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시게모리 겐타 교수는 “달리기를 꾸준히 하면 기억력, 집중력, 판단력 등 뇌기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마라톤 대회에서 뛰고 있는 달리기 동호인.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주로 이용한다” “점심은 걷는 것이 귀찮아 근처 식당에서 해결한다” “황금 같은 주말, 몸도 피곤하니 뒹굴뒹굴 집안에서만 보낸다” 만일 이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면, 당신의 뇌 기능은 서서히 저하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일본 매체 <동양경제 온라인>은 시게모리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두뇌 단련법을 소개했다. 교수의 말에 따르면 “우리 몸은 뇌 기능을 켜는 스위치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신체 활동이 활발한 사람은 뇌가 활성화되지만, 몸을 움직이지 않을 경우 뇌 자극이 점점 줄어들어 기능이 저하된다. 그는 “이런 이유로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사무직들은 요주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과거 우리 인류는 수렵과 채집을 통해 생존해왔다. 먹이를 찾아 늘상 옮겨 다니는 압도적인 활동량으로 뇌를 단련, 진화시켜왔던 것. 반면에 현대인들은 운동은커녕 온전히 걷는 시간조차 갖기 힘들다. 사무직의 경우 더욱 심각해 대부분 보는 것이라곤 컴퓨터와 스마트폰 화면뿐이다. 좁은 공간에 갇혀 하루 종일 벽만 바라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시게모리 교수가 권하는 뇌 단련법이 바로 ‘달리기’다. 달리기라고 하면 흔히 다이어트나 체력 유지 등 몸에만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건강뿐 아니라 뇌기능 향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시게모리 교수는 “꾸준히 달리기를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전두엽과 해마가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면서 “달리기 효과는 신체보다 오히려 뇌기능 부분에서 크다”고 강조했다.
가령, 뇌 안쪽에 위치한 해마는 기억력을, 전두엽은 ‘두뇌의 사령탑’으로 불릴 만큼 뇌기능을 전반적으로 관장한다. 바꿔 말해 달리기를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은 건강을 유지하는 동시에 기억력과 집중력, 판단력, 아이디어력과 같은 뇌기능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논문이 있다. 토론토대학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창의적인 사람, 급여가 높은 사람일수록 몸을 활발하게 쓰는 운동을 즐기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논문은 “달리기처럼 신체 움직임이 많은 운동은 뇌 기능을 향상시켜 업무효율을 높인다. 여기에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방출되니 긍정적인 성향까지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유독 달리기가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근육과 관련 있다. 특히 인체에서 발은 여러 가지 감각기관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다리 근육을 사용할 경우 뇌에 강력한 자극을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얼마 전 한 연구에서는 “다리 근육 사용 시 기억력, 추상력이 10% 향상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 달리기가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신선한 산소를 포함해 뇌에 들어오는 혈액의 양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뇌세포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울러 뇌 용적이 커지고, 전두엽에서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드는 데도 일조하게 된다.
다만, 무작정 오래 빨리 달린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부작용 없이 뇌 기능을 향상시키려면 무엇보다 적절한 기준이 필요하다. 포인트는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속도 찾기다. 먼저 ‘운동 강도’를 알아보자. 운동 강도란 운동을 할 때 신체에 어느 정도 부하가 걸리는지 맥박 등을 토대로 수치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거리를 달린다 해도 속도가 빠른가 느린가에 따라, 혹은 평지인가 비탈길인가에 따라 우리의 몸과 뇌가 받는 자극이 완전히 달라진다.
시게모리 교수는 “뇌를 효과적으로 단련하고 싶다면 60~80% 운동 강도의 달리기를 하루 20~30분, 주 3회 정도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간혹 숨이 차도록 과격한 달리기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뇌 세포를 늘리고 뇌기능을 높이는 목적이라면, 강도를 낮추는 편이 효과적이다. 이때도 무턱대고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60~80%의 운동 강도를 의식해 달리는 것이 ‘뇌 단련 달리기’의 기본이다.
만일 집중력을 키우고 싶다면 ‘듀얼 태스크 트레이닝’이 도움이 된다. 듀얼 태스크(Dual task)란 운동에 지적활동을 더한 걸 의미한다. 예컨대 걸으면서 대화를 한다든지 헬스장에서 자전거를 밟으면서 칼로리를 계산을 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혼자서 간단하게 전두엽을 단련하는 방법은 제자리에서 뛰면서 하는 ‘가위 바위 보’를 추천한다. 반드시 매번 승부가 나게끔 양손으로 가위 바위 보를 하면 집중력을 높이는 전두엽 활성화에 아주 효과적이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장시간 가만히 책상에만 앉아 있는 사무직들은 집중력뿐 아니라 아이디어력도 저하되기 마련이다. 머리가 멍하다 싶을 땐 과감히 자리에서 일어서자. 시간은 3~5분이면 충분하다. 계단을 뛰어오르거나 여의치 않다면 그 자리에서 뛰는 것도 괜찮다. 순간적으로 발상력을 높이는 데는 90% 운동 강도의 달리기를 3~5분만 진행해도 효과가 기대된다.
단 시간이 좀 있는 경우라면 밖으로 나가서 산책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은 “걷기가 창의력을 증진시킨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연구 결과 “앉아 있을 때에 비해 걷고 있을 때 창의적인 결과물이 평균 60%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걸을 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쉽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는지 세계 최고 경영자들 가운데는 ‘산책 회의’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애플의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를 비롯해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트위터 공동 창업자 잭 돌시 등이 모두 ‘걸으면서 말하는(walk and talk) 회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독일의 철학자 칸트, 프랑스의 철학자 루소 등도 매일 일정한 시간 산책을 하면서 철학사상을 구상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왠지 모르게 정신이 산만하다 싶을 땐 몸을 움직여라. 책상에 앉아 끙끙 대는 것보다 그편이 훨씬 효율성이 높고, 아이디어 면에서도 뛰어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