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술투자에서 9년 6개월째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윤병철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올해까지 5회 연임에 성공하며 최장수·최다 연임 기록을 세웠다. 연합뉴스
금융권 사외이사는 은행장이나 협회장 등에 비해 세간의 관심은 덜 받는 편이지만 권한이나 대우는 결코 못하지 않은 자리다. 적지 않은 연봉을 받으면서 지주사 회장의 해임 여부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신의 원래 직업과 별도로 맡는 일종의 ‘부업’이기 때문에 책임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금융권 사외이사가 ‘꽃 보직’이라 불리는 이유다.
금융권 사외이사 중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물은 우리기술투자 사외이사인 윤병철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KTB투자증권 사외이사인 김용호 변호사다. 두 사람은 무려 9년 6개월째 같은 회사에서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다.
우선 1937년 생으로 올해 팔순을 맞은 윤 전 회장은 평생 금융권에 몸 담아온 거물급 금융인이다. 1960년 농업은행에 입사한 뒤 한국개발금융 부사장, 한국장기신용은행 상무, 한국투자금융 회장, 하나경제연구소 회장, 하나은행 회장,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굵직한 금융사 경력만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현재도 한국 FP(재무설계사)협회 회장직으로 현역에서 활동 중인 그는 우리기술투자에 영입되기 전에도 오랜 기간 쟁쟁한 회사들의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직업이 사외이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1998년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농협중앙회, 맥쿼리코리아, 한미파슨스 등이 그가 사외이사로 몸담았던 회사들이다.
2007년 처음 우리기술투자 사외이사로 선임된 그는 올해까지 5회째 연임에 성공하며 최장수·최다 연임 기록을 동시에 세우기도 했다. 윤 전 회장이 우리기술투자에서 받는 연봉은 3000만 원으로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김용호 변호사는 법조계 출신의 대표적인 장수 사외이사다. 1962년생으로 올해 55세인 김 변호사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25년째 근무 중인 법조계 인사다.
윤 전 회장과 같은 시기인 2007년 3월 처음 KTB투자증권 사외이사가 된 그는 4회 연임하며 9년 6개월째 재임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파생상품이나 구조화금융 등 복잡한 금융 관련 법률에 정통한 인물이다. 금융당국에서 커버드본드 등 금융 관련 제도를 법제화할 때면 고문변호사 형식으로 참여하는 등 금융전문 변호사로 명성을 얻고 있다. 그가 KTB투자증권으로에서 받는 연봉은 2400만 원가량이다.
아주캐피탈에는 검찰 출신의 유국현 변호사와 재정경제부 출신 김용민 전 조달청장, 은창용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장기 재직 중이다.
유국현 변호사는 수원지방검찰청 차장검사 출신으로 현재는 김앤장에서 활동 중인 인물로 8년 4개월째 아주캐피탈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도 몸담고 있다. 김앤장에서는 기업형사·화이트칼라범죄 전문그룹과 부패방지·준법경영 전문그룹을 총괄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과 외국인 투자기업 관련 대형 형사 사건을 주로 맡고 있다. 그는 현대중공업 사외이사이기도 하다.
은창용 변호사 역시 8년 4개월째 아주캐피탈에 둥지를 틀고 있다. 우정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인 그는 IMF 외환위기 직후 국내 금융사들이 미국 글로벌 금융사인 JP모간과 법률 분쟁에 휘말렸을 당시 성공적인 변호를 해내며 명성을 얻었다. 과거 시티은행이나 체이스맨해튼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한국에 진출할 때 법률자문을 맡았던 경험이 역으로 그들과 법률분쟁에 도움이 됐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용민 전 조달청장은 재경부 세제실장을 지낸 인물로 ‘관피아(관료 출신 마피아)’ 멤버로 불린다.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 당을 창당했을 당시 창당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정치권 인맥이 만만찮음을 과시하기도 했다. 아주캐피탈에서는 7년 가까이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보험권에서는 동부화재 박상용 율촌 고문과 코리안리 한택수 사외이사가 장기집권에 나서고 있다. 박상용 사외이사는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행정관,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냈고 현재 법무법인 율촌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한택수 이사장은 행정고시 11회 출신으로 재정경제원 관세국장, 국고국장을 지낸 뒤 현재 창조경제연구원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이들 외에도 5년 이상 같은 금융사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인물들이 적지 않다. 삼성카드의 차은영·하영원 사외이사, 기업은행 이종구·조용 사외이사, SK증권 양용승·조성익 사외이사, 부국증권 이종욱 사외이사 등이 모두 5년 이상 재직 중인 붙박이 사외이사들이다.
이영복 언론인
보험사 사외이사는 ‘예스맨’ 사외이사들의 ‘거수기’ 논란은 올해도 어김없이 재현되고 있다. 특히 대형 보험사 사외이사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액수의 연봉을 받으면서도 올해 역시 이사회 안건에 대해 한 번도 반대의사를 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 1위 보험사인 삼성생명은 올해 상반기 8번의 이사회를 개최해 24건의 안건을 의결했지만 사외이사의 반대 의사 표시는 한 번도 없었다. 교보생명도 3번의 이사회를 통해 15건의 안건을 다루는 동안 사외이사들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한화생명과 동양생명 사외이사들 역시 3차례 열린 이사회에서 예외 없이 100% 찬성의사를 표했다. 손해보험사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화재는 올해 상반기에 처리한 안건 24개 가운데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된 경우가 한 번도 없었고, 현대해상 사외이사들도 27건의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KB손해보험 역시 6차례 이사회에서 24개의 안건이 모두 무사 통과됐다. 삼성생명 사외이사들은 상반기에만 1인당 평균 4000만 원을 받았고 한화생명과 동양생명, 현대해상의 사외이사는 1인당 3000만~4000만 원을 받았다. 이사회가 한 번 개최될 때마다 1000만 원씩을 받은 셈이다. [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