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모습. 고성준 기자
#일본과 한국의 분리경영 체제
일본 롯데홀딩스는 2007년 일본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롯데가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뉘면서 탄생했다. 투자부문이 롯데홀딩스, 사업부문이 ㈜롯데다.
일본 롯데의 규모가 한국 롯데보다 상당히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업 규모는 한국에 비해 작지만 일본에서도 소문난 부동산 부자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국내 재계에서도 부동산 투자의 귀재로 꼽히는 인물이다. 다만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아 현재 장부상 가치는 실제 가치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쓰쿠다 타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이 사업 실패를 빌미로 자신을 밀어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이 맞다면 쓰쿠다 사장이 일본 롯데의 경영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반면 국내 롯데 계열사에서는 일본인 임원을 찾아 볼 수 없다. 신한지주에 히라카와 유키 사외이사가 있는 점과 다르다. 즉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의 경영은 분리된 구조다.
#한국인 전문경영인 내세울 수도
신 회장이 구속되거나 실형을 받을 경우 롯데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전문경영인 선임권한은 신 회장이 아닌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진, 즉 쓰쿠다 사장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신 회장조차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쓰쿠다 사장의 지지를 얻어 대표이사가 될 수 있었다. 전문경영인 출신인 쓰쿠다 사장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신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쓰쿠다 사장이 광윤사 등을 통해 롯데홀딩스 지분 3분의 1을 가진 신동주 전 부회장보다 롯데홀딩스 직접 지배력이 거의 없는 신동빈 회장을 택한 것도 결국 스스로 영향력을 보존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주요주주인 신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롯데홀딩스 경영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면 쓰쿠다 사장을 찍어낼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풀이했다.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롯데호텔 경영권마저 일본인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임직원 지주회사인데 회사 임직원 신분과 주주권이 같다. 높은 배당을 받지만 주주권 이동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배당을 많이 받는 게 최선이다. 이들이 신동빈 회장의 호텔롯데 상장 방침이 자신들의 영향력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지한 데는 막대한 상장 차익을 챙기기 위해서였을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구속될까? 경영권 고려는
신동빈 회장 조사 이후 법조계 관계자는 “통상 대기업 사건이 가족범죄일 경우 기소에 부자 간․형제 간 관계를 고려하는데 이번 사건은 특수성이 있다. 각자에 책임을 지우고 한 쪽이 용서를 받기 어려운 구조 같다”고 해석했다.
신 회장 구속 시 그룹 경영권 영향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려 요소가 아니라고 볼 수 없지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나면 지배구조가 달라질까. 달라진다면 조그만 충격이 와도 흔들리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제 간 분쟁으로 경영권 문제가 촉발된 것 아닌가. 화합하면 경영권 향배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면, 꼭 수사 때문에 경영권이 넘어가는 걸로 보는 게 타당한지 의심스럽다”며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일본으로 경영권이 넘어간다고 문제 삼고 이를 이유로 면책해달라거나 선처해달라고 얘기할 것인가”라며 답답해했다.
#다른 총수들 사례는
검찰은 신 회장 등 롯데 총수 일가가 일감몰아주기, 일감가로채기, 이름뿐인 등기이사 등재 등의 방법으로 수천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신 회장은 대기업 최고경영자다. 따라서 형법상 업무상 횡령·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형량은 10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또 횡령·배임 금액이 50억 원 이상이어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 최고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최근 횡령·배임죄로 기소된 총수는 대부분 실형을 받았다. 상당수가 인신구속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2011년 300억 원 횡령혐의로 기소됐지만 피해액을 변제했다는 이유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을 받았다. 이재현 CJ 회장도 1600억 원대 조세포탈, 배임·횡령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작년 말 징역 2년 6개월, 벌금 252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지난 8·15 특사로 풀려났다.
최태원 SK 회장은 2014년 수백억 원대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받았다가 지난해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회사에 3000억 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로 불구속 재판에 넘겨졌던 김승연 한화 회장 역시 2014년 대법원에서 극적으로 집행유예를 받으며 풀려났지만, 1심에서 실형을 받으면서 상당 기간 영어의 몸이 된 바 있다.
김 회장의 경우 회사에 손해를 입힌 이유가 횡령을 위해서가 아니라 경영상 불가피한 조치였던 점을 대법원에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배임이 아니기 때문에 횡령이 아니란 뜻이다.
신 회장 역시 지난 20일 검찰 조사에서 회사 돈을 횡령한 게 아니라 고유의 경영 판단을 내린 것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으로서는 김승연 회장은 사례가 가장 절실한 셈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