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제국의 아침>에 그려지고 있는 광종은 평주 호족 박수경 등 호족연합체의 힘을 등에 업고 황제에 즉위했다. 고려는 지방 호족들이 저마다 지배권을 인정받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중앙집권적 통치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황권 강화를 꾀하던 광종은 내군을 강화하고 은밀히 군권을 장악해 황실을 위협하던 호족들과 일전을 벌여 호족들의 위세를 꺾는다.
97년 대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98년 ‘대안부재론’을 바탕으로 TK와 PK 등 당내 주요 정치세력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총재에 복귀했다. 이 후보는 98년과 99년 2년여 동안 ‘북풍’ ‘총풍’ ‘세풍’ 등 여권의 거듭된 공격에 장외투쟁 등으로 맞서면서 비주류의 불만을 잠재우는 동시에 스스로 힘을 비축, 2000년 4·13총선 공천을 통해 김윤환, 이기택 전 의원 등 기존 TK와 PK 수장들을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 드라마 <제국의 아침>에서의 광종(김상중 분). | ||
■ 민주당 노무현 후보
노무현 후보의 등장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반영된 측면도 적지 않지만, 이회창 대세론을 꺾고자 하는 호남 유권자들의 ‘기대 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민주당 주류로 기득권을 갖고 있던 정치세력이 노무현 후보에 대선후보를 의탁한 측면이 강하다. 즉, 호족연합체의 지원을 등에 업고 황제에 즉위한 광종의 상황과 비슷한 것.그러나 노 후보는 후보 선출 이후 YS 면담에 나서고, 탈DJ를 선언하는 등 자신이 후보 반열에 오르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던 정치세력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마이웨이’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 무소속 정몽준 의원
정몽준 의원의 경우 본인 스스로 대권도전 선언을 했을 뿐, 아직 지지세력이 결집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 광종 즉위 이전 상황으로 비유되고 있다. 호족연합체의 지원을 등에 업기 위해 제(諸) 호족들을 찾아다니며 지원을 요청하던 광종과 마찬가지로, 정 의원은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기존 정치세력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즉, 호족연합체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정몽준 의원이 12월19일 대선일까지 대선후보로 존재하느냐 여부는 정 의원을 대선후보로 앞세울 호족연합체가 결성되느냐 여부와 직결돼 있는 셈이다.