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밥이 보약이다’라는 말처럼 음식은 그 자체로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특히 영유아기의 균형 잡힌 영양 섭취는 잦은 잔병치레를 예방할 뿐 아니라 성장 발육 및 평생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두뇌, 골격, 신체 각 기관의 발달이 이 시기에 기초를 다지기 때문. 생후 2~3년간 지질과 단백질, 열량이 극도로 불량하면 후에 영양 섭취가 충분하더라도 완전한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영유아기에 형성된 식습관은 잘 바뀌지 않고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급적 다양한 식품과 조리법을 경험하게 해 아이가 음식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도록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영유아기의 식사는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2015)’에 따라 이유식 완료기(영아기 만 1세 미만), 전기 유아기(만 1~2세), 후기 유아기(만 3~5세)로 구분할 수 있다. 각 시기에 따라 필요한 섭취량이 다르고, 발달에 도움이 되는 식품군 또한 조금씩 차이가 있으므로 꼼꼼히 살펴서 골고루 챙겨주자.
씹기 훈련을 위한 준비, 이유식 완료기
영아기는 단위체중당 단백질 필요량이 일생에서 가장 높은 시기다. 단백질은 새로운 체조직의 합성, 체단백질 축적 및 효소나 호르몬, 생리적 주요 물질 합성에 이용되는데, 이 시기의 하루 단백질 권장 섭취량은 체중당 13.5g이다. 만일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성장이 지연되고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쉬우며 질병이나 상처 회복이 늦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하루 1~2회 지방이 적은 닭가슴살부터 시작해 점차 섭취 횟수와 양을 늘려간다. 또한, 이 시기에 아이는 잇몸으로 음식을 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입을 상하좌우로 잘 움직이게 된다. 씹는 훈련은 타액의 분비를 원활하게 해 소화 및 흡수 기능을 돕고 뇌 기능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아이가 씹는 힘을 기르도록 덩어리진 음식을 준비한다.
▶ HOW TO EAT
5가지 식품군을 최대한 골고루 섭취하되 아침과 점심 사이, 점심과 저녁 사이 두 차례에 걸쳐 아기용 치즈 등 단백질이 풍부한 간식, 과일 채소 등을 골고루 챙겨주는 것이 좋다. 죽 이유식에서 벗어나 밥·국·반찬으로 구성된 성인식을 먹을 수 있는 연습이 되도록 요리법과 재료를 선택해야 한다. 아이가 유아식에 적응할 수 있게 부드러운 덮밥에서 볶음밥으로 바꾸어 가고, 무른 채소 나물, 볶음 등을 함께 식단에 넣되 먹기 편한 한 그릇 음식이나 반찬 두 가지 정도면 적당하다. 단, 아이가 씹고 넘기는 힘이 약하거나 소화 능력이 미숙하다면 된죽을 먹여 좀 더 씹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돌본다.
▶ COOKING TIP
1 현미와 잡곡은 8시간 이상 불리고, 도정을 많이 한 것을 이용한다. 단, 곡물을 일찍부터 섞어 먹이면 소화가 잘되지 않고 오히려 식사량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소량만 쓸 것.
2 소금이나 설탕 간은 되도록 피한다. 버섯가루, 새우가루 같은 천연 조미료로 입맛을 돋워주되 알레르기가 있는지 잘 살핀다.
3 재료의 입자 크기가 중요한 시기로 갑자기 단단하거나 크기가 큰 음식을 주면 바른 식습관 형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재료는 사방 0.5cm 크기가 적당하고, 부드럽게 으깨지는 미트볼 정도의 무르기로 조리하는 것이 알맞다.
PARENTING GUIDE
▶ 이유기가 거의 끝나가는 돌 무렵에는 서서히 모유나 분유 수유를 끊어야 한다. 아이가 덩어리진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는 것은 미각과 치아 발달이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신호이므로 이유식으로 좀 더 많은 훈련을 할 수 있게 신경 쓴다.
▶ 이 시기 아이는 손힘이 발달해서 음식을 손으로 집거나 주무르는 등 행동을 보인다. 이는 음식의 특징을 알고자 하는 중요한 발달 과정이므로 아이가 자유롭게 손을 쓰도록 놔둔다.
▶ 아이가 밥을 먹지 않거나 식사 시간을 너무 오래 끄는 경우에는 상을 치운다. 아이가 식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30분이 넘지 않으므로 그 이상 걸릴 때는 밥상을 치우고 정해진 시간에만 식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도록 한다.
폭발적인 성장 발달, 전기 유아기(만 1~2세)
활동량과 에너지 소모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난다. 걷기 시작하고 운동 능력이 발달하는 급성장기이므로 충분한 탄수화물 섭취가 필요하며, 성장기의 연골, 뼈, 피부와 혈관의 결합조직을 비롯한 지지조직의 적절한 성장 및 발달을 위해 비타민 섭취 또한 필수다. 영양적으로 불균형한 식사를 하는 유아의 경우 보충제를 챙겨먹이고, 하루 1100㎖ 이상의 수분을 섭취하도록 돌본다.
▶ HOW TO EAT
모유나 분유 수유를 중단하고 아침, 점심, 저녁과 두 번의 간식으로 구성하되, 중간 중간 수분 보충을 위해 보리차나 칼로리·당분이 적은 음료를 먹인다. 어른이 먹는 것보다 약간 부드럽고 간이 덜 된 음식이라면 대부분 먹을 수 있다. 밥·국·반찬 3가지로 이루어진 밥상은 곡류군, 어육류군, 채소 및 과일군, 우유 및 유제품군, 지방군을 고루 갖추어야 하며 식판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 시기의 우유 권장량은 하루 400~500㎖로 일반 우유를 먹이되 젖병이 아닌 컵으로 마시는 습관을 들인다. 만일 아이가 유당을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두유를 먹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생후 24개월까지는 뇌세포막이 형성되는 시기인 만큼 하루 2끼 이상을 단백질 식단으로 구성하고 견과류 섭취량을 늘릴 것. 특히 동물성 단백질이 흡수율이 높고 인체가 필요로 하는 필수 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으므로 고기나 생선을 많이 먹인다. 또 대사에 필요한 비타민 보충을 위해 과일을 간식으 로 주는 것도 좋다. 알레르기 때문에 자제했던 토마토, 복숭아 등을 조금씩 시도할 수 있으며, 음식을 조리할 때 간장, 소금 등으로 적절히 간을 해도 된다.<
▶ COOKING TIP
1 생후 14개월 무렵부터 어금니가 나기 시작하면서 잘게 씹고 으깰 수 있게 된다. 씹는 힘은 어른의 3분의 1 정도이므로 재료를 사방 1cm 크기로 썰고 진밥 정도의 무르기로 조리한다.
2 브로콜리는 열을 가해도 파괴되지 않는 비타민 C가 풍부한 식품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식감이 아니므로 살짝 데친 후 잘게 다져 다른 음식을 만들 때 넣도록 한다. 단, 비타민 손실을 막기 위해 짧은 시간 데치고 단단한 줄기 부분은 쓰지 말 것.
3 아이가 처음 접하는 식품은 눈에 띄지 않게 작게 다져 좋아하는 식품과 섞어 먹인다.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편식을 예방할 수 있다.
PARENTING GUIDE
▶ 음식에 대한 확실한 선호도가 생기고 의지를 표현하기 시작한다. 이때는 편식이 생기지 않도록 골고루 섭취하게 해주는 것이 포인트. 새로운 음식을 시도할 때는 먼저 엄마 아빠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줘 아이의 거부감을 줄이도록 하자.
▶ 생후 24개월부터는 본격적인 식사 예절을 익힐 수 있다.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반드시 식탁에 앉아서 먹는다는 원칙을 실천할 것. 아이가 밥을 잘 안 먹으려 한다면 주변 환경을 바꿔 음식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릇·컵·수저 등 식기를 아이가 직접 고르게 하는것도 좋다.
▶ 돌 이후부터는 숟가락이나 포크를 사용하는 연습을 적극적으로 시킨다. 숟가락 사용을 일찍 시작할수록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고 성장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아이가 죄다 흘리고 깔끔하게 먹지 못한다고 해서 엄마가 떠먹이는 것은 삼가자.
두뇌와 신경조직의 발달, 후기 유아기(만 3~5세)
급성장기인 만 1~2세 만큼 훌쩍 자라지는 않지만 꾸준히 1년에 6~7cm 정도 키가 큰다. 언어, 인지, 사고력이 발달하고 호기심이 많아지는 시기이므로 신경을 안정시키고 두뇌 발달을 돕는 칼슘, 철분, 인, 아연 등 무기질 섭취가 중요하다. 또 바깥 활동이 늘면서 에너지 소모가 커지므로 동물성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간식으로 칼로리를 보충해야 한다.
▶ HOW TO EAT
3세부터 우유 섭취량이 급격히 감소하므로 칼슘 섭취량을 높이기 위해 우유, 멸치, 치즈, 표고버섯 등을 매일 먹이는 것이 좋다. 뇌의 에너지 공급원인 포도당은 꾸준히 섭취해야 하므로 아이의 식단에서 약 3분의 1은 탄수화물로 구성한다. 두부와 콩 같은 식물성 식품 중 아미노산 조성이 뛰어난 식품으로 단백질을 공급하고, 비타민 결핍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당근·시금치 같은 푸른 잎채소와 해조류를 자주 먹인다. 또한 두뇌 발달에 필요한 DHA가 풍부한 등푸른 생선으로 보충하거나 별도로 보충제를 먹이는 것도 좋은 방법. 간식은 밥, 전, 잔치국수 등 주식형 간식을 먹이는 것이 칼로리 보충에 도움이 된다. 단, 간식 양을 적당히 조절해 하루 세끼 식사에 방해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 아이 음식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도록 간을 담백하게 한다. 간장, 된장 등은 성인 양의 ½ 이하로 하고, 신맛은 과일의 신맛 정도의 농도가 적절하다. 시판되는 인스턴트 식품에는 지나치게 많은 염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 COOKING TIP
1 맛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단맛, 짠맛 등 강한 맛의 음식만 먹으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가급적 천연 조미료를 사용해 건강한 맛에 익숙해지도록 돌볼 것. 어른이 먹는 음식 대부분을 무리 없이 섭취할 수 있으나 간을 싱겁게 해야 한다.
2 매운맛 음식을 시도할 때는 약한 매운맛부터 시작해 점차 고춧가루나 고추장의 양을 늘려가며 반찬을 만들어준다. 아이가 ‘붉은색=매운 것’이라는 생각에 경계부터 하지 않도록 홍파프리카 등을 활용해 붉은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
3 음식을 씹는 힘이 어른의 10분의1 정도이므로 어른 음식과 같은 재료를 쓰되 크기만 작게 썬다. 사방 1.5~2cm 정도가 적당한 크기. 단, 육류나 오징어처럼 씹는 질감이 질긴 식품은 더 작게 썰어 조리한다.
PARENTING GUIDE
▶ 아이가 편식이 심하다고 해서 싫어하는 음식을 먹는 대가로 다른 음식을 주는 것은 금물이다.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무작정 먹이려 하기보다는 아이와 같이 장을 보거나 식사 준비 과정에 아이를 동참시켜볼 것. ‘내가 만든 음식’이라는 생각에 애착이 생겨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다.
▶ 바깥 활동이 잦아지면서 외식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마련. 하지만 인스턴트 식품, 패스트푸드 섭취는 제한해야 한다. 가공식품이나 유탕 처리한 과자, 탄산음료 등은 아이의 편식을 조장할 뿐 아니라 맛에 대한 선호도에도 영향을 끼치므로 주의한다.
▶ “한 입만 더 먹자”, “이거 먹으면 ~해줄게” 식의 말은 아이로 하여금 밥이 엄마와의 협상카드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아이가 식사 시간에 밥을 먹지 않더라도 먹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자기가 먹는 것에 엄마가 더 이상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느끼면 아이의 밥투정이 오히려 줄어든다.
기획 김도담 기자
사진 이혜원
도움말 김미리(바른식습관연구소 수석연구원), 김소영(고시환의원 영양실장)
참고도서 <셰프 파파의 맛있는 이유식·유아식>(신효섭 저, 비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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