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은호 코린도그룹 회장. 연합뉴스
이날 회견에서 환경단체들은 코린도가 인도네시아 파푸아와 북 말루쿠 지역에서 샴푸와 아이스크림, 립스틱 등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 쓰이는 ‘팜유’ 부지 개발을 위해 대규모 산림을 파괴하고 불법으로 방화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위성사진과 항공사진 등을 증거로 작성한 보고서 ‘불타는 천국’(Burning Paradise)을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사법당국에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린도는 농장 건설을 위해 파푸아와 북 말루쿠에서 5만ha 이상의 열대우림 지역을 정리했다. 이는 서울시 면적과 맞먹는 규모로 2013년 한 해에만 두 지역에서 3만ha의 숲이 사라졌고, 이 중 절반가량이 원시 1차림이었다. 2013년에는 코린도그룹 소유 농장 2개가 열대우림을 없애는 중이었고, 2014년에 3개, 2015년에는 4개였는데 이는 빈번한 화재가 발견되는 농장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특히, 파푸아 섬에 있는 코린도그룹의 PT BCA(Berkat Cipta Abadi)는 2013년에서 2014년 사이에 개발이 완료됐는데 농장이 지어진 후인 2015년에는 화재가 단 한 건밖에 포착되지 않았다. 화재와 농장 개발이 강한 연관성을 가진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대목이다. 파푸아 섬은 인도네시아에서 인간의 손이 닿은 적 없는 천연 열대우림을 가장 많이 보유한 지역이다. 남미의 아마존처럼 세계의 허파로 불리며,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자랑한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동식물 중 50% 이상이 파푸아에서 서식한다.
하지만, 최근 5년간 파푸아의 열대우림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대신 팜 야자 농장이 대지를 채웠다. 코린도그룹이 파푸아 섬에서 가장 많은 팜 야자 농장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렇게 농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숲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고의적으로 방화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기업들의 무분별한 벌목 작업으로 인해 열대우림의 천국으로 불리는 파푸아에 서식하는 다양한 종류의 희귀식물과 무지개놀래기나 나무캥거루 등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이어 “거주민들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코린도가 사전동의 절차를 무시하고 개발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파푸아 지방에 위치한 한국계 코린도그룹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고, 인도네시아 환경부는 코린도에 조사단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소규모 농업 종사자를 제외한 방화는 불법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는 대대적인 방화범 체포를 단행하는 동시에 방화를 저지른 다수의 기업들에게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코린도그룹은 각종 보도를 통해 이러한 환경파괴 행위, 특히 열대림 고의 방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코린도 측은 “코린도의 개발은 무분별한 산림파괴가 아니다”며 “모든 농장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정한 개발 가능한 토지에 조성됐다”고 반박했다. 또한 “슈퍼 엘니뇨 등 자연현상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 것일 뿐”이라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주민 협의와 공청회, 마을별 합의서 작성, 보상 등이 동반되고 주민 동의가 없으면 무리하게 농장 조성을 밀어붙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코린도는 회사가 관리하는 토지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고의적 방화에 관한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오히려 화재 책임은 회사가 아닌 정부에 있다며 억울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코린도는 자사가 한국계 기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승은호 회장의 국적이 인도네시아며, 1969년 인도네시아에서 설립된 회사로 47년간 원목개발 관련 사업을 해온 100% 인도네시아 기업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승 회장은 인도네시아 한인회장 및 동남아 한상연합회장을 역임하는 등 코린도그룹은 한국계 기업으로 알려졌다. 공공연히 동남아 한류기업으로 불리며 기업홍보에 활용하기도 했다. 또한 국내 기업들과의 관계에도 적극적이었다. 이에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코린도가 열대우림 파괴 기업이라는 좋지 않은 사례를 남기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코린도그룹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은 이 회사에 지분을 갖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의 이미지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코린도그룹에 지분을 투자한 효성그룹은 현재 부지 정리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2개의 팜유 플랜테이션 지분 15%에 한화 1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포스코대우 또한, 코린도그룹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린도 사태로 인한 국제적 비난이 점차 심화될 전망인 가운데 국내 굴지 기업들에 대한 국제적 이미지 또한 실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코린도그룹 어떤 회사? 임직원 2만·매출 수조원…현지선 한국보다 유명 지난 1969년 설립된 코린도그룹은 팜오일, 합판, 목재 등 임업관련사업과 천연자원 판매·가공, 신문용지 생산, 금융산업 관련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임직원 수만 2만 명이 넘으며, 인도네시아에서 한국보다 잘 알려진 인도네시아 대기업이다. 매출 규모도 수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은호 회장 일가가 대부분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으며, 승 회장은 지난 2014년 수백억대의 역외탈세 혐의로 검찰과 국세청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과 두 아들이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다. 당시 승 회장 측은 국적이 인도네시아로 해당사항이 아니라는 주장을, 국세청은 국내 체류기간을 근거로 세금 추징을 주장하고 있다. 코린도그룹은 이미 오래전부터 녹색경영에 주목한 기업이다. 그룹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중심에는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원시림을 베는 대신 나무를 기르고 자연보호에 앞장서고 있다고 홍보해 왔다. 따라서 이번 환경파괴 논란이 확산될 경우 기업 이미지에 심한 타격이 예상된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