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코오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기간을 3개월 연장한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국세청 건물.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처음 세무조사가 시작될 때는 미국 화학회사 듀폰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2009년 듀폰은 영업기밀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소송을 걸었다. 소송은 지난해 5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합의금과 벌금으로 총 3억 6000만 달러(약 4000억 원)를 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코오롱이 이 금액을 회계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사 기간이 연장되면서 국세청이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조사 대상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가 경영수업을 받는 곳이다. 이 상무보는 최근 코오롱그룹 자회사 이노베이스 설립을 추진하는 등 신사업 추진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무보의 경영 성과가 좋으면 조만간 경영권 승계 작업에 시동이 걸릴 수 있다. 이 상무보의 코오롱그룹 지분이 없기에 향후 지분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상속세를 준비하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자금 조성설 중심에 있는 기업은 코오롱아우토(전 네오뷰코오롱)다. 코오롱그룹이 코오롱아우토를 지원한다는 명목 아래 비자금 창구로 활용했다는 것. 코오롱아우토는 2001년 코오롱그룹에 편입됐으나 매년 200억 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흑자를 본 해가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코오롱그룹은 유상증자 형식으로 코오롱아우토를 꾸준히 지원해왔다. 2011년 이후 ㈜코오롱은 10차례에 걸쳐 총 1400억 원 이상을 코오롱아우토에 지원했다.
또 다른 계열사 코오롱글로벌은 2014년 말 부채비율 340%를 기록해 불안한 경영 상태를 보였다. 코오롱글로벌은 그해 12월 덕평휴게소 지분 49%를 맥쿼리펀드에 매각해 600억 원가량의 현금을 마련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나섰으나 그룹 차원의 유상증자는 없었다. 코오롱아우토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코오롱의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오롱은 지난해 76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부채비율은 309%에 달한다.
코오롱 측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반발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코오롱글로벌은 매각할 자산이 있었지만 코오롱아우토는 매각할 만한 자산이 없었다”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사업을 하던 시절에는 신기술 개발에 투자했고 지금은 신사업을 위해 돈을 투자하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코오롱아우토는 지난해 11월 OLED 사업을 접고 자동차 딜러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신사업을 시작한 이후 ㈜코오롱이 지원한 돈은 650억 원에 이른다.
코오롱그룹 후계 승계 준비 과정 비자금 조성 의혹이 나오고 있다. 코오롱 본사 건물 전경.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국세청과 코오롱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아무 내용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사가 완료되는 이달 말 문제가 드러난다면 코오롱은 큰 타격을 입는다. 특히 비자금 실체가 드러나면 향후 경영권 승계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별다른 혐의가 나오지 않는다면 코오롱에 호재로 다가올 수 있다. 이웅열 회장은 그간 있어왔던 코오롱아우토에 대한 무성한 소문을 떨쳐버리고 경영 및 지분 승계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MB와 끈끈해 타깃 됐을 것” 정부 레임덕 차단용 수사? 코오롱 세무조사를 박근혜 정부가 주도했다는 견해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임기 4년차에 들어서면서 레임덕 현상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또 최근 법조계 비리 사건으로 여론도 좋지 않다. 따라서 정부가 기업 수사를 통해 여론을 돌려 레임덕 현상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것. 검찰이 최근 롯데그룹을 상대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추측이다. 특히 코오롱과 롯데는 과거 이명박 정부와 긴밀한 관계여서 현 정부의 표적이 됐다는 분석이 추가된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또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은 코오롱글로벌의 전신인 코오롱상사 사장 출신이다. 코오롱은 과거 17대 대선 당시에도 이 전 의원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1억 5750만 원을 지급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재벌의 독점적 지배력을 이용한 비리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다만 검찰 수사가 법조계 전관 비리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꼼수라면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