역을 맡으면서 비로소 시선을 끌었다.
박보검을 스타덤에 올린 드라마는 올해 1월 방송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다. 류준열, 고경표 등과 주연을 나눠 맡았지만 드라마가 끝난 뒤 가장 주목받는 스타로 인정받았다. 그 열기를 이어 현재 출연하는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마침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박보검은 <응답하라> 시리즈가 가진 불명예까지 사라지게 했다. 총 3편이 제작된 <응답하라>에 출연한 연기자들은 이후 활동에서 늘 저조한 성적에 그친 탓에 ‘응답하라의 저주’라는 징크스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이 같은 징크스는 박보검을 비껴갔다.
박보검이 현재 거두고 있는 성과는 같은 시간대 맞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을 고려하면 더욱 의미를 둘 만하다. 동시간대 방송 중인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는 한류스타 이준기를 비롯해 가수 아이유, 강하늘, 소녀시대의 서현과 엑소의 백현 등 정상급 아이돌 스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스타 군단도 박보검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구르미 그린 달빛>이 시청률 20%를 넘나드는 사이 <달의 연인>은 5~6%대의 기록에 그치는 상황. ‘박보검 효과’에 밀린 탓이다.
박보검은 현재 한류스타 자리도 예약하고 있다. 드라마가 중국에 수출되지 않았지만 웨이보 등 현지 SNS에는 박보검과 관련한 사진과 정보를 공유하는 누리꾼의 의견이 활발하다. 과거 이민호와 김수현의 활약을 발견하고 한류스타로 ‘키워낸’ 중국 누리꾼이 먼저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사진출처=KBS 2TV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홍보 스틸컷.
# 개인파산 등 어려운 시간, 성장 도운 발판
박보검이 시작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아니다. 차츰 인기를 얻을 무렵 가정문제로 인한 고통도 겪었다. 10대 때 아버지가 한 대부업체에서 사업자금을 빌리는 과정에서 연대보증인으로 오른 탓에 약 8억 원에 이르는 빚을 떠안은 신세가 된 적도 있다. 2014년의 일이다.
당시 박보검 가족과 채무 관계를 맺은 대부업체는 연대보증인 자격인 박보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아버지의 빚을 대신 갚으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변제 능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박보검은 개인파산과 면책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중재에 나섰고, 대부업체가 이를 받아들여 사건은 일단락됐다.
박보검은 가족 사랑이 남다르기로도 유명하다. 가족과 함께 매주 일요일마다 서울 목동에 있는 교회를 다니고, 촬영 일정이 없을 때면 교회에서 여전히 피아노 반주자 역할까지 맡고 있다.
박보검 신드롬의 진원지는 여성 시청자다. 10대부터 50대~60대 장년층까지 그 범위도 다양하다. ‘여심을 빼앗은 착한 남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거친 성격의 ‘나쁜 남자’가 매력의 상징으로 통했지만 박보검을 기점으로 이제는 인성 좋고 순수한 ‘착한 남자’가 대세로 떠올랐다.
박보검의 또 다른 별명은 이름에서 착안된 ‘보검복지부’. 남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된 것 같은 이미지로 인해 얻은 별명이다. 최근 KBS 2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 등에서 보여준 착실하고 바른 인성은 그를 향한 여성 팬의 시선을 더욱 뜨겁게 한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제작 관계자는 “박보검의 인기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것 같은 이미지에서 나온다”며 “드라마에서 맡은 캐릭터가 실제로 경쾌하고 유쾌한 박보검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